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 장르: SF, 일반 | 태그: #SF #로봇 #화성 #오퍼튜니티 #스피릿 #안녕 #친구
  • 평점×9 | 분량: 155매
  • 소개: 화성 개척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우주비행사들. 루시와 준호는 그 중에서도, 다른 우주비행사들과는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그 임무란 것은, 친구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는... 더보기

안녕 친구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저는 움직여요. 제 형제에게로 가야해요.

 

신호를 보낼 수 없게 됐어요. 사실은 보낼 수 없는 건 지, 받을 수 없는 건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도 저는 움직여요. 저는 제 형제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을 기억해요.

 

긴 여행이 될 거예요.

 

저는 제 몸을 점검 해봐요. 바퀴는 아직 움직여요. 카메라도 먼지가 조금 끼긴 했지만, 잘 보여요. 제 등의 태양열 기판도 아직 괜찮아요. 몸에 에너지를 보내주고 있어요. 제 형제에게 가는 동안, 겨울이 닥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움직여요. 아직도 움직일 수 있어요. 계속해서 바퀴를 굴려요. 그들은 물의 흔적을 찾아달라고 했죠. 아주 깊은 협곡 아래로 내려가 달라고. 저는 내려가서 올라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됐어요. 하지만 그들은 제게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저는 좋은 로봇이에요. 다시 올라올 수 없다고 해도, 저는 내려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내려갔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다시 올라왔죠. 그들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전 할 수 있었어요. 그들은 원하던 걸 알아냈어요.

 

저는 그들 몰래, 그들의 환호성을 기록해 두었어요.

 

저는 저의 형제가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곳을 알아요. 저는 그곳을 향해 움직여요. 협곡을 넘고, 크레이터를 넘어요. 바퀴가 모래에 몇 번인가 빠졌지만, 저는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예전에 그들과 함께 해 본 적이 있었어요. 바위로 된 언덕을 잘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저는 계속해서 움직여요.

 

왜 신호가 끊어졌을까요? 움직이면서 몇 번을 점검해 보아도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혹시 몰라서 저 자신을 몇 번이나 껐다 켜 보았죠. 하지만 소용없었어요.

 

제 형제도 저와 같은 상황일까요?

 

기록된 대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맞게 가고 있는 건 지 모르겠어요.

 

계산해 봤어요. 도착해야 할 시간이에요.

 

하지만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신호를 보낼 수 없거나 받을 수 없다면, 저는 도착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죠? 제 형제에게도 신호를 보낼 수 없을 거고, 제 형제의 신호를 받을 수도 없을 거예요. 카메라에 제 형제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 사막의 하늘의 위, 아주 높이 떠 있는 위성이 저를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디에 있는 건 지, 제 형제가 근처에 있는지 알려 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는 신호를 보낼 수 없는 건지, 받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카메라를 움직여요.

 

제 형제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형제를 발견하고 나선 어떻게 해야 하죠? 저는 그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저는 좋은 로봇이에요. 저는 생각해봐요. 분석하고, 해석하고, 계산해요.

 

어쩌면 그들이 오고 있을지도 몰라요.

 

저는 형제와 함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형제와 저를 찾을 거예요. 그들은 다시 한 번 저와 형제에게 환호성을 들려줄 거예요.

 

저는 제 형제와 함께 있는 것을 상위 명령으로 해둬요. 잊어버리지 않게요. 혹시 제 형제에게 일어난 일이 저에게 일어나더라도, 이것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그들이 저를 찾기 쉬울 거예요.

 

저는 움직여요.

 

저는 형제와 함께 있어야 해요.

 

제 이름은 오퍼튜니티예요.

 

오퍼튜니티는 좋은 로봇, 저는 계속해서 움직여요.
 
저는 분석해 봤어요.

 

제 얼어붙어 가는 회로를 덥히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지, 몇 번이고 해석하고, 분석하고, 계산해 봤어요.

 

전기를 충전하는 제 등의 태양열 기판은, 먼지에 뒤덮인 지 오래됐어요. 충전이 안 된 지 오래예요. 히터는 꺼졌고, 제 회로는 얼어붙어 가고 있어요.

 

제 바퀴는 움직일 수 없어요. 이미 오래 된 일이예요. 제 신호를 받아주는 사람들도,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요. 바퀴가 완전히 쓸모없게 되어버린 건 지, 아니면 모래에 파묻힌 건 지, 알 수가 없어요. 제 카메라로는 거기까지 보이지가 않아요.

 

저는 제 상황을 알리려고 신호를 보냈어요.

