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바다에서 내려온 얼음이 녹는 5월이면 대구를 잡으러 각지에서 몰려오는 배로 분주해지는 해덕 포구. 열네 살 소년 진은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함파라는 뱃사람에게 일을 배우게 된다. 외지인의 편리한 용품을 쓰기보다 주낙을 만드는 법부터 익히라는 노인의 고집스러운 방식을 따르며 뱃일에 적응해 가는 나날. 그 와중에 포구에서 묘령의 여자 해랑이 함파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광경을 구경하는 일은 어느새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그런데 함파와 해랑이 나누는 대화는 어딘가 기묘하고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해랑의 춤」의 무대는 시대의 물결에 어쩔 수 없이 휩쓸리고 마는 어촌이다. 풍어철이면 화려하고 떠들썩한 도시처럼 변모하지만, 자세히 상황을 들여다보면 주민들의 노동은 어느새 외지인 선주들을 위한 것이 되고 문화 역시 격변하여 고유의 풍습은 희미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사람과 바다의 생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데, 작품은 소년의 눈을 통해 이런 쇠락 속에서 버텨 가는 환상적 존재의 사연을 섬세하고 담담히 그려 낸다. 끝을 짐작할 수 있기에 더욱 여운이 깊은 이야기다.
*본작은 제6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