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우주 유람선 ‘미톨로지아’에는 승객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천상’과 선원들이 머무는 ‘개미굴’, 그리고 두 곳을 연결하는 ‘사다리’가 존재한다. 지독하게 상징적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세계 최상류층들인 고객들과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직원들 사이에는 양식 연어 스테이크와 정어리 통조림만큼의 적나라한 자본주의 계급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크루즈 내에서 공연을 하는 무용수 팀의 주연과 크루즈 요리팀의 메인 요리사인 안톤 커플이다. 사랑도 아무나와 할 수 없는 세상, 연애나 결혼도 있는 자의 사치라고 말하는 이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젊고 가난한 연인이 가진 선택지는 뻔하지만, 안톤에게는 특별한 옵션이 하나 있다. 그는 크루즈의 AI 선장 불카누스와 뇌로 연결되어 있어 필요할 경우 선장의 대리로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웜홀로 인해 원래 예정이던 항로에서 유람선의 경로가 크게 이탈하면서, 이들은 모두 갑작스러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돌아갈 가능성이 0에 수렴하자, 선장과의 접점이 있는 안톤에게 다른 이들은 불카누스를 해킹하여 쿠데타를 일으키자고 종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뇌에 전해지는 화학 반응에 불과하며, 전기 자극만으로 극강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온다거나 하는 것은 SF에 자주 나오는 설정이다. 「넌 내 안에 있어」에는 이를 뒤집어 감정을 모르는 인간에게 뇌 수술을 통해서 감정을 알게 할 수 있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본래 이기적인 사이코패스였던 안톤은 몇 번의 뇌수술을 거쳐 사랑도 감정도 아는 인간으로 거듭났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임을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결국 위기 앞에서는 불필요한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 불길한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미톨로지아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감정이 없는 ‘기계’에게 선택권을 넘겼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에 대한 다소 익숙한 단상이지만, 작가가 유머와 로맨스와 호러를 적절히 뒤섞으며 완급을 조절하고 있어 극적 장치가 가득한 흡인력 강한 작품으로 마무리되었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