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불행은 사소한 벽 곰팡이로 인해 일어났다.
이민자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인종차별주의자를 만나는 것이다.
*
미국 이민 3년째에 접어드는 수미의 가족은,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지은 지 60년이나 된 이곳 낡은 아파트로 이사 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멀쩡하던 천장의 백열등이 갑자기 부엌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박살이 난다든지, 고장이 난 싱크대 하수구 구멍에 손을 집어넣는 순간 구멍 속에 설치된 블라인드 칼날이 갑자기 돌아간다든지, 하는 일들이 이곳에선 종종 일어났다. 그때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 측과 성가신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오늘도, 수미는 고장 난 변기 때문에 짜증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관리 사무소에 수리 기사를 보내 달라는 전화를 며칠 전부터 했음에도 아파트 측에서는 아직까지 수리 기사를 보내 주지 않고 있었다.
다시 독촉을 할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수미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다행히 수리 기사가 와 주었다. 그는 어이없게도 단 몇 분 만에 변기를 손보고 돌아갔다. 단 몇 분이면 될 것을 수미의 가족은 사흘을 시달렸던 것이었다.
어쨌든 이제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그녀가 안심할 때였다. 그러나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침부터 자꾸 눈이 가렵다고 보채던 작은딸 현우의 눈이 오후가 되자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어제는 큰딸 현정이가 숨을 쉴 때마다 목이 가렵고 코가 막힌다고 하소연하더니 오늘은 현우의 눈이다.
수미는 이 모든 것이 석윤이 피우는 담배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는 담배를 모조리 찾아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그런데도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부기가 더욱 심해지자, 수미는 집 안을 환기시키고 아이들의 이불과 베개를 삶아 빠는 등 하루 내내 수선을 피웠다.
석윤이 어제 아이들을 데리고 실내 수영장에 갔다 와서 그런가 하고 말하자 수미는 온갖 인종의 분비물이 둥둥 떠다니는 그 더러운 공동 풀장에 왜 아일 데리고 갔느냐며 화를 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현우는 더욱 눈을 비벼 대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만 할 것 같았지만, 의료보험을 받지 못하는 관계로 병원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무거웠다.
“내일 아침이 되면 괜찮아질 거야. 엄마가 안약 넣어 줄게.”
수미는 아이의 눈에 안약을 넣어 주며 내일 아침엔 모두 나아 있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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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현정이의 숨넘어갈 듯한 기침 소리에 깨어난 수미는 착잡한 마음으로 아이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 같은 것은 없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는 사실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낯선 나라에서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짓누르는 요소였다.
수미는 이불을 제대로 덮어 준 뒤 아이들이 깰까 조심스레 방을 나와 부엌으로 들어섰다. 시커먼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급하게 싱크대 밑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빌어먹을 바퀴벌레 새끼!’
수미는 바퀴벌레의 등을 콱 눌러 밟았다. 그 순간 부엌의 장판 바닥 위로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물이 튀어 올라왔다. 수미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악! 여보! 큰일 났다! 얼른 나와 봐 좀!”
수미의 다급한 소리에 아직 잠이 덜 깬 석윤과 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비실거리며 뛰어 나왔다.
“부엌 장판 밑에 물이 가득 찼어!”
삽시간에 장판 바닥 위로 악취와 함께 시커먼 물이 흥건히 고여 올랐다. 물 위로 시커먼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관리 사무소에 전화해!”
“아직 문 여는 시간 안 됐잖아?”
“그럼 응급 상황 때 거는 전화번호 있잖아! 카펫까지 물이 가면 어떡해!”
“전화는 네가 해!”
다급한 그 순간에도 석윤은 전화를 걸어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할 수 있다면 수미에게 떠넘기고 싶었다.
“나 영어 잘 못하잖아! 특히 전화는 더 그래! 알잖아!”
회피하려는 석윤이 못마땅해진 수미는 언성을 높였다. 수미 역시 석윤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도 못하는 건 마찬가지야!”
그렇게 쏘아붙인 석윤은 억지로 전화기를 들었다. 석윤이 전화를 하는 동안 수미와 아이들은 서둘러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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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다 되어서야 나타난 관리기사들은 기계로 물을 빨아들이고 장판 바닥을 모조리 뜯어냈다. 그들 중 성격이 유난히 까다로워 보이는 백인 관리기사가 장판 바닥과 근처 카펫을 유심히 살펴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시청 위생과에 고발하는 것이 좋겠어요. 여기 핀 벽 곰팡이는 아주 심각한 위생 오염 케이스입니다. 특히 아이들 건강에 해로워요.”
