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숲 아래에서

  • 장르: 추리/스릴러, 일반 | 태그: #미스테리 #드라마
  • 평점×20 | 분량: 151매
  • 소개: 날카롭게 머릿속을 헤집는 어느 날 밤의 몽롱한 기억. 끝을 향해 달려가는 가족이란 이름의 타인들. 만월의 밤, 싸늘하게 식은 몸을 싣고 우리는 밤나무 숲으로 향한다. 입 벌린 어둠... 더보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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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널 끌어들였어…….”

어머니의 재혼으로 생긴 새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소녀에게 은근하게 다가오는 새아버지의 손길은 혐오스럽지만, 그녀 주위를 맴도는 어두운 그림자는 비단 새아버지 하나뿐만이 아니다. 다소 클리셰에 가까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 전개를 매끄럽게 풀고 있다. 『밤나무 숲 아래에서』는 축축하고 습한 어둠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감각적인 스릴러로,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두운 숲속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 두 사람의 흔들리는 실루엣이 눈앞에 그려지는 감각을 맛볼 수 있다.

2020년 9월 1차 편집부 추천작

가족이라는 껍데기를 두른 추악한 욕망을 그리다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 두 아들과 의붓남매가 된다. 화자는 자신의 가족 속 여러 관계를 조명하는데, 차분한 묘사는 절제가 느껴짐에도 농도 짙은, 축축한 푸르름으로 다가온다. 나와 오빠, 나와 동생, 나와 새아버지, 나와 엄마. 주인공이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는 순간, 그녀의 가족 사이에는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가족이란 껍데기로도 감춰지지 않는 소녀를 향한 욕망들보다 더 슬픈 건, 딸을 외면한 채 보호하지 않는 엄마의 존재, 초경을 시작한 딸의 속옷 사이즈조차 헷갈리는 엄마란 인물과의 관계성이다.

한편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의 오빠와는 달리 동갑이지만 말수가 적고 늘 무엇과 싸우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생은 격렬한 대조를 이룬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오빠와는 달리, 초반에는 흐릿하고 모호한 인상만 주다가 이야기의 흐름을 타고 차츰 색을 입는 동생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밤안개가 드린 축축한 밤나무 숲, 비릿한 밤꽃 향기가 가득하던 그 어두운 밤 아래 의붓남매는 둘만의 비밀을 묻었다. 이제, 마지막 문장 뒤로 남겨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