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뮤 – 1

  • 장르: 판타지 | 태그: #환상문학 #단편
  • 평점×5 | 분량: 110매
  • 소개: 자장가 ‘새끼 고양이 뮤’를 배경으로 창작된 「새끼 고양이 뮤」는 거대한 도깨비로 변하는 나무와 난쟁이, 그리고 요정이 사는 숲속을 여행하는 청년 조 브라운에... 더보기

새끼 고양이 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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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누구나 「새끼 고양이 뮤」라는 사랑스러운 자장가를 알고 있다.

「새끼 고양이 뮤가 불붙은 숯 더미로 뛰어들었네.

그러다 아끼는 페티코트에 커다란 구멍이 났네.

새끼 고양이 뮤는 우유를 조금도 먹지 못하리.

아끼는 페티코트가 비단으로 수선될 때까지.」

하지만 간혹 아이들 중엔, 또 어른들 중에도 새끼 고양이 뮤가 누구인지, 위의 노랫말에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어쩌다 길 건너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하얀 고양이가 다갈색 새끼 고양이에게 말하는 것을 듣기 전까지는 그 사연을 몰랐다.

어느날 난 크로켓 구장의 비탈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느릿느릿 서로를 쫓고 있는 듯한 흰 양털 구름을 바라보면서 다음 날 있을 네드의 크로켓 경기 때 비가 올지 아니면 맑고 화창한 날씨가 될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근처에서 부드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팔꿈치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내 그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있었다. 하얀 고양이가 크로켓 구장과 주방의 정원 사이에 있는 작은 나무숲으로 다갈색 새끼 고양이를 불러들여 옛 시절과 오래된 전설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얀 고양이는 이제 막 깃털이 난 어린 울새들을 지켜보며 그 중에 한 마리가 이윽고 제 손이 미치는 곳으로 다가오길 고대하면서, 새끼 고양이 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바로 내가 지금 여러분에게 하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하얀 고양이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에 한 덕망 있는 부부가 외동아들을 기르며 살았단다. 부부는 아이를 애지중지 길렀다. 아이는 건강하고 마음 착한 소년으로 자랐고 영리하기까지 한 데다 쾌활했다.

하지만 그는 웬일인지 아버지의 생업인 방앗간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고, 고향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보다 세상에 나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얀 고양이 말에 따르면 부모도 아이의 소망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래서 눈물을 찍어내며 입을 맞춰주는 어머니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인자한 늙은 아버지를 뒤로한 채 우리의 젊은 친구는 대담하게 여행을 떠났다.

1년 정도 그는 딱히 말할 것은 없지만 이런저런 모험을 경험하며 유쾌하게 떠돌아다녔다. 집에 돌아가서 해줄 만한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있진 않을까 싶어서 어느 날 커다랗고 음침한 숲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숲 언저리에서 제일 먼저 그를 맞은 것은 나무에 못질을 해 걸어놓은 커다란 푯말이었다. 무슨 말인가가 씌어 있었다.

분명 “입산 금지!”나 “누구든 이 숲에 들어오는 자는 법에 따라 처벌됩니다.”이거나 아니면 먼지로 가득한 도로를 벗어나 부드러운 이끼가 깔린 숲길로 들어와 기분을 전환하라는 둥 지친 여행자들을 초대하는 말이 쓰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청년은 별 생각 없이 푯말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여행자를 환영하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읽었던 내용은 훨씬 더 기이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 숲 속에는 도깨비들이 살고 있습니다.

요정들도 여기에 거하고 있죠.

돌아가세요. 돌아가세요. 당신, 방앗간집 아들이여.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흠!” 글을 읽고 나서 젊은이는 탄성을 질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것 참 구미 당기는 일인데!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내가 방앗간집 아들인 걸 알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내가 이 숲으로 들어올 줄 알고 이런 푯말까지 세워둔 것일까?

어쨌거나 이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 브라운이 이런 하찮은 문제로 한 번 시작한 일을 중도에 포기하는 한심한 놈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지.

하, 돌아가라니! 조에게는 안 되지! 숭고한 브라운 집안 사람이라면 누구도 두려움이라는 걸 모른다고. 결심했어, 우리 집안을 망신시킬 수는 없어!”

입술에는 용감한 말을, 그리고 심장에는 고귀한 의협심을 담고서 조 브라운은 대담하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 상당한 거리를 걸었는데도 이상한 것이라곤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발 밑의 잔디는 부드러웠고 머리 위의 나무들은 환영이라도 하듯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새들은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듯, 그리고 이보다 더 나은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감탄하게 만들겠다는 듯 달콤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마침내 그는 꽤 너른 벌판으로 나왔고 바로 앞쪽으로 3~4미터쯤 떨어진 곳에 말라죽은 떡갈나무를 보았다. 잎 하나 온전히 달려 있지 않은 커다란 가지들을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펼치고 있었다.

나무를 쳐다보자마자 그는 숨이 멎을 듯 놀랐다. 나무가 눈에 띄게 흔들거리며 온몸을 떨었던 것이다. 그가 놀라서 꼼짝 못하고 지켜보는 동안에도 나무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몸을 떨어댔다.

그러면서 나무 껍질은 차츰 살아 있는 생물체의 피부로 변했고, 시들은 가지 두 개도 거대한 남자의 팔이 되었으며, 줄기에서 머리가 툭 튀어나오더니 놀라서 잔뜩 겁에 질린 여행자 앞에 어느새 거대한 도깨비로 변해 우뚝 섰다.

그렇게 서 있었던 것도 순간이었다. 이내 도깨비는 어린 나무만큼이나 커다란 막대를 휘두르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새들의 노랫소리를 죄다 제압해 버리고 숲 전체에 메아리가 울리도록 끔찍한 고함을 크게 질렀다.

조에게는 도망갈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시간이 있었다 해도 고민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거인이 다가오던 그 순간, 그리고 거인이 내지른 고함의 메아리가 잦아들던 바로 그 순간에, 귓가에 대고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듯 달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게 서 있어라, 조!”

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점박이 무늬가 예쁘게 들어간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를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조의 두 다리엔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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