수미는 시청 위생과, 위생 오염이라는 용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백인 남자의 어투에서 왠지 심각성을 느꼈다. 게다가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시퍼런 덩어리 위에 검은 털이 잔뜩 난 곰팡이들이 정말로 번식하고 있었다. 수미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곰팡이가 장판 밑에 숨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곰팡이? 헬스해저드? 그게 아이들이 아픈 것과 연관이 있었다?’
백인 남자는 내일 다시 와서 새 장판으로 갈아 주겠다며 뜯어냈던 장판을 대충 덮어 놓고 돌아갔다. 그녀는 ‘아이들 건강’을 염려해 주는 듯한 백인 남자의 행동에 든든함을 느끼며 그의 이름을 달력에 적어 두었다.
다음 날, 히스패닉 일꾼 세 사람이 일을 하러 왔다. 하지만 어제 왔던 백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 제임스라고 하던 그 사람은 안 와요?”
수미가 묻자, 그들은 대답 대신 묵묵히 장판 바닥을 뒤집고는 곰팡이를 닦아 내는 일을 시작했다. 수미는 ‘알아서 해 주겠지.’ 하고 생각하며 지켜보았다. 그러나 일의 마무리 단계에 오자 일꾼들은 쓰던 장판을 그대로 바닥에 깔고는 못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있던 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New one. I need new one.” (새것, 새것이 필요해요.)
영어를 못하는 것은 그들이나 수미나 피차일반이었다. 수미는 가장 간단한 단어만을 골라 원하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Sorry, no English.” (미안합니다. 영어 못합니다.)
영어를 못하니 말 걸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들은 뒷정리를 하고 도구를 챙겨 떠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수미의 뒷골을 붙잡고 늘어졌다. 장판 바닥만 보면 그 아래서 우글거리고 있을 곰팡이 생각이 났다.
참다못한 수미는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무작정 제임스를 찾았다. 관리 직원 누군가가 제임스는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고 했다. 그만둔 것일까? 아니면……? 수미는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직원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그만 전화를 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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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곰팡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집 안 어딘가에서 곰팡이가 무럭무럭 번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아찔해졌다.
그녀는 곰팡이를 찾아 꼼꼼히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생긴 원인은 분명 옆방 공동 세탁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의 세탁기는 자주 고장이 났고, 헹군 물이 흘러나오는 파이프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거나 다른 곳으로 물이 새곤 했다.
수미는 세탁실과 맞붙은 집 벽을 조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동 세탁실과 마주 붙은 벽 쪽으로 파란 이끼 같은 곰팡이가 자라나고 있었다. 수미는 벽 아랫부분을 시퍼렇게 점령하고 있는 곰팡이를 보며 기겁했다. 곰팡이는 자신이 서식하는 나무를 갉아먹으며 번식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서 번식을 하고 있었을까? 게다가 신발장 바로 옆은 중앙 집중식 환풍기가 있는 곳이 아닌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환풍기가 돌아갈 때마다 집 안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곰팡이 가루들이 날아들어 왔을까? 아이들 눈 속으로, 코로, 입 안으로.
숨쉬기가 갑자기 불편해졌다. 수미는 신발장을 들어내고 카펫을 들춰 보았다. 시퍼런 곰팡이가 검은 털을 잔득 추켜세우고 그곳까지 퍼져 있었다. 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벽 곰팡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중에 어떤 ‘증거’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다음 날 수미는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곰팡이로 인해 썩어있는 벽을 갈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순순히 일주일 안에 사람을 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관리 기사를 기다리는 동안, 곰팡이가 핀 벽을 수십 번 걸레질하고 락스를 뿌려서 닦아 냈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나무 벽 위에 잔털들이 피어 있는 것이었다. 벽 자체를 완전히 들어내거나 곰팡이가 핀 그 부분만이라도 잘라내어 새 나무판으로 갈지 않는 이상은 곰팡이의 번식을 막을 수 없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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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여전히 영어 한 마디 못하는 히스패닉들이 왔다. 그들은 새로운 벽으로 갈아 줄 것이라는 수미의 기대와는 달리, 벽에 핀 곰팡이를 긁어내고는 곰팡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벽 위에 페인트를 덧칠하는 것이었다.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수미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새 나무판으로 갈지 않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그들을 강제로 내보냈다.
