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달로 인한 산업 간의 갈등이 화두로 떠오른 한국사회의 단면이 투영된 근미래 디스토피아 SF 단편 「더 나은 직장을 위하여」를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기술 발전의 성과와 혜택이 자본력을 지닌 소수에게 집중된 탓에 사람의 피부까지 근접하게 표현한 로봇으로 공무원 대리시험마저 가능해진 세계의 맞은편에는, 여전히 온 생을 바쳐 마지막 일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미래는 모두에게 공평한 속도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으로,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 어떤 풍경들이 서늘하게 머리를 스친다.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사람의 자리가 사라지는 미래를 고찰하다
2019년 1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미래는 과연 공평하게 다가오는가?
무인택시와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근미래. 새벽 2시가 넘어 퇴근길에 오른 ‘나’는 그간 소식이 뜸했던 친구 ‘정우’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노무사로 일하며 늘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나와 달리, 별다른 직업이 없음에도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정우를 보며 여전한 격차를 실감한다. 정우 때문에 더욱 심란해져 돌아온 집에서는 아버지가 오늘 낮에 참여했다던 택시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나는 다음 날로 예정된 사측과의 3차 협상을 앞두고 불안감과 긴장감이 앞서는데…….
「더 나은 직장을 위하여」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각종 플랫폼 서비스와 기간산업이 마찰을 빚는 지금 한국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투영하는 이야기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동차 공장에서 쫓겨난 아버지는 새롭게 찾은 일자리인 개인택시 회사마저 폐업해 기약 없는 실직 상태에 처해 있다. 또 피 같은 돈을 모아 노무사를 수임한 어느 노동자들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절박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생계를 뺏긴 이들이 삶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한편으로는, 대리시험을 통해 직업까지 ‘획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야기 안에서 대비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다소 기능적으로 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련하고도 깊이 있게 다가온다. 삶을 상실한 사람들과, 삶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는 보편동등한가? 과연 미래는 평등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사람이 없어져서 좋은 일자리가 뭐예요? 기존 일자리가 없어져도 기술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니까 괜찮다는데, 그러니까 그 일자리가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