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강호의 악명 높은 악당인 떠돌이 무사를 처단하고 무림의 성공가도에 오른 의협심 넘치는 청년협객. 떠돌이 무사와 함께 다니던 개는 돌아오지 않는 그를 오래도록 기다리다 동료의 복수를 하기 위해 청년협객의 앞에 나타난다.
「들개이빨」은 짧은 단편 안에 놀라울 정도로 무협의 정수를 잘 담고 있는 동시에 무협 장르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강호의 하루하루를 살아 내며 자기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와 마주하는 장면은 마음속 깊은 곳을 묵직하게 울린다. 일말의 주저나 회의도 없는 긴장감 넘치는 결투와 감동적인 결말까지 거듭 읽어보기를 권한다.
들개이빨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강호의 정의를 관철하는 개의 의협
2018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엄숙하고 감동적인 반려동물 무협의 등장, 거침없이 빛나는 대가의 솜씨
처음에 이 작품을 중단편 목록에서 봤을 때는 눈을 의심했다. 이내 작품 초입을 장식한 두 작가님의 대화 초록문을 보면서는 본편을 채 읽기도 전에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개와 함께 다니는 무사나 고양의 협객의 이야기라니. 초라한 몰골의 중년인이 떠돌이 무사에 대해 들려주는 본작은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이름 없는 무사를 따라다니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내키는 대로 칼솜씨를 팔아가며 악명을 쌓았던 무사와 버림받아 비루먹은 개는 저들의 삶의 모양에 따른 기이한 연대를 이루며 지내왔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품을 내어주고 때로는 지켜내면서. 그러던 어느 날 무사는 개를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몇 번의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개는 오로지 한마음으로 무사를 기다리는데…….
본작의 제목인 ‘들개이빨’은 초승달 모양의 칼날을 교차시킨 듯한 기형 병기를 가리키지만, 침범할 수 없는 어떤 관계를 파고드는 상징으로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내뱉어지듯 태어나 이유 없이 노역하듯’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개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줬던 떠돌이 무사, 자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었던 유일한 친인에 대한 맹세, 대의가 아니라 동료를 위해서 싸우는 개의 속성, 무림의 정도를 다할 뿐인 이들의 관계에서 우러나는 직선적인 감동 앞에선 비장한 엄숙함을 피해나갈 도리가 없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세심하게 매만지는 대가의 솜씨가 유감없이 빛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