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첫째 주 편집부 추천작

죽음의 세계를 뛰어넘는 삶에 대한 집요한 믿음을 간직한 작품

죽음과 삶, 관계의 굴레를 깊이 있게 사유하며 고차원의 감수성과 세계관으로 확장되는 감성 판타지 소설 「고래뼈 요람」은, 『영혼의 물고기』로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김유정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유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 역시, 관계의 문제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과 남다른 감수성으로 애틋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독자들을 끈기 있게 사로잡는다.

‘크리스티안’은 마을에서 일손이 필요한 사람들을 거들며 살고 있는 열다섯 살 소년이다. 술을 마시며 사고를 치는 우편배달부 형인 ‘줄리크’와 함께 백 살도 더 넘은 하숙집 여주인 ‘이네스’의 집에 산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거대한 고래가 하늘을 점령하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마을은, 다름 아닌 꿈으로 무장한 일시적 몽환의 세계. 살아생전 풀지 못한 인연과 관계들이 한데 만나게 되는 이 마을 안에서, 모두는 업보처럼 악몽 같은 관계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크리스티안과 이름과 외모마저 흡사한 ‘크리스티아네’라는 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마을에 있는 저마다의 사연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거대한 두 세계를 교차하며 나아가는 「고래뼈 요람」은 현실에서의 삶에 더 강하게 천착하는 작품이다. 보다 폭넓은 생의 의지와 따뜻함으로, 꿈같은 죽음의 세계보다는 발붙이고 선 현실의 세계를 끊임없이 갈구하며 앞날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종용한다. 과거와 죽음을 넘어 스스로 회전하는 세상이 되라고 말이다.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온기로 가득한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