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장보기, 쇼핑, 여가, 대화가 모두 전자기기의 터치나 한 번의 클릭으로 가능한데 구태여 바깥으로 나와 이 더위와 습기를 감당할 이유가 사람들에게는 없었다. 최후까지 직접 나와서 해결해야 하는 영역에 이 죽음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우산 없이 젖은 나와는 달리 커튼월 건물의 전자 광고판 속 AI 모델들은 패널 안에서 바싹 말라 있었다. 나를 닮은 그 아바타가 웃으며 두 손을 모아 나에게 인사했다. 송글송글 맺힌 빗방울들이 그녀의 몸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녀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고 내가 기억하는 그 미소를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시연했다. 선우가 만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의 나는 거기에 그렇게 박제되어 영원했다. 그러나 언제나 웃을 수 있는 그녀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부럽지 않았다. 그녀와 달리 질척대는 나를 끌고 기꺼이 엄마의 죽음을 배웅하러 가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