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숏터뷰] 두 번째 게스트: 오메르타 작가 편!

2022.1.3

“제가 공공연히 밝혀 온 최종 목표가 ‘김태리와 나나 투톱으로 내 소설 영상화’거든요.”

브릿G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특별 코너 ‘브릿G 숏터뷰’의 첫 번째 게스트로 참여해 주신 유권조 작가님 편 숏터뷰(↗)는 모두 읽어 보셨죠? :cool: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두 번째 게스트를 새롭게 모셨는데요, 바로 오메르타 작가님입니다! 오메르타 작가님에 대해서는 편집부 추천작이 업데이트되는 격주 수요일에 맞춰 ‘옴픽 큐레이션’을 꾸준히 발행해 주시는 일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두 가지 필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적 모티브가 엿보이는 참신한 작품 활동 등 다양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10가지 이내의 질의로 진행되는 숏터뷰 요청에 역시나 위트 넘치고도 풍성한 이야기를 두루 전해주셨는데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니 올해 첫 매거진을 함께 읽고 오메르타 작가님께 많은 격려와 응원, 그리고 후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wish:

인터뷰 하단에 마련된 이벤트도 있으니, 꼭 함께 확인해 보세요!

 


 

Q. 2020년 6월, SF 로맨스 단편 「토탈 이클립스」 공개를 시작으로 브릿G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언제나 왕성한 활동을 해주고 계셔서인지 훨씬 더 오래전부터 뵌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처음 공개하신 이 작품은 인류 멸망을 앞둔 한 연인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루는데요, 이 작품은 어떻게 집필하였고 브릿G에 어떤 계기로 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글을 쓰고 공개적인 곳에 게시하기 시작한 지 채 2년이 안 되어, 한창 관심이 고플 나이인 오메르타입니다. 숏터뷰 두 번째 게스트로 소개해 주시니 매우 기쁘고 영광이에요.

인류 멸망 혹은 지구 멸망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아요. 백 년 후일지 천만 년 후일지 하는 시기의 문제이지, 사실상 피할 수 없는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양한 상상을 해보곤 하지요. 그런 내용의 소설이나 재앙 영화도 좋아라 하는데, 「토탈 이클립스」에 차용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역시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입니다.

「토탈 이클립스」를 쓰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를 꼽자면 그건 당시의 미국 대통령이었어요. 그가 앞장선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인류 멸망의 지름길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는 가난과 부패를 견디지 못해 생존의 희망을 찾아 떠난 남미의 카라반 행렬을 외면했고, 아프리카를 똥통 국가들(shithole countries)이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생각해봤죠. 아프리카에 혜성이 충돌한다면, 그 충돌로 인해 아프리카는 멸망하지만 이외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 예상된다면, 과연 그때도 “단 하나도 잃고 싶지 않아”라는 주제곡이 히트했던 영화 〈아마겟돈〉처럼 미국이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것인가.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실은 「토탈 이클립스」와 겹쳐진 이야기도 쓰는 중이었어요. 내용 중에서 양심선언을 한 NASA 관계자가 나오는데, 그 사람의 딸이 콩고의 밀림에서 유인원을 연구하는 중이었다는 설정입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칠드런 오브 멘〉에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콩고』를 덧칠하는 원대한 구상이었어요. 그런데 미국 정세가 파국으로 치닫고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탄핵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더라고요. 대통령이 바뀌기 전에 이 단편을 어디엔가 공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랴부랴 브릿G에 작가 계정을 만들고 글을 올렸지요.

그 이후로 여러 작품들을 읽고 배우며 작가님들과 인사도 나누게 되고, 또 브릿G의 다양한 기능과 재미난 요소들을 즐기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Q. 단편 「토탈 이클립스」도 그렇지만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나 모티브가 많이 엿보여요. 단편 「이딴 게 초능력?」에 언급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나 「손편지」의 〈우리들〉, 숀 코너리의 마지막 007시리즈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같은 제목도 그렇고요. 영화를 보고 얻은 심상을 소설에 활용하는 걸 즐기는 편이신가요?

