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요?”
귓등에 걸쳐두려던 목소리가 대뜸 뇌 한구석으로 꽂혀들었다. 나는 입술만 슥슥 핥다가 말을 꺼냈다.
“아무 데도 못 가. 죽으면 그냥 사라지는 거야.”
“사라져요?”
“그래. 입안에서 넣어둔 사탕처럼 사라지지.”
“하지만 이상하잖아요. 우리는 여기 있잖아요.”
나기가 사뭇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우리는 ‘귀신’인가요?”
넌 아직도 동화에 빠져 사는구나? 나는 힘없이 웃음부터 터뜨렸다.
“공부 좀 했다는 과학자들이 그러더구나. 사람은 뇌부터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뇌가 멈추면 모든 게 사라진다는 거야. 마치 TV가 꺼지는 것처럼.”
“귀신이 TV처럼 꺼져요?”
“귀신이란 건 없어. 영혼이든, 귀신이든, 사람이 만들어낸 미신이라는 거지. 죽은 뒤에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다는 바람이 만들어낸 환상이야.”
“우린 죽었다면서요. 나는 누구에요? 아줌마는 누구인데요?”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연신 뒤에서 건너왔다. 나도 모르게 복잡한 감정을 입에 물었다. 잠시 불편한 듯 의자 위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우린 그냥…… ‘데이터’잖아.”
“데이터?”
“응, 데이터……. ‘마리아(MARIA)’라는 가상세계에 보내기 위해, 사람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거야. 뇌에서 자아를 담당하는 부분은 죽어서도 오래 그 기능을 유지하거든. 그 부위를 전자신호로 바꿔서 데이터로 가공한 거지. 귀신도 영혼도 아니라고.”
“왜 그렇게 만든 건데요?”
“그야…… 바깥에서는 죽었으니까. 사라지지 않으려면, 어딘가에 가둬둘 수밖에 없나보지.”
내가 말하고 자괴감에 몸을 떨었다. 가둬둔다는 말이 너무 적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마리아(MARIA)’가 만든 가상현실에 갇혀 있는. 그리고 이 몇 평도 안 되는 우주선에 갇혀 있는.
귀신도, 영혼도 아닌…… 컴퓨터에 갇힌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