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실종으로 촉발된 기이한 사건들의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의 스릴과 긴장감이 돋보이는 공포 중편소설 「물기가 마르기 전에」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오래된 원한이 현대 사회에 등장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불가피한 시차나 「엘리멘탈」의 웨이드처럼 특정한 방법을 활용한 이동 설정 등을 이야기의 재료로 색다르게 이용한 점이 흥미롭다.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영화나 시리즈를 보는 감각으로 한 호흡에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는 이야기이니, 서늘한 겨울의 끝에서 함께 읽어 보시길.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한 호흡으로 내달리듯 읽는 현대판 물귀신 괴담
2023년 7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고전적인 물귀신 괴담을 변주한 신개념 공포 추적극!
마트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생 설아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자정 무렵 힘겨운 목소리로 자신을 데리러 올 수 있겠냐고 묻던 전화를 마지막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백방으로 동생을 찾아 헤매던 중, 많은 도움을 받고 있던 설아의 절친 한규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는 최근 며칠간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 같다는 불쾌한 느낌과 각종 기현상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동생이 실종된 와중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고 있는 한규가 못마땅하지만, 그의 몸에 생겼다는 시커먼 멍 자국이 설아한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놀란다. 오랜만에 재회한 동생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먹먹함을 느끼던 나는, 그날 새벽 기괴한 얼굴의 형체가 나오는 악몽을 꾸고 난 후 자신의 몸에도 비슷한 멍 자국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물기가 마르기 전에」는 물속에서 사람을 잡아당기는 고전적인 물귀신 괴담을 새롭게 변주한 흡인력 있는 공포 소설이다. 우연히 발견한 인적 없는 계곡에 놀러 갔다가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고전적인 공포 설정을 바탕으로 하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집요한 시선과 날마다 반복되는 악몽, 선명하게 몸에 새겨진 멍 자국 같은 기표(奇表)의 섬세한 활용과 더불어 무엇보다 ‘물’ 그 자체를 매개로 한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극 형태로 풀어내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미지의 존재의 실체를 밝혀내는 탐문 과정에서 오는 고전적인 으스스함도 있지만, 달라진 시대에 등장한 오래된 원념에 대한 고찰과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화려한 액션 씬, 그에 더해 한 번 더 타격감을 선사하는 반전까지…… 익숙함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설정을 녹여내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작가의 고민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특히 공포의 주체마저도 단순하게 대상화된 존재가 아니라 서사를 충분히 부여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냄으로써 작가 특유의 감성은 물론 여운 있는 결말까지 한데 느낄 수 있다. 첫 화부터 쉬지 않고 한꺼번에 내달리듯 읽어 내려간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역시 여름은 공포 소설을 읽기에 더없이 제격인 계절이라는 것이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