A.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지금 기준으로는 불법에 가깝지만, 조그만 강당에 롤 스크린을 설치하고 국내 미개봉작들을 상영하는 곳도 자주 갔어요. 음악도 해마다 해외 페스티벌을 다녀올 정도로 굉장히 좋아하고, 물론 책도 장르를 따지지 않고 사랑합니다. 저에게 이들은 그냥 ‘좋아하는 것’이라는 대분류 안에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글을 쓸 때도 이것저것 섞여 들어가는 것 같아요.

특히 영화나 소설을 감상하고 나면 ‘이 설정을 이 방향으로 살짝 바꾸면 어떨까?’, ‘이 스토리에 이런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 어떨까?’ 하는 상상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런 아이디어들을 메모해두었다가 글을 쓸 때 발전시키곤 하지요. 참신함은 결국 익숙함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과도한 생경함은 자칫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릴 때 즐겨 봤던 미드 〈레밍턴 스틸〉의 주인공과 지금도 방영 중인 〈NCIS〉의 토니 디노조 캐릭터가 수시로 영화를 인용하는 장면들을 매우 좋아해요. 시나 소설의 한 구절, 영화의 장면, 혹은 노래의 가사를 대사로 치는 것이 묘한 짜릿함을 주지 않나요? 인용한 내용을 알아채는 감상자와 순간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고요.

다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경우에는 약간의 후회가 남는 부분도 있는데요. 제목을 고민하던 즈음에 숀 코너리 경께서 돌아가셔서, 추모의 의미도 담을 겸 그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았던 영화 제목을 따온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어쩌면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 이전에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고전의 제목을 쉽게 갖다 쓰는 것이 게으르고 무례하다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전적이 있으니 속으로만 앓았죠. 게다가 그런 제목은 트위터나 포털에서 독자 반응을 검색하는 것도 힘들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제목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십시오!

 

 

Q. 단편 위주로 활동을 하시다가 2021년 7월 처음으로 브릿G에 장편 「저승 이주 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하셨어요.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MZ세대 ‘윤기린’의 저승 탐방기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로 현재 1부가 완결된 상태인데요, 이 연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추천평에도 썼지만 1화부터 ‘브릿지(게임X, 부분 염색X, 운동 자세X, 저희 플랫폼O)‘는 물론 이산화 작가님의 히트 단편 「증명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브릿G 전용 메타 개그를 넣어주셔서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의도된 연출이었겠죠? 이렇게 자잘한 설정을 비트는 유머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보는 독자 입장에서도 물론 재밌고요.

A. 「저승 이주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15년이었어요. 좋아하는 소재인 ‘지구 멸망’을 갖고 놀다가 떠오른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죠. ‘지구에서 인류가 더 이상 생존을 할 수 없고, 우주 어디에도 새로운 터전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승에 가서 살면 되지 않을까?’, ‘저승에서 살아가던 망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갈등이 생기게 될까?’ 이런 생각들이었어요. 꽤 긴 이야기가 될 내용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2020년 브릿G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써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첫 부분만 계속 다시 쓸 뿐 진척 없이 몇 년간 이런저런 설정들만 더해가며 숙성시켰더랬죠. 그러다 브릿G 활동을 하게 되고, 조금씩 자신감도 생겨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말씀해 주신 ‘브릿지’나 ‘증명된 사실’은 물론 브릿G에 연재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추가한 내용들입니다. 단어를 일부 변형하거나 중의적 표현, 또는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라임으로 말장난하는 것을 좋아해요. 자칫 아재 개그가 되어 비웃음조차 받지 못할 위험도 있지만, 타고난 탁월한 재능으로 꽤나 위트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지요. 하핫.