히스패닉들은 성깔을 부리는 왜소한 동양인 여자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돌아섰다. 분명 ‘앨리’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앨리가 보낸 관리 기사를 되돌려보내다니, 그런 일은 이 아파트가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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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는 석윤이 빨리 퇴근해 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며 아까부터 거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문밖에서 석윤의 인기척이 나자마자 문을 벌컥 열었다. 미처 석윤이 집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수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격앙된 어조로 설명을 했다. 그러고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당신, 문법엔 문제없잖아. 내가 부르는 대로 써 줘. 내일 아파트 매니저한테 갖다 주고 따질 거야.”
석윤은 수미를 떠밀고 집 안으로 들어와 만사가 귀찮다는 듯 양말을 벗어 던지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관둬. 난 내 일만으로도 머리가 벅차!”
“난 영어가 안 되니까 그러지!”
“안 되면 사전 펴 놓고 해!”
석윤의 목소리에서 신경질이 뚝뚝 묻어났다.
“이게 내 일이니? 우리 가족 일이라고! 애들이 아프잖아!”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석윤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취업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온 석윤은 단기간에 영주권을 딸 수 있는 닭 공장에서 남의 이름으로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불법으로 이민을 왔다는 점은 늘 강제 추방의 공포로 작용했다. 그것 때문에 석윤은 어떤 일을 당하든지 간에 복잡하게 얽혀드는 일은 무조건 피해 가려고 애를 썼다.
“일단 써, 나중에 내가 고칠 테니까.”
마지못해 그렇게 말한 석윤은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꽝 하고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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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는 이제 겨우 열 살밖에 되지 않은 딸 현정과 머리를 맞대고는 내용을 써 내려갔다. 곰팡이로 인해 생긴 알레르기와 눈병, 곰팡이가 아파트에 생긴 원인, 아파트 일꾼들의 엉터리 수리에 대한 성토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벽과 카펫을 교체하고 공동 세탁실을 수리해 달라는 요구가 함께 있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사를 갈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이사 비용을 이 아파트에서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의 내용을 작성하고 나자, 조금 마음이 풀린 수미는 가족을 위협하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한편이 되어 불평 없이 엄마를 도와주는 현정이가 고마웠다.
“학교에선 별문제 없지? 친구들은 어때?”
문득 최근에 들어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왠지 현정은 대답 대신 침울한 표정으로 수미의 시선을 피하는 듯했다.
“엄마가 물었잖아?”
뭔가를 감지한 수미가 재차 묻자, 현정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괜찮아. 에브리싱 이즈 올라잇(다 괜찮아).”
수미는 약간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곰팡이 문제만으로도 벅차 더 이상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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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수미는 단단히 싸울 결심을 하고 석윤과 함께 아파트 관리 사무소로 갔다. 석윤은 출근 시간이 늦어지자 짜증이 난 모습이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매니저 ‘앨리’는 처음부터 거만한 어투로 말했다. 석윤과 수미는 의자에 앉으면서 준비해 간 편지를 내밀었다. 그러나 60대 초반의 고집스러워 보이는 백인 여자 앨리는 읽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수미를 향해 추궁하듯 말했다.
“당신이 일하러 간 우리 관리 기사들을 무조건 돌려보냈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어요. 당신에겐 그럴 권리가 없는데도요. 이유가 뭐죠?”
석윤은 기가 막혔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 사람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그 편지 안에 있으니 먼저 읽어 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모든 것이 설명될 것입니다.”
도도하게 두 사람을 노려보고 앉아 있던 앨리는 마지못한 듯 건성으로 종이 위에 적힌 글들을 훑어 내려갔다. 이윽고 앨리의 시선은, 아파트 측의 관리 부실로 생긴 곰팡이 때문에 이사하겠으니 이사 비용을 대라는 부분에서 딱 멈췄다.
“이사는 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나 이사 비용을 이 아파트에서 대는 일 따위는 결코 없을걸요. 곰팡이는 당신들 문제지 우리 문제가 아니니까요.”
앨리는 결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리 문제가 아니라니! 그럼 누구 문제란 말인가?’
억울한 건 죽었다 깨어나도 참지 못하는 수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앨리는 말이 통할 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긴말할 필요 없어. 우리는 시청 위생과에 고발하겠어! 증거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파트 관리 부실로 생긴 곰팡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눈병과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았다는 것도 의사 진단서를 첨부해서 반드시 밝히고야 말겠어!”
