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노파에게서 얼결에 구입하게 된 낯선 과일로 인해 촉발된 일련의 환상적인 체험담이 펼쳐지는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를 베스트 추천작으로 재선정하였다. 정체성의 균열을 겪으며 괴로운 타향살이를 이어가던 주인공이 미지의 감각을 탐닉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작품으로, 순식간에 몽환의 세계로 빨아들이는 안정적인 분위기 묘사와 탄탄한 필력이 인상적이다.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맛이나 보시게.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눈을 트이게 해주지.”
2021년 10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미지의 과실이 촉발시킨 짜릿한 환희와 공포 속으로
유학차 방문한 나라에서 어쩌다 보니 몇 년째 계속 살게 된 ‘나’는 여전한 경계인의 정체성으로 방황하는 중이다. 외국물 먹으며 공부도 하고 근근이 먹고살게 되었다지만, 지겹고 외로운 타향살이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고국에선 그저 나이 많은 유학생 신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가 귀국 소식을 전하며 같이 들어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도, 이전에 그와 입을 맞췄던 ‘실수’를 떠올리며 명확한 대답을 못 한 채 낡고 존재감 없는 집이 있는 골목길로 홀로 돌아오고 만다. 자신의 처지와 후배에 대한 감정 때문에 이런저런 열패감에 휩싸여 방황하던 주인공에게 좌판의 노파가 불쑥 과일을 권하고, 그는 그날따라 평소에 먹지도 않던 과일을 덜컥 사 버린다. 노파는 그가 산 사과 세 알에 더해 정체불명의 과일 하나를 더 건네며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린 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데…….
오랜 방황과 고독에 절어 있던 주인공이 낯선 과실의 환희를 맛본 후 겪게 되는 몽롱하고 환상적인 경험담이 펼쳐지는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는 짜릿한 갈망의 대상에게 서서히 잠식당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지의 존재를 발아시킨 최초의 행동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과 마지막 결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비정형의 공포를 불어넣는 일관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