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사소한 벽 곰팡이로 인해 촉발된 거대한 불행의 도화선

수미네 가족은 어느덧 미국 이민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언제나 강제출국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고와 인종차별까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며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6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온 이후에는 노후한 시설로 집 안 곳곳에 성한 곳이 없었는데, 이윽고 두 아이들의 피부와 호흡기에까지 문제가 생기고 만다. 의료보험을 받지 못하는 처지라 고민만 커져가는 가운데, 아파트 관리팀에서 보낸 백인 수리 기사가 벽 곰팡이 문제가 심각하니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는 진단과 조언을 건넨다. 한편, 수미는 설상가상으로 둘째 아이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교장 손자로부터 끔찍한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데…….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작품집에 수록된 본 작품의 황희 작가는 이후에도 「얼음 폭풍」 등을 발표하며 동양인 이주민의 두려움과 불안을 공포 장르를 통해 날카롭게 표현해 왔다. 집 꼴은 엉망인 데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혐오로 점철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어 안팎으로 극심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주인공 가족의 처지는 개탄스러울 정도로 현실적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언뜻 사소해 보였던 곰팡이에서 시작된 불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 서사 구조가 인상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세심한 복선으로 등장인물들의 다중적 면모를 영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이를수록 더욱 극대화 된 공포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