수미는 자제력을 잃고 분에 겨워 부들부들 떨었다. 진정하라는 듯 석윤이 재빨리 수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수미는 석윤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봤어! 그게 당신들 문제가 아니라니! 동양인이라고 깔보나 본데, 됐어! 본때를 보여 주지. 우린 이 아파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어!”
수미는 그렇게 못 박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숨에 걸어 나왔다. 수미가 분하게 생각하는 것은 거의 한 달 동안이나 아이들이 호흡곤란과 안구 통증, 기관지 통증에 시달렸다는 것과 곰팡이들이 둥둥 떠다니는 공기 속에 아이들을 대책 없이 방치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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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는 서툴기 짝이 없는 영어 발음으로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광적으로 떠들어 대던 동양인 부부가 나간 문을 한동안 노려보고 있었다.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이 사는 이 아파트에서는 모두가 앨리를 여왕처럼 받들었다. 앨리의 한마디라면 모든 것이 즉각 시정되었다.
게다가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다는 불평이 접수된 거주인은 즉각 아파트에서 경고 조치를 받거나 쫓겨났다. 흑인과 히스패닉 관리 기사들은 불만이 있어도 감히 앨리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앨리는 아직도 유색인종들이란 지배받아야 할 어리석고 무식한 인종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감히 소리를 지르고 아파트를 상대로 고소를 하겠다니! 그것도 유색인종이! 앨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앨리는 매너아파트를 총괄하는 아파트 본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일라, 문제가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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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온 수미는 다짜고짜 마스크를 가족 수대로 꺼내어 아이들과 석윤에게 쓸 것을 강요했다.
“이게 뭐야!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았어!”
석윤은 마스크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일이 복잡해지는 건 딱 질색이었다.
“저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안 들려? 중앙 집중식이라서 우리가 마음대로 끌 수도 없는데 저게 곰팡이를 불어 날리고 있어. 아무것도 모르고 사는 것이 나았다고? 곰팡이나 마시면서 아이들은 눈병에 시달리고 그렇게 사는 게 나아?”
수미가 바락바락 소리치며 맞받아쳤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석윤과 수미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아빠와 엄마가 자기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모르고도 지금까지 문제없이 살았잖아!”
석윤이 악을 쓰며 말했다. 그 말 속에는 문제를 만들기 시작하는 수미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었다.
“그게 말이라고 해? 얘들 아픈 거 눈에 안 보여? 꼭 다리가 부러지고 피를 흘려야 아픈 거야? 이렇게 살려고 기를 쓰고 미국으로 넘어오진 않았어!”
엄마와 아빠의 화난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자 현우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야 정신을 차린 석윤은 우는 현우를 잠시 보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부엌을 나가 버렸다. 수미는 착잡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갔다.
“엄마 아빠는 가끔 싸우기도 하는 거야. 너희 둘도 싸우잖아. 조금 지나면 또다시 화해하고 나중엔 또 싸우고. 그런 거야. 엄마가 한국 전래 동화책 읽어 줄까?”
수미는 애써 미소 지으며 현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러니?”
수미가 다시 묻자 현우는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잘 거야.”라고 말했다.
“네 동생 왜 저래?”
수미는 큰딸 현정에게 물었다. 현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엄마, 듣고 화내지 말기다. 응?”
“뭐냐니까!”
“오늘 스쿨버스에서 현우한테 어떤 미친놈이 돈을 안 주면 어디 끌고 가서는 꽁꽁 묶어 놓고 총으로 쏴 죽여 버릴 거라고 했어. 시체는 차이나로 보낸다고.”
“뭐? 차이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무식한 새끼! 도대체 어떤 새끼야?”
수미는 죄어 오는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물었다.
“교장 선생님 손자야.”
수미는 딸아이의 답변에 숨이 콱 막혔다. 학교 교장의 손자. 언젠가 먼발치에서 보았던 교장의 이미지는 앨리가 가진 차갑고 이기적인 이미지와 별다름이 없었다. 벌떡벌떡 뛰는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다음에 한 번만 더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땐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이것들을 모조리 확 뒤집어 버려야지. 한 번만 더 그러면 엄마한테 와서 말해, 알았어? 엄마 한다면 하는 성질인 거 알지?”
수미는 현정에게 다짐하듯 엄포를 놓고는 책을 읽어 주려다가 그만 책을 덮고 말았다. 도저히 소리를 내어 책을 읽을 만한 힘이 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자.”
수미가 이불을 다독거려 주자 아이들은 눈을 감았다. 수미는 아직도 부기가 빠지지 않은 현우의 눈을 쓰라린 마음으로 내려다보았다.
