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완벽한 죽음은 있는가. 자기 죽음을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는 죽음을 재화로 환산하여, 가치 판단의 영역인 죽음을 흥정하고 파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린다.
이틀 전 아침, 정태호는 머리맡에 받은 적이 없는 명함 하나를 발견한다.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최민현이라는 담당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는 과음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던 끝에 서울 한복판의 문패가 없는 사무실을 방문한다. 호화스러운 대기실에서 금화 더미가 새겨진 4번 상담실로 안내받은 정태호는 최민현이 아닌 ‘돈’ 또는 ‘맘몬(mammon)’이라는 불리는 청년과 자기 죽음을 거래한다.
직장을 잃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딸의 병원비로 경제난에 시달리며 죽고 싶어 했던 그는 자기 죽음을 파는 계약서에 선뜻 서명한다. 그러나 죽음의 가격은 장례비용과 딸의 병원비로 한정될 뿐, 딸의 의식 회복이나 복수는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돈 때문에 죽음을 택했지만, 자기 죽음을 돈으로 환산하자 가치절감 되는 현실에 좌절한다. 계약을 철회하려고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청년은 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맘몬’이라는 재물의 신을 등장시켜 ‘돈’을 신 급으로 격상하는 동시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죽음을 사고파는 행위로 격하하는 장면은 블랙 유머로 가득하다. 완벽한 죽음을 위해 가장 좋은 조건으로 죽음을 파는 대담은 불가항력적인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후반부에 다소 거칠게 권선징악을 표현하였지만, 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여기서 끝이 났다면 심심했을지도 모를 일, 한 번 더 꼬아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결말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