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의 편집부 추천작을 선별하다 보면 몇 가지 고민이 있다. 그중 하나는 분명 재미있는 작품인데 이미 충분히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라면, 편집부 추천을 좀더 조명받아야 할 다른 작품에 돌려야 하지 않을까? 이다. 그런 의미에서 『짐승』은 두 주 전부터 고민의 대상이었다. 각 인물별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뛰어난 흡인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에피소드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함에도 저자는 그 사실을 아주 조금씩만 드러냄으로써 보는 이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드는 재주까지 부린다. 하여, 특별히 편집부의 추천이 있지 않아도 좋은 작품임을 알아본 현명한 독자들은 꾸준히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브릿G에 찾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고민이 종국엔 더 많은 독자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자는 결정에 이르렀다.
어느날 자취방에서 일어나보니 웬 여자가 죽어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상상만으로 끔찍한데, 작중 인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재미있게도 이 상황에 두 남자가 얽혀든다. 하나는 ‘피해자를 죽인 여자의 부탁을 받아 시체를 처리하러 가는 남자친구’, 다른 하나는 ‘그 남자친구와 여자 사이를 질투하지만, 부탁으로 시체 처리 돕는 친구’다. 처해진 상황과 캐릭터 설정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저자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준비해 놨다. 자취방 이야기와는 별개인 듯한 이야기와 인물을 등장시킨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언니의 사례금을 받고 임무 수행중인 전직 형사, 그리고 어릴적부터 언니를 질투하던 바로 그 실종 여동생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각 이야기를 인물별로 교차하여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이 두 이야기가 어떤 연관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시종일관 기름기를 쫙 뺀 듯 군더더기 없는 글솜씨는 잠시도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어느 독자에 따라서는… 1화를 클릭하는 순간, ‘왜 내가 이 글을 읽었는가, 완결도 안 되었는데?’하는 후회를 연재분의 끝에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