 

 

Q. 커피와 차를 주제로 한 제4회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에서 단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수상 작품집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를 통해 출간작을 선보이기도 하였어요. 또 작품집 출간 이후 작품집의 재미있는 콘셉트로 인해 오디오북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와 수록된 모든 작품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기도 하잖아요. 아직 모든 결과물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어떤 소회를 느끼셨나요?

A.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어요.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고, 글을 써서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라는 호칭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다소 의외이고, 예상과 다른 결과이기도 했어요. 거기에서 어떤 방향성과 스스로의 장단점에 대한 교훈을 얻었지요.

예상과 달랐다고 한 이유는, 사실 저는 그 공모전에 제출한 두 단편 중에 다른 작품인 「파타고니아 환상특급」에 기대를 걸고 있었거든요. 뻔하지 않으면서도 공모전 주제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구상하는 데 꽤 공을 들이기도 했고, 중간중간 몇 분께 피드백을 받아 고쳐 가면서 열심히 썼던 작품이에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손쉽게 썼고요. 그런데 가볍게 쓴 글이 우수작으로 뽑히고, 다른 하나는 심사평도 못 받았지요.

그 결과를 통해서 제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혹은 제가 어떤 분위기의 글을 썼을 때 읽는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초보 작가에게는 스스로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가 출간되었을 때는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촌스럽지만 서점에 가서 책이 진열된 모습을 촬영하기도 하고, 괜히 한 권 구입을 하기도 했죠.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날아온 오디오북 소식은 그야말로 꿈만 같았어요. 제가 공공연히 밝혀 온 최종 목표가 ‘김태리와 나나 투톱으로 내 소설 영상화’거든요. 오디오북은 영상화와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텍스트가 다른 매체로 옮겨진다는 사실은 같잖아요. 말도 안 되는 최종 목표가 조금은 말이 되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자평하고 있어요. 제가 쓴 글을 훌륭한 성우분들이 연기를 해주신다니 기대가 크고, 들으며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멋진 공모전으로 매력적인 작품집을 출간하고,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해 주신 브릿G와 황금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단행본 종이책 출판을 하는 경우엔 때때로 편집부에서 다른 필명을 권해드릴 때도 있긴 한데요.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출간 당시에는 ‘전효원’이라는 새 필명을 쓰셨는데 ‘오메르타’라는 웹상 필명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처음 프로필 소개 글을 봤을 때부터 줄곧 궁금했는데 ‘잘 벼려 낸 칼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손에서 칼을 내려놓은 동안에는 휴대폰과 엄지 두 개를 사용하여 글을 쓴다’는 부분이 호기심을 자아내더라고요. 프로필과 관련해 공개가 가능한 선에서 다른 분들과 나눌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요?

A. 오래전에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제가 음악을 플레이하게 되었어요. DJ네임을 정하라는 친구들의 성화에 마침 눈에 들어온 게 당시 제가 읽고 있던 『고모라』라는 책이었어요.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패션 산업을 어떻게 쥐고 흔드는가에 대한 르포르타주 소설인데, 거기에 ‘오메르타(omerta)’라는 단어가 나와요. 마피아들이 패밀리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침묵의 규율’을 의미하며, 오메르타를 어긴 자는 생명을 빼앗고 입안에 돌을 넣어둔다고 해요. 그때 오메르타를 DJ네임으로 정한 이후로 게임이나 SNS 등의 아이디로 써왔어요. 별칭으로는 옴, 오미, 오믈릿, 에그 등이 있지요.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출간 과정에 편집부에서 주신 메일에도 적혀 있었고, 주변 작가들도 출간 필명은 가능하면 성과 이름으로 구성된 실제 사람 이름 같은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본명을 쓸까 했는데, 같은 이름의 작가분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오멜타, 오메다, 오미자 등등…… 오래도록 머리에 바람을 넣어 봐도 좋은 게 없더라고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저와 0번 독자의 성과 이름을 조합해서 전효원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이름에 로맨스를 한 스푼 담았으니 괜찮은 것 같아요. 실제로 구상과 퇴고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이니 필명을 공유하는 것이 합당하고요.

