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처음 추천평을 썼을 때에, 이 글이 ‘테이스티 공모전’에 나올 거라는 예감을 했음에도 내심 탐이 났다. 올해 상반기 중 출간 예정인 아스트랄 프로젝트 단편선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테이스티 문학상 본심에서 “커피를 식지 않게 하려는 단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대학생 여주인공의 광기 어린 액션극”이라는 평을 들었는데, 여기서 ‘광기 어린’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고 본다. 읽는 내내 음모론을 떠올리게 만드는 황당무계한 전개에도 시종일관 도수 높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은 그 진지함 덕분에 더더욱 웃음을 불러 온다. 그 광기 어린 진지함이야말로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이라서 독자들은 멱살 잡힌 채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일상 속 비일상을 사랑스럽고 귀여운 유머를 담아 매끄럽게 풀어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인지라, 우리는 부담감 없이 여주인공의 호쾌한 모험담을 지켜볼 수 있다. 자, 어서 팝콘을 가지러 가자.
이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올게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빵 터지는 웃음 가득한, 사랑스럽게 미친 작품
2020년 10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이 한 잔의 커피가 식기 전에 그가 돌아올까?
“이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올게.” 대꾸도 듣지 않고 붙드는 손길을 뿌리치며 황급히 사라져 버린 남자친구. ‘나’는 ‘이거 무슨 삼국지의 패러디냐’ 하는 생각과 함께 오래된 커피 메이커를 꺼내 커피를 가열한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 잔이 식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5~20분. 하지만 커피 메이커에 든 커피는 계속 가열될 테니 이제 그 시간이 무한정 늘어나게 된 셈이다.(증발에 대한 문제라면 잠시 잊자.) 남자친구의 난해한 말에 대한 오기로 시작된 커피 데우기는 다음 날부터 집 안에 침입자가 들고, 집 주소를 모르는 동기가 찾아와 커피를 요구하고, 커피 메이커를 들고 집을 나서는 나에게 물을 끼얹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점차 예상을 벗어난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마치 온 세상과 온 우주가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커피가 식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한 상황 속에서, 나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커피 한 잔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놈의 따듯한 커피 한 잔에 담긴 비밀이 무엇일진대 이토록 모든 이들이 그녀를 방해하는 걸까? 하지만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커피 메이커를 사수하는 주인공의 행보는 실로 유쾌하고 깜찍하다. 직진밖에 모르는 과감하고 용감한 여주인공에게는 그저 가벼운 웃음으로 마무리된 결말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였을 지점을 가볍게 포장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너무 진지한 시각으로 읽지만 않는다면 분명 로맨틱한 순간도 있다. 예를 들면, ‘열역학 법칙’이라든가.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