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팔자를 타고나 원치 않는 왕의 자리에 오르고 만 천민 소년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서왕(鼠王)」은 주술적으로 느껴지는 동물의 상징을 궁중의 음모와 몰락이 그려지는 드라마틱한 전개 속에 잘 녹여낸 단편이었다. 처연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에 망설임 없이 재차 추천하지만, 이번에는 스핀오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혁명가들」과 「우음(偶吟)-우연히 읊은 시」도 함께 권하고 싶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다 밀고로 인해 실패하고 심문당하는 명문가 자제의 사연이 그려지는 「혁명가들」은 전작에서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던 작중 배경에 대해 폐쇄적인 궁중 바깥의 시점에서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우음(偶吟)-우연히 읊은 시」은 「서왕(鼠王)」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던 최빈의 아들의 시선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이복형제에게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함께 부패한 국가의 몰락과 혁명을 서술하며 완결편으로서 손색 없는 결말과 여운을 보여 준다. 각 단편의 완성도가 높아 독립적으로 보아도 상관없지만, 세 작품을 이어서 볼 때 비로소 느껴지는 감흥과 퍼즐을 끼워 맞추는 듯한 만족감이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