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멜리에스」는 아내를 잃은 뒤 아내의 의식을 전이하는 연구에 몰두하는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단편이다. 이성과 감성의 두 잣대로 단순히 어떤 작품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첨단 소재를 다루는 과학 소설이란 모든 장르들 중에서도 특히 냉철한 이성의 축에 가깝다고 할 만할 텐데, 그런 과학 소설을 통해 이토록 깊은 떨림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고요한 계곡을 내려다보는 한 남자의 묵묵한 실루엣이 눈앞에 절로 그려지는 잔잔하고 쓸쓸한 마지막 장면이 오면, 결국 이야기란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출발하는 것이란 아주 특별한 깨달음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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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랑, 의식, 기억에 관한 이토록 서정적인 SF
2018년 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아내의 기억을 좇는 한 남자의 감성 SF
연구에 열정적으로 매진한 과학자 남편, 한때 그 연구의 동반자였으나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아내. 남편이 힘겨워하는 아내의 속마음을 미처 보듬지 못한 사이에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나 버렸다. 자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과학자 부부의 파경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소재를 독특하고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비틀어 구성해 낸 「마리 멜리에스」는 ‘인공두뇌 연구’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을 매질로 구현할 수 있는지 아닌지, 그런 이야기를 독자가 이해하는지 마는지는 중요치 않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아내에게 듣지 못한 마지막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밀어붙인다. 과연 남자는 자신이 구해 주지 못한 아내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의식과 기억, 그리고 기억과 감정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마리 멜리에스」는 몹시도 서정적인 SF 단편이다. 아련하고 나른한 묘사가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기에, 소설의 정서는 잔잔하고 쓸쓸한 쪽에 가깝다. 도입부에서 높은 화강암 절벽을 배경으로 해가 넘어가며 붉은 노을이 비치는 장면의 묘사는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차분하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고요해진 계곡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 한 남자의 모습은 이야기의 결말과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