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정엽에서 시작된 암의 전이가 심각해진 해성은 아버지의 간청으로 병원에 입원해 보호를 받는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해성은 이모가 사준 캠코더로 병원을 촬영하는데, 그가 촬영한 환자들이 사망하자 불길하다며 병원 내에서 소란이 일어난다. 죽은 환자의 보호자에게 맞은 다음 날, 혜성은 나에게 ‘604호’라고 적은 종이를 건네고 이윽고 604호 환자가 사망한다. 다시 만난 해성은 이번엔 ‘809호’라고 적은 종이를 건네주는데…
화자는 해성이 캠코더로 찍은 환자가 죽고 쪽지에 적힌 호실의 환자가 죽는 기이한 현상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잔잔한 어조로 들려준다. 병원이라는 배경과 죽음을 예견할 수 있다는 소재를 바탕으로 미스터리한 공포감을 형성하고 해성의 캠코더를 이용해 불가해한 현상에 대한 답을 추구해 나가며 조용히 긴장감을 더해간다. 그러나 도달한 진실은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지극히 냉혹한 현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