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무언가’와 강제로 내기를 하게 된 불운한 당신에게

우리가 가진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현대인들 누구나 사소하게든 심각하게든 하나쯤은 가졌을 공포증은 기실 상상력에서 기인한다. 알지 못하는 것, 알 수 없는 것들이 갖는 다소 모호한 실체를 우리는 상상력이라는 통로를 거쳐 몸집을 키운 뒤 공포로 찍어 낸다. 하여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어린 시절 당신의 밤은 더 무서웠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그늘진 방구석을 바라볼 때, 창의적인 당신의 두려움은 더욱 커졌을 테다. 여기, 당신의 상상력을 시험해 볼 재미있는 작품이 하나 있다. 단편 「996.. 997..」 속 ‘그 무언가’는 상상력이 더해져야 존재감을 가진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것’이 쫓아오는 공포, 심장을 쥐어짜고 눈알이 튀어나오게 만들 공포를 상상하게 만든 것은 작가이지만, 그걸 상상해내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결말에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보자. 혹시 시간이 초과되었다면 부디 뒤는 돌아보지 마시기를…….

2020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커지는 미지에서 오는 공포

어린 시절, 자기만의 규칙을 개발해서 놀이를 즐겨 본 경험이 있는가? 보도블럭의 선을 밟지 않는다든가, 특정한 색만 밟는다든가 하는 단순한 규칙을 정해서 도전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간단하지만 무궁무진한 놀이의 세계에 이야기를 가미해 보자. 가령, 보도블럭의 선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선을 밟으면 발이 잘린다든가, 특정한 색을 밟으면 지뢰가 폭발한다든가. 그렇게 되면 이 놀이는 안전지대인 집에 도착하게 될 때까지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바뀌게 될 것이다.

긴장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실력이 능수능란한 이시우 작가가 그 특기를 펼쳐낸 「996.. 997..」은 바로 이런 어린 시절의 놀이를 소재로 하고 있다. “1000을 세기 전에 집에 도착하면 ‘내’가 이기고, 계산된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내 뒤를 쫓던 ‘무언가’의 손에 죽는다”라는 규칙을 세운 최초의 게임 이후, ‘무언가’에 쫓기는 공포를 즐기던 나는 차츰 이 혼자만의 게임 속에 미묘한 훼방이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작품 속 공포는 ‘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고, 그 알지 못함의 간극을 독자가 직접 메우는 방식임에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그 체감이 클 것이다. 작가가 쓰는 데 딱 37분이 걸렸다는 이 글에는 결말에 교묘한 지뢰가 숨어 있으니, 결말에서 지뢰가 터질지 어떨지 한번 기대해 보시라. 사실 처음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어 나가기만 한다면 작가가 놓은 지뢰가 터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글쎄, 일방적인 패배에 지쳐 굶주린 ‘무언가’가 또 어떤 훼방을 놓을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