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커지는 미지에서 오는 공포

어린 시절, 자기만의 규칙을 개발해서 놀이를 즐겨 본 경험이 있는가? 보도블럭의 선을 밟지 않는다든가, 특정한 색만 밟는다든가 하는 단순한 규칙을 정해서 도전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간단하지만 무궁무진한 놀이의 세계에 이야기를 가미해 보자. 가령, 보도블럭의 선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선을 밟으면 발이 잘린다든가, 특정한 색을 밟으면 지뢰가 폭발한다든가. 그렇게 되면 이 놀이는 안전지대인 집에 도착하게 될 때까지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바뀌게 될 것이다.

긴장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실력이 능수능란한 이시우 작가가 그 특기를 펼쳐낸 「996.. 997..」은 바로 이런 어린 시절의 놀이를 소재로 하고 있다. “1000을 세기 전에 집에 도착하면 ‘내’가 이기고, 계산된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내 뒤를 쫓던 ‘무언가’의 손에 죽는다”라는 규칙을 세운 최초의 게임 이후, ‘무언가’에 쫓기는 공포를 즐기던 나는 차츰 이 혼자만의 게임 속에 미묘한 훼방이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작품 속 공포는 ‘알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하고, 그 알지 못함의 간극을 독자가 직접 메우는 방식임에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그 체감이 클 것이다. 작가가 쓰는 데 딱 37분이 걸렸다는 이 글에는 결말에 교묘한 지뢰가 숨어 있으니, 결말에서 지뢰가 터질지 어떨지 한번 기대해 보시라. 사실 처음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어 나가기만 한다면 작가가 놓은 지뢰가 터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글쎄, 일방적인 패배에 지쳐 굶주린 ‘무언가’가 또 어떤 훼방을 놓을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