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으스스하고 집착하는 사랑의 기묘한 완성형

외지에서 우연히 흘러들어온 떠돌이 쾰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회색빛 도시에 지쳐 숲으로 향한다. 이상한 놈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숲 어귀 외딴 집에서, 그는 외로움에 지쳐 우는 파란 눈의 소녀 마리에와 마주친다. 그녀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놓는다는 기묘한 주인님과 소녀와 같은 이름을 가진 푸른 눈의 금발머리 빵집 아가씨 마리에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쯤 독자들은 이야기의 저변에 흐르는 음습하고 질척거리는 감정의 기류를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도둑고양이라고 욕먹으며 먹을 것을 훔쳐 달아나는 검은 머리 소년과 저택에 갇힌 채 바깥세상을 접해 보지도 못하고 외로움에 시들어가는 파란 눈의 소녀의 그림이 눈앞에 그려질 때쯤 작가는 애매한 불안감의 실체를 순식간에 펼쳐 보인다. 작가가 세심하게 선택한 묘사 위로 반전이 번득이는 순간, 대개의 독자라면 움찔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예측을 뛰어넘는 결말은 기묘하지만 완성형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작가의 글재주를 단순히 정의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번연 작가는 사랑 이야기로 부정적인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데 매우 능하다. 특히 섬뜩한 분위기에서 인간의 이상 심리를 그려내는 고딕 소설에서 작가의 이런 재주는 빛을 발한다.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감정은 분명 그 이상 진실할 수가 없고, 누가 봐도 절절한 사랑을 하고 있는데,(물론 이것이 사랑을 받는 상대의 동의를 얻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이야기 속의 사랑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일게 만들고야 마는 독특한 재주가 있다. 애정인지 증오인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뒤섞인 감정이 읽는 내내 묵직하게 글 위를 휘돌던 「몰락」이 그랬으며, 고딕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특유의 에로틱하며 음산한 묘사가 돋보였던 「히긴스 부인의 편지」 역시 그러했다. 떠돌이 쾰이 파란 눈의 마리에와 만나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그려 낸 「마리에, 마리에」는 주인공 커플이 응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범주를 다소 벗어났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