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3부작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련한 동양 시대물

쥐의 팔자를 타고나 원치 않는 왕의 자리에 오르고 만 천민 소년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서왕(鼠王)」은 주술적으로 느껴지는 동물의 상징을 궁중의 음모와 몰락이 그려지는 드라마틱한 전개 속에 잘 녹여낸 단편이었다. 처연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에 망설임 없이 재차 추천하지만, 이번에는 스핀오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혁명가들」과 「우음(偶吟)-우연히 읊은 시」도 함께 권하고 싶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다 밀고로 인해 실패하고 심문당하는 명문가 자제의 사연이 그려지는 「혁명가들」은 전작에서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던 작중 배경에 대해 폐쇄적인 궁중 바깥의 시점에서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우음(偶吟)-우연히 읊은 시」은 「서왕(鼠王)」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던 최빈의 아들의 시선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이복형제에게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과 함께 부패한 국가의 몰락과 혁명을 서술하며 완결편으로서 손색 없는 결말과 여운을 보여 준다. 각 단편의 완성도가 높아 독립적으로 보아도 상관없지만, 세 작품을 이어서 볼 때 비로소 느껴지는 감흥과 퍼즐을 끼워 맞추는 듯한 만족감이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해 보시길.

2017년 3월 첫째 주 편집부 추천작

칼날 위에서 마음 둘 곳을 갈구하는 왕의 운명을 그린 궁중 잔혹사

자년(子年) 자시(子時)에 태어나 쥐의 팔자를 타고난 소년은 과거 궁의 신녀였지만 미쳐 버린 어머니와 함께 성 밖의 사형장 근처에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시체에서 옷가지를 긁어모아 내다팔고 살은 제각기 쓸모 있는 용도로 낱낱이 처분하여 먹고사는 모자를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신녀가 왕과 동침하면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숙명을 피해 궁 밖을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었다던 서 환관 한 명뿐. 쥐에 들끓는 집이 불타 버린 어느 날, 소년은 서 환관의 인도를 따라 홀로 궁으로 들어가 왕비의 양자로 입적하여 세자에 오른다. 그가 연정을 느꼈던 후궁 최빈의 아들은 곧이어 자취를 감춰 버리고, 권력을 탐하는 양어머니와 서 환관은 그를 인형처럼 조종하려 든다. 세월이 흐른 후, 소년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이복형제와 재회를 하게 되는데…

퇴폐적이고 음울하면서도 지극히 비극적인 분위기가 강렬한 「서왕(鼠王)」은 원치 않은 왕의 자리에 오른 한 남자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담았다. 형제끼리 죽고 죽이거나 꼭두각시 왕을 쥐고 흔드는 세력이 활개치는 궁중 스토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서사이지만, 예언이란 요소를 가미하여 왕의 자리에 오른 소년의 운명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담담하고 유려한 문체 역시 작품의 비극적인 정조를 더욱 배가시킨다. 왕자와 빈민이라는 다른 신분으로 자랐지만 결과적으로 ‘죄인의 자식’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뜻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되는 이복형제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것을 보며 운명의 아이러니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빈번하게 등장하는 ‘쥐’의 이미지가 서술 속에서 풀려 나가고 뇌리에 각인되는 방식 역시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