프로필 소개 글은 정확한 팩트입니다. 실제로 칼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어요. 셰프처럼 폼 나는 일은 아니고, 부처에 가깝지요. 옴 마니 파드메 훔.

그리고 휴대폰 부분도 사실이에요. 그동안 제가 쓴 모든 글은, 지금 이 인터뷰 답변도 포함하여, 전부 휴대폰에서 엄지 두 개로 작성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폰 기본 메모장에 쓰다가 나중에는 글쓰기 무료 앱을 설치했어요. 그러다 「저승 이주 프로젝트」 연재를 위해 조금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스크리브너 앱을 구입해서 현재까지 쓰고 있습니다. 주로 일하는 중에 틈틈이 혹은 지쳐 쓰러진 침대 위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휴대폰이 딱 맞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머리에 직접 연결하는 타자기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Q. 현재까지 올려주신 작품들을 보면 판타지, 호러, 추리, 스릴러, SF, 로맨스까지 다양한 결의 작품 활동을 하고 계셔서 놀랍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로 소설을 쓰는 본인만의 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그건 제가 무식하고 잡식성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십 대 시절부터 『반지전쟁(반지의 제왕)』, 『쥬라기 공원』, 『소오강호』, 『아르세느 뤼뺑』 등 다양한 소설을 장르의 개념도 모르는 채로 그야말로 마구잡이로 읽었어요. 영화나 음악도 특별히 선호하거나 불호하는 ‘장르’는 없거든요. 뭐든지 알긴 아는데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을 맡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이런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건을 겪고 이런 결말을 맞는다’라는 로그라인 하나로 시작할 뿐 장르를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브릿G에 글을 올릴 때마다 장르를 어디에 체크해야 할지 고민하곤 하죠. 이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단순히 초보 작가의 특징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장르 소설을 잘 쓰려면, 그 장르에 대한 지식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알긴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상황이고요. 글쓰기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어서 작법서 등을 읽으며 이제라도 배우는 중입니다. 브릿G에서 정기적으로 주최해 주시는 공모전 덕분에 이런저런 도전을 할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Q. 2021년 4월부터 최근까지, 편집부 추천작이 발표되는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마다 개인적인 추천작을 뽑아 정성스러운 코멘트와 함께 ‘옴픽’ 큐레이션을 공개해주고 계세요.(고백하자면 저도 구독자입니다…) 어쩜 이렇게 매번 다양한 작품을 발굴하고 읽어주시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인데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되셨나요?

A. 저도 옴픽을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옴픽 게시글 서두에 적었다시피 처음 시작은 트위터(@omertaspeaks 팔로워 모집 중↗)에서 편집부 추천작 예상 목록을 올리던 것이었어요. 그런 트윗을 몇 번 올렸더니 ‘백화제방'(↗) 분들이 그 리스트를 브릿G에 올리라고 하더군요.

<<백화제방(百花齊放)은 감사하게도 저를 끼워주신 작가연합인데요. 이연인, 란데릿, 김이삭, pena, 강엄고아, 늠연, 김청귤, 서계수, 화식조, 리리브, 홍레테 등 작가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조언하며 채찍질하는 모임입니다. 뱀을 테마로 한 동양풍 앤솔로지 「백사제방」을 곧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왕 브릿G에 리스트를 올린다면, 그냥 자게에 올리는 것보다는 리뷰어 큐레이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더군요. 그러고 나니 작품별 코멘트도 간단하게나마 적는 것이 좋겠더군요. 그리고 수요일 오후에 실제 편집부 추천작이 공개되면 게시글에 그 목록도 붙여 주면 좋겠더군요.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간혹 시간이 좀 부족한 주간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중간에 이빨이 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좋겠더군요. 그렇게 멈출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제가 픽한 작품이 실제 편집부 추천작으로 선정되면 뿌듯하기도 하고, 회차가 쌓일수록 점점 작가님들이 옴픽에 포함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좋아해 주시니 저도 괜히 으쓱하게 됩니다.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이 더 많은 분들께 읽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만, 제가 브릿G의 모든 작품을 읽을 수는 없고, 전문적인 안목을 갖춘 것도 아니니, 혹시 픽이 안 되셨더라도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말아 주세요.

