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가 죽어야 할 이유보다 많았다. 죽음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단 천만 원을 갚을 수가 없어서. 다만, 죽고 나서 발견될 때는 조금이나마 깔끔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싶었다. 가장 비싼 청바지와 아이보리색 목폴라 티를 입고 목을 맨 ‘김인영’은 ‘홍란’이라는 어느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첫째 오빠와 둘째 오빠와 함께 외딴집에 놀러 간 홍란은 그만 거기서 끔찍한 일을 겪고 만다. 오빠의 배 위에서 겅중겅중 뛰어 노는 꽃신, 바람이 없어도 펄럭이는 붉은 깃발……. 그러나 그 참사는 불행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금지된 방술과 양반 가문에 얽힌 추악한 비밀, 그리고 홍란이 김인영을 찾아온 이유가 찬찬히 드러난다.
「외딴집」은 한국적 샤머니즘과 호러에 충실한 작품으로, 길지 않은 분량 내에 기승전결을 빼곡하게 채운 한편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묘사들이 섬세하게 이어지는 수작이다. 잔인함과 누군가에 대한 공격으로 빠지기 일쑤인 일반적인 공포 소설의 결말과는 달리, 다른 누군가를 신경쓰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다소 가슴이 뭉클해지는 마무리를 갖춘, 2020년대다운 공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무당과 귀신, 양반에 대한 이야기가 고팠던 한국 공포의 팬이라면 이 작품을 그냥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