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에 닥친 ‘대오염’으로 지구는 생존하기 위태로운 환경이 되었고, 그사이 안전구역인 ‘요새’ 안에 거주하는 신체를 기계화한 자들만이 인간으로 취급받게 되어 버린 미래. 「리시안셔스」는 ‘타인에 대한 태도’를 의미하던 인간성이 낡은 개념이 되어 버리고 ‘내가 갖춘 조건’이 기준이 되어 버린 시대에, ‘요새’ 바깥에서 태어난 비인간 진의 시점으로 극심한 차별이 존재하는 디스토피아의 양상을 그린다. 인간성의 의미, 그리고 현재의 인간과 반려생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리시안셔스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우린 인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어.”
2021년 4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환경 파괴가 불러온 격차 사회에서 ‘인간성’이 의미하는 것은?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사망케 한 ‘대오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중, 부유하고 여력이 있는 이들은 신체를 기계로 교체하여 안전 구역인 ‘요새’를 건설해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계획을 도모한다. 그리고 수백년이 흐르는 동안 ‘인간’에 대한 정의는 1)반영구적인 향상된 인공 장기로 신체를 업그레이드하고 2)150년이란 긴 생명을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헌신하는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변모했다. 요새 바깥에서 병약한 몸으로 태어난 이들은 소위 ‘미등록’이라 불리며 짧은 생을 마감하지만, 아주 드물게 ‘공생인’ 또는 ‘반려인’으로서 요새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했다. 요새 안 학교 교사인 규희에게 입양되어 ‘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나. 그러나 이전에 규희 곁에는 또 다른 미등록들이 있었는데.
「리시안셔스」에 그려지는 디스토피아는 그야말로 암울하다. 척박해진 지구는 안락한 요새를 제외하고는 살기 힘든 환경이 되었지만, 행성 재건이나 이주 계획 같은 타개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이, 빈부 격차를 넘어 신체 능력과 수명에서마저 발생한 극단적인 차이가 인류를 갈라 놓아 버렸다. 작품은 ‘주인’의 지위에 있는 미래 시대의 인간과, 그와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없는 미등록 사이의 관계를 통해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던진다. 자신에게 없는 인간성을 끝없이 갈구하지만, 최후에 의지를 발휘하여 어떤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먹먹한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