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의 사망 장면에 이입하는 취미가 있는 프리랜서 수현은 친구의 주선으로 가게 된 술자리 겸 소개팅에서 밝음을 만난다. 수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호러를 즐겨 보는 밝음에게 호감을 느끼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필름이 끊기고 만다.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다시금 찾아온 두 번째 만남. 새로 생긴 술집에서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또다시 수현의 의식은 중간에 끊기고 만다. 수현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되고 밝음을 의심스럽게 여기는데…….
신체강탈자 요소가 있는 호러 단편 「위탁관리」는 착착 감기는 대사와 실감 나는 상황 묘사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놀라운 흡인력으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작중 주인공은 호러 영화에 심취하는 이유를 “어떻게 살아도 저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철저한 자기위로”라 밝히는데, 이 단편을 결말까지 읽는다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다만, 식전후를 피하여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