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 7월의 7층 엘리베이터에서

  • 장르: 호러 | 태그: #7월마다
  • 평점×49 | 분량: 35매 | 성향:
  • 소개: <엘리베이터 괴담에 대해 찾아보다 나온 어떤 블로그 글.> 더보기

7년 뒤 7월의 7층 엘리베이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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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마다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폭염이나 태풍, 장마 같은 기상 현상을 떠올릴지 모른다. 물론 그것도 7월 무렵에 우리를 찾아오긴 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시작은 7년 전이다. 우리 가족은 그때 다섯 명이었다. 활기차고 언제나 자식들을 챙기는 아버지와 수다스럽지만 행동에 빈틈이 없는 어머니, 태평하지만 그럭저럭 모범생의 범주에 들어가던 나, 그리고 안 보이면 걱정되는 말썽꾸러기 쌍둥이 동생들까지. 물론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이때를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 우리 집안이 얼마나 화목했는지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 무렵 엘리베이터 괴담이 유행했다. 새벽 3시에 10층 이상의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정한 패턴으로 버튼을 조작하면 이세계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괴담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던 말괄량이 중학생 쌍둥이들은 이 괴담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일단 새벽 시간대에 자기네 방이 아닌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문제였고, 큰맘 먹고 모험을 감행한다 해도 잠귀 밝은 어머니가 총 두 번의 현관문 소리를 전부 놓칠 리 없었다. 화난 어머니는 정말로 무서웠으니 아무리 배짱 좋은 쌍둥이라 한들 함부로 도전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하늘은 바라는 자에게 길을 내어 준다고 하던가.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말을 낀 일정으로 1박 2일의 부부 동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고작해야 하룻밤의 부재였지만 쌍둥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귀중한 기회였으리라. 나도 동생들이 장대한 계획을 세우는 걸 눈치챘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다. 우선 그런 괴담 내용을 실제로 믿지도 않았거니와, 그 아이들은 언니가 뜯어말린다고 일생일대의 도전을 얌전히 포기할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토요일 저녁에는 셋이서 피자를 주문해 배불리 나눠 먹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나 하품을 하면서 나와 보니 사방이 고요했다. 그때까진 별생각 없었다. 하지만 식빵 두 장이 내 배 속으로 전부 들어가고 나서도 집은 조용했다. 먹성 좋은 쌍둥이가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맡고서 계속 잠을 청할 리가 없는데. 괜한 걱정을 하지 않으려 쌍둥이의 방문을 열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깥은 당연히 더웠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뛰쳐나와 지나가는 경비원 아저씨를 붙잡고 횡설수설 사정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요란하게 매미가 울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경비원 아저씨는 오열하는 나를 도닥여 주시곤 엘리베이터 내부 CCTV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새벽 3시, 엘리베이터의 문 너머에 집을 몰래 빠져나온 쌍둥이가 서 있었다. 두 아이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냉큼 안으로 들어온 뒤 차례대로 버튼을 눌렀다. 4층, 2층, 6층, 2층, 10층…… 그리고 5층.
5층에서 문이 열리자 누군가가 안에 탔다.
“응? 이거 아가씨 아니야?”
경비원 아저씨가 곁에 서 있는 나와 CCTV 화면 속 인물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는 찢겨 나갈 것 같은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어 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건 제가 아니에요. 게다가 저희 집은 7층이란 말이에요. 눈앞이 까마득해질 것 같은 감각 속에서 CCTV 화면은 무정하게 지난밤의 기록을 재생했다.
쌍둥이는 5층의 탑승자를 보고 깜짝 놀란 듯했지만 침착하게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그에 맞춰 CCTV 안에 비치는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하나씩 올라갔다. 눈도 하나 깜빡이지 못하고 지켜보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불도 켜지지 않은 새까만 복도로 나를 닮은 무언가가 성큼 나아가자 쌍둥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복도의 불이 켜지지 않은 채 문이 닫혔다.
내 동생들은 그대로 실종되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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