*
다음 날 아이들이 등교한 뒤, 수미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책상 위에 놓고 메모지와 연필을 준비해 앉았다. 지금부터는 몽고메리 카운티 관할의 시청 위생과의 전화번호를 찾아 뒤져야 했다.
한 페이지 정도를 훑었을까? 깨알같이 박혀 있는 꼬불꼬불한 영어들이 급기야 과일에 꼬이는 날파리처럼 피곤한 눈앞으로 휙휙 날아다녔다. 토할 것만 같았다. 그 많은 전화번호와 발음도 잘 되지 않는 영어단어들 속에서 관할 시청 위생과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은 전화번호부를 덮고 현정의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뒤 그 집 엄마로부터 전화번호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수미는 미리 종이 위에 자신이 할 말을 영어로 써서 시청 위생과에 전화를 했다. 끝도 없이 통화 중 안내가 계속되던 한참 후에야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저는 실버스프링 매너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불편 사항 신고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운을 뗀 수미는 종이 위에 적힌 장문의 내용을 읽어 주었다. 한참 조용히 듣고 있던 오퍼레이터는 수미의 말이 끝나자,
“담당자 교환 번호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쪽으로 전화하십시오. 전화번호는…….”
이런 젠장! 욕이 절로 나왔다. 수미는 허탈한 채로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교환번호를 알려 줄 거면 처음부터 하지, 젬병인 영어로 처음부터 다시 설명을 해야만 하다니. 수미는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면서 교환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나 담당 대신 자동응답기가 소리를 냈다. 수미는 자동응답기에 사건의 경위를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반드시 전화를 해 달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록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수미는 미국 땅에서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미국의 시스템조차 잘 모르는 이방인이 정의를 규명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뼛속 깊이 느꼈다. 아마도 이길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끙끙 앓고 있던 수미는 가까스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헬로?”
“여기는 매너아파트 본사 수석 매니저 라일라입니다. 당신이 그쪽 아파트 매니저 앨리에게 협박을 했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경고하겠지만 앨리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곧 아파트에서 나가겠다는 소리로 알아듣겠습니다.
당신은 소송에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할 것이며 얻어 낼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생기면 당신은 그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임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아파트를 얻기 어려울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할 말을 마친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심장이 죄어 오며 통증이 일었다. 눈앞이 어질어질한 것이 현기증이 났다. 수미는 서 있던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한마디로 조용히 입 닥치고 살라는 협박이었다.
그들은 한통속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단지 귀찮은 곰팡이는 뿌리까지 다 뽑아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느새 그들에게 수미의 가족은 뿌리를 뽑아내기가 아주 쉬운 곰팡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부서진 의자와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온 수미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재활용 상자를 버리고 돌아서는 앨리와 마주쳤다. 아파트 단지는 늘 그렇듯 행인 하나 없이 고요했다.
갑자기 수미의 가슴속으로 살기가 불끈 솟아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앨리는 거만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잠시 수미를 노려보았다가 이내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수미는 그녀의 등에 대고 한국말로 지껄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니? 더러워서 피하지. 이 미친년아!”
집으로 들어온 수미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석윤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를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석윤의 짜증스러운 대답뿐이었다.
“우리 1년 계약한 거 알아 몰라? 그깟 곰팡이 때문에 사람이 죽진 않아. 지금 이사를 나간다면 한 달치 아파트 비용에 1년 계약 위반 비용까지 내고 나가야 한다는 알지? 그 돈이 있니?”
다시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럼 돈 떼먹고 그냥 한국 돌아가! 다 못 갚은 자동차 할부금도 그냥 떼먹으면 되잖아! 다시는 여기 오지 않으면 돼!”
수미는 꽝!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었다. 아파트 문밖으로 동네 아이들의 목소리에 섞여 현우의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수미는 간식을 만들다 말고 놀라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울어?”
현우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현정이 역시 풀이 죽어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수미는 현우의 눈물을 닦아 내며 물었다.
“그 미친 자식이 나보고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서 집에까지 찾아올 테니 돈을 준비해 놓으래.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도 아빠도 모두 꽁꽁 묶어서 쏴 죽이고 말겠대.”
아이의 말을 듣고 나자 살이 덜덜 떨려 왔다.
“이 개 같은 것들을!”
