누군가의 목을 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던 정수는 마트에서 널찍한 칼을 사고, 동영상으로 목을 치는 모습을 연구까지 한다. 그는 클럽에서 만난 미모의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기절시킨 후에, 화장실에서 목을 썰어낸다. 그런데, 이 잘린 머리가 스르르 눈을 뜨더니 싱긋 웃으며 하는 말, “수고했어요. 아직 거칠지만 소질이 보이는 솜씨인걸. 몇 번 더 연습하면 단번에 목을 칠 수도 있겠어.” 이렇게 정수와 잘린 머리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로테스크한 살인 행각에서 이야기가 출발함에도 불구하고(심지어 그것은 묻지마 살인이다.) 이후의 전개는 심히 평온하며 무려 이 이야기의 장르는 본격 추리와 로맨스다. 목이 잘려도 살아 있는 기괴한 생명체와 동거를 시작한 사이코패스 주인공 탐정이라니, 어떻게 이 전개를 지켜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수수께끼를 풀 때 두뇌가 발산하는 에너지로 자가발전을 하는 머리 덕분에 이제 정수는 미스터리를 찾아 동네방네를 헤매는 수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보는 것만으로 사인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옆집 아가씨 소민이 합류하면서, 세 사람은 소민의 할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좇게 되는데……. 과연 80대에도 뜨거운 밤을 불태우는 연애를 하던 로맨스 실버를 독살한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연작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매력적인 설정의 작품, 나와 잘린 마리의 평온한 세계를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