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 조사서를 내지 않은 아이에게 선생님이 엄마 이름을 묻자, 아이는 “몰라요.” 하고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바쁜 선생님은 무심코 독촉한다. “2학년이나 되는 애가 엄마 이름도 모른다고?” 아이는 느릿느릿, 작은 소리로 다시 대답한다. “엄마 이름 몰라요, 우리 엄마는 도망가서 나는 엄마 이름 몰라요…….” 선생님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순간 말문을 잃는다.
술에 취해 들어와 늘 “개쌍년”을 외치는 아빠에게 개쌍년이 뭐냐고 묻자, 아빠는 “너거 엄마다.” 하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짝에게 “우리 엄마 이름은 개쌍년이야.” 하고 말했다가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왔던 날, 아이는 쏟아지는 아버지의 발길질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 뒤로 아이는 엄마 이름을 묻는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엄마의 이름을 말했단 이유로 아빠에게 얻어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쌍년”이 사람의 이름이 아니란 것을 알 정도로 철이 들었기 때문에.
엄마 이름을 모른다는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창자가 아리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던 선생님과, 세상 처음으로 자신을 안아 준 선생님을 위해 뇌물처럼 바나나를 바치던 아이. 아이는 지독한 학대의 역사에서 탈출해서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그 구원의 과정마저 지독하게 아파서 슬프다. 이토록 폭력으로 얼룩진 잔혹한 가정사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단편 「엄마 이름」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단한 삶에 잠깐의 온기가 스친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씩씩하게 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