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잔혹한 공포 소설과 정적이고 섬세한 공포 소설 양쪽 모두를 능란하게 해 내는 우명희 작가가 쓴 이번 단편은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양날의 감정을 다루는 정통 호러물이다. 궁금하지만 무섭고, 알고 싶지만 두렵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모두 느꼈을 법한 바로 그 감정, 인간의 ‘병적인’ 호기심이 문제의 포인트인데, 이 지독한 궁금증을 독자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서서히 조여 가는 작가의 말솜씨가 일품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그림에 얽힌 비열하고 잔학한 인간성의 면모를 작가는 가감 없이 그려낸다.
주인공 ‘나’는 사업상 거래 관계인 재일교포 와타나베의 초대를 받아 그의 별장에 방문한다. 평소의 젠틀한 태도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기묘한 모습을 보이던 와타나베는 자신의 조카가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부자인 와타나베에게 그림을 팔러 온 가난한 조카에게 그가 제안한 조건이란, 1년 안에 조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림의 값을 남은 가족들에게 지불한다는 것이었는데……. 어쨌든 공포 작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공식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지켜야 할 것이 열지 말라면 열지 말고, 덮어 두라면 덮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