그러나 다음 순간, 오늘은 금요일 오후고 학교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학교로 찾아가 이야길 하려면 주말 동안을 고스란히 보내야 한다.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이틀의 여유에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었지만 펄펄 끓어오르는 증오를 이길 수가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넌 언니가 되어 가지고서는 뭐 했어! 버스 운전사는 그 새끼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가만있었대? 다른 아이들은 그냥 듣고만 있었어? 말 좀 해 봐!”
애꿎은 현정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터트리고 만 수미는, 가엾게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현정을 보자 그만 눈물이 솟구쳐 아이들의 가방을 빼앗듯 들고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
아이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옳은 신념으로 싸우는 사람은 이기게 되어 있다. 불합리한 것엔 지지 말고 싸워 이겨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교장 손자래, 이래도 미국 살아야 하는 거야?”
수미는 억울한 심정으로 석윤에게 말했다.
“그럼 어쩌라고? 지금 와서 한국에 돌아가면 그야말로 엉망이 될 텐데. 직장은 어떻게 구할 거며 또 아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들도 오히려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거야!”
맥주를 마시던 석윤이 꺼억 하고 트림을 했다. 석윤의 트림에서 닭 피 냄새가 났다. 석윤은 담배를 꺼내 들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럼 아이들에겐 뭐라고 말해? 매번 악당이 이긴다? 돈 있는 놈이 이긴다? 불의를 보고도 남의 일이면 상관하지 마라? 쥐 죽은 듯 큰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 죽어라 영어나 배워라?”
“사실 세상이 그렇잖아. 아이들한테도 너무 이상만 가르치는 것도 좋은 건 아냐.”
“정말 그렇게까지 하면서…….”
석윤이 갑자기 수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아참! 낮에 닭 공장 스페니시 친구한테 들었는데 인터넷에 변호사 단체가 있대.”
석윤의 말에 수미도 아이들 일을 잊고 귀가 솔깃했다.
“변호사?”
“응.”
“얼마나 한대?”
“처음에 25불, 매달 17불.”
“야, 싸다……! 존 그리샴의 『거리의 변호사』 같은 데 나오는 변호사?”
정말 현실에도 그런 변호사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석윤은 이것저것 물어 대는 수미의 목소리에서 오랜만에 생기를 느끼고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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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변호사는 수미와 석윤에게 사건의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한 자료를 요구했다. (놀랍게도 처음에 25불, 매달 17불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수미는 이미 써 두었던 자료에다 아파트 매니저의 이름을 써 넣으려다가 잠시 주춤했다.
‘정말 실명을 거론해도 되는 걸까? 보복이 따를지도 모르잖아…….’
수미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한동안 종이의 여백을 노려보다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앨리’라는 백인 매니저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넣고, 어제 아침에 받은 협박 전화의 내용까지 그대로 옮겨 썼다. “라일라입니다.”로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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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로 수미는 더 이상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 수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함께 별도의 지시가 있기 전에는 접촉을 그만두라는 변호사의 당부 때문이었다.
누군가 알아서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아이들의 문제 때문에 마음 한 곳의 무거움은 가시지를 않았다.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 끝에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소형 녹음기를 꺼내 보았다.
티브이에서는 좥시민법정좦이라는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다. 고소를 한 사람과 고소를 당한 사람 둘이 검사 한 명을 앞에 두고 서로의 결백에 대해 주장하는 프로였다. 무엇이라고 떠들어 대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 수미는 금방 흥미를 잃고 채널을 돌려 버렸다.
‘쾨쾨한 냄새가 나는 곳이면 어디든지 뿌려만 주세요.’ 100퍼센트 균을 죽일 수 있다는 살균 스프레이제 신제품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수미는 스프레이를 잔뜩 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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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에서 돌아와 열쇠를 현관문에 끼우는 순간, 불쑥 한줄기 불길한 예감이 달려들었다. 분명 문을 잠그고 나갔다 왔는데 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수미는 불쾌하게 뛰는 심장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공기가 흘러나왔다. 예감했던 대로 집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컴퓨터는 거꾸로 뒤집어져 있었고 물건들이 바닥으로 내던져져 있었다. 침입자가 있었던 것이다.
거실의 공기 속으로 얼핏 독특한 냄새가 났다. 수미는 냄새를 맡아 보았다. 싸구려 향수 냄새 같은 것이었다. 어디선가 맡아 본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미는 직감적으로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재빨리 카메라를 찾아보았다. 추측대로 곰팡이를 찍어 두었던 카메라가 사라지고 없었다. 수미의 가족에게 겁을 줘서 내쫓으려는 아파트 측의 짓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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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 짓이야. 아니면 앨리 그년 짓이든지! 경찰에 신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