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의 운세를 믿지 않았다.
렬이 읽어준 별자리 운세에 따르면 그날 내 행운의 색은 초록이라고 했다. 나는 초록색을 싫어했다. 반면 자고 일어난 직후가 아니더라도 부스스하게 헝클어져 있기 일쑤인 렬의 머리카락은 청록이 섞인 잿빛이었다. 뿐만 아니라 렬은 흐린 녹색류의 옷을 즐겨 입었다. 물론 렬에게 자기 옷장에 걸린 의상의 색상을 구분할 안목이 결여돼 있다는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은 날 거의 비슷한 시각에 태어났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같은 사람에게서.
우리는 이란성 쌍둥이였다. 김률과 김렬. 우리는 취향이 달랐고, 생각하는 방식은 더더욱 그랬다. 하나, 녀석과 나 사이에는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유구한 전통이 있었는데 그건 우리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렬은 내 단짝친구들을 줄곧 마음에 두었고, 내가 짝사랑한 상대들은 대개 렬과 함께 몰려다니는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건 우리 둘 모두에게 몹시 불행한 일이었다. 렬이 눈치라곤 없는 아둔한 녀석임을 감안한다면 분하게도 내 쪽에 훨씬 불리한 현실인 것만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