 

Q. 옴픽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요?

A. 옴픽에 포함된 작품들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편집부 추천작에 선정되지 못한 점이 특히 아쉬웠던 것은 다음 작품들입니다.

마음의풍경

「붉은 별의 조난자」 등 진지한 SF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시는 마음의풍경 작가님의 SF 호러 단편입니다. 평소 스타일과는 달리 아스트랄한 유머가 섞여 있어서 더욱 재밌게 읽었어요.

삶이황천길

작은 시골 마을을 갈라놓은 갈등과 반목이 그 뿌리 깊은 원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결국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호러물입니다. 사태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의 흡인력이 좋아요.

이마콘

서예를 통해 호랑이 같은 존재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대감 가문의 이야기예요. 아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부친에 실망한 연이의 모험담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동화 느낌의 판타지에 여성 서사를 담아낸 성장물입니다.

 

Q.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출간을 기념해 브릿G에 공개했던 매거진을 보니 커피와 디저트에 대한 다양한 취향이 엿보여 놀라웠습니다.(저는 하겐다즈밖에 모르겠더라고요..ㅎㅎ) 실제로 커피, 디저트를 즐겨 찾으시나요? 작가님의 커피 취향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vs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커피)‘ 중 어디에 더 가까운 편인지도 궁금하네요.

A. 디저트는 0번 독자가 좋은 가게들을 잘 찾아내고, 어려운 예약도 척척 해내는 덕분에 맛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감사히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알긴 아는데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이라 섬세한 미식가는 아닙니다. 맛있는 것과 굉장히 맛있는 것을 구분하는 수준이죠.

커피는 정말 좋아해요. 매일 아침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십니다. 다양한 원두를 다른 방식으로 로스팅한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이 매우 즐거워요. 동네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카페들을 탐방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아, 저는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부류예요. 대단한 신조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그렇게 되더군요.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작가들 매거진→

 

Q.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브릿G에 올려주신 다양한 이야기들 중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나의 작품 BEST5’를 꼽아 소개해주세요! 작가님의 만족도와 취향대로 간단한 이유와 함께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cool: 

A. 으아, 제일 어려운 질문이군요!

우선은 제가 지금까지 쓴 글 중 글자 수 대비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서 썼다고 생각되는 「파타고니아 환상특급」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루이스 세풀베다 작가님께 바치는 단편이고, 제목도 세풀베다 님의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에서 따온 것이지요. 당시 트위터에서 주인공 이름을 부탁드렸는데, 장아미 작가님께서 ‘윤기린’이라는 이름을 던져주셨어요. 알뜰한 성격의 소유자인 저는 이 이름을 나중에 「저승 이주 프로젝트」에서 또 써먹게 되죠. 하하하.

알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아끼는 캐릭터를 다른 이야기에서 계속 재활용해 쓰는 연작 비스무리한 게 몇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넛크랙커」 시리즈예요. 넛크랙커는 사법당국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성범죄자들을 직접 단죄하는 안티히어로입니다.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지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풍자적인 톤을 유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호두를 까고 있지요.

저에게 코가 꿰인 또 하나의 캐릭터는 바로 라스베가스 최고의 탐정 ‘에르퀼 보들레르’입니다. 프랑스식 이름을 가진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텍사스 사투리를 쓰지요.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면 양손에 뭔가를 들고 나타나서 놀랄 만한 통찰력으로 순식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멋쟁이 신사랍니다. 그의 첫 번째 활약이 브릿G 2021년 올해의 작품 엽편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까지 해서 참말로 기분이 째지는구만유.

「이딴 게 초능력」은 제 현재 역량으로 저의 아이디어들과 문장 스타일에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는 방향을 깨닫는 계기가 된 단편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그 방향이란 건 이야기의 스케일을 제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짧게 주고받는 대화로 리듬감을 살리는 건데요. 그런 글을 쓸 때는 마음이 편하고 타이핑하느라 엄지가 바빠요. 같은 방식으로 썼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제 스타일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기도 했지요.

물론 초보답게 한 스타일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느낌의 글을 써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한 걸음에 삼백리」예요. 일단 웃음기를 뺐고, 문장도 스토리 진행 위주인 제 원래 스타일에 비하면 묘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죠. 저는 만족합니다. 이 정도면 요즘 대세인 감성 SF도 쓸 수 있겠다 싶어요. 하하하.

 

Q. 마지막은 고정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브릿G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숏터뷰가 만났으면 하는 작가나 리뷰어가 있다면 추천도 부탁드려요. :wish: 

A. 앞으로도 이것저것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겠지요. 여러 공모전에도 계속 도전하고 싶고, 현재 집필 중인 판타지 동화도 세상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저승 이주 프로젝트」는 속도가 조금 늦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반드시 완결까지 쓸 각오입니다.

브릿G를 놀이터 삼아 재미난 일들도 계속 시도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시작한 스레드 소설 「대화가 이어지면 살인은 미뤄진다」()도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소일장 아이디어도 있으니, 적당한 때가 되면 개최해 볼까 합니다. 숏터뷰 첫 주자 유권조 님의 전매특허인 인터랙티브 소설도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 있어서 이리저리 구상 중입니다.

특별히 브릿G에 바라는 점은 따로 없고, 일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 인원이 보충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다음 숏터뷰 주자를 추천해볼게요. 김이삭( 한정우기 ) 작가님은 더 유명해지기 전에 얼른 초대해서 브릿G가 낳은 작가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옴픽을 선정할 때마다 팬심을 감출 수 없는 원앤온리 장아미 작가님의 17년도 인터뷰는 읽었는데, 그사이에 달라진 점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요. 한켠 작가님은 들려주실 얘기가 풍성해서 롱터뷰로 커버해야 할 것 같아요. 배명은 작가님을 모셔서 호러와 한의학에 대해 심도 높은 문답을 나누는 것도 좋겠고, 과학과 SF에 진심이신 사피엔스 작가님의 생각들도 궁금합니다. 이연인 작가님은 아마 숏터뷰 거절하실 것 같긴 한데, 촘촘한 아티클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답안을 다 적고 나니, 궁금하지도 않은 걸 혼자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 같아 조금 민망하네요. 하지만 질문 주신 내용들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몰랐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부분들도 이번 계기에 알게 되었네요. 부족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작품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마무리가 어째 사과문 느낌이 되어버렸네요.

 

 

이미지는 배너와 팝업으로 제 사진을 사용하면 브릿G의 품위 유지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저희 집 반려인형인 ‘개쿠리’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광란의 파티 후 녹초가 된 모습이네요.

본 인터뷰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오메르타 작가에게 후원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heart: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긴급 공지(?!) 이벤트 경품을 교체했습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인터뷰에 대한 감상이나 오메르타 작가님께 전하는 응원의 한마디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총 10분께 골드코인 10개를 적립해드립니다.

☑️ 1번 댓글과 함께, 여러분의 커피 취향(얼죽아 vs 쪄죽따)을 알려주시는 2분께 선택하신 취향의 커피 선물을 추가로 드립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오메르타 작가의 유료 작품(다이아몬드는 영원히 / 이딴 게 초능력? / 토탈 이클립스)을 1편 이상 구입하신 분들 중 3분께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단행본을 드립니다.(종이책/전자책 선택 가능, 마일리지 구매 건도 정상 응모)

이벤트 기간: 2022년 1월 3일(월) ~ 2022년 1월 16일(일) / 당첨자 발표: 2022년 1월 17일(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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