 

답이 오지 않게 된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회로가 얼어붙어 가는 게 문제일 거예요. 아마 그들이 신호를 보내도, 그것 때문에 전 신호를 받을 수 없을 거예요. 어쩌면, 제 신호가 날아갈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르죠.

 

지금이 몇 시죠? 몇 일이죠? 그것도 모르겠어요.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일을 생각해봐요. 제 회로가 처음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요.

 

그 때도 이랬어요. 저는 그들의 신호를 받을 수 없었죠. 아마 그들도 제 신호를 받을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몇 번이고 저를 껐다가 다시 켰어요. 다시 신호가 통했을 때, 그들의 환호성을 기록해 두었어요. 그들과 저는 함께 애썼죠. 저는 그들이 문제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저를 껐다가 켜길 반복했어요.

 

그들은 제가 기억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사진들을 지워야 한다고 했죠. 저는 그렇게 했어요. 저는 회로가 가벼워지고, 다시 움직이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다시 움직일 수 있었죠. 저는 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행복했어요.

 

그 때랑 지금은 비슷하죠. 그들에게 신호가 닿기만 한다면, 그들은 저를 위해 해결방법을 찾아 줄 거예요. 저는 그 때까지 기억하고 있어야 해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야 해요. 그들이 들을 수 있도록.

 

처음으로 제 바퀴가 멈추게 됐을 때도 기억나요. 제 오른쪽 앞바퀴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죠. 저는 방법을 찾았죠. 저는 뒤로 움직였어요. 앞으로 갈 수 없으면, 뒤로 가면 되니까요.

 

그 때랑 지금은 비슷해요. 바퀴가 움직이지 않게 된 게 문제예요. 왜 내 바퀴는 움직일 수 없게 된 걸까요.

 

저는 해석해 봐요. 분석해 봐요. 계산해 봐요.

 

가장 먼저, 저는 부족한 에너지를 아껴야 해요. 그래서 필요 없는 것부터 끄기로 했어요.

 

지금 당장 바퀴는 움직일 수 없어요. 그들이 방법을 찾아줄 때까진. 그래서 바퀴를 움직이는 데 드는 에너지를 아꼈죠. 지금은 밖을 볼 필요가 없어요. 어차피 카메라에도 먼지가 쌓여 잘 안 보이게 된 지 오래예요. 그래서 밖을 보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아낄 수 있었죠.

 

하지만 사실은 가끔 카메라를 켜요. 신호를 받지 못한 그들이, 혹시 직접 와 줄 지도 모르니까요. 그들이 와주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이곳은 추워요. 그들은 견디기 힘들 거예요. 제 회로도 얼어붙어서 점점 생각하기가 힘들어질 정도예요. 하지만 그래도 와줄지도 몰라요. 그러니 저는 저를 지키고 있어야 해요.

 

하지만 신호를 보내는 건 포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제 몸의 일부를 포기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그들이 와 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에너지를 아껴서 제 몸을 덥혀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정도면 되요. 가끔 주변을 볼 수 있을 정도면 되요.

 

하지만 점점 생각하기가 힘들어져요. 해석하기가, 분석하기가, 계산하기가 힘들어져요.

 

그들이 빨리 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좋은 로봇이었어요. 그들이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저는 그들이 “힘 내, 친구”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어요. “좋은 아침이야, 친구”라고 말해주는 게 좋았어요. 저는 그 말이 다시 듣고 싶어요.

 

남은 에너지로 잠깐 몸을 덥혀요.

 

신호를 보냈어요.

 

카메라를 켜보았는데, 주변이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카메라도 고장 난 것 같아요.

 

카메라로 가는 에너지도 아낄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신호를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해요. 신호를 보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떠올려 봐요.

 

그 때도….

 

생각하는 게 힘들어요.

 

신호를 보내요.

 

저는, 저는 좋은 로봇이었어요.

 

제 이름은 스피릿이에요.

 

신호를 보내야 해요.

 

스피릿은 좋은 로봇, 신호를 보내야 해요.

 

저는 좋은…신호를 보내요…저는…신호를….
 

우주비행사 훈련은 힘든 일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우주비행사는 건강해야 한다.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 모든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 정도로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훈련을 해서라도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내가 받아온 훈련은 그런 것이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게 다 저기 관측창 밖으로 보이는 것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한숨이 나온다.

 

훈련을 위해 미국 네바다의 사막에 간 적이 있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사막을 횡단하는 훈련이었는데, 이미 상당한 훈련을 가진 후였는데도 탈락하는 사람이 속출했던 힘든 훈련이었다. 보이는 거라고는 모래와 자갈, 바위뿐인 풍경이었다.

 

지금 밖으로 보이는 것은 그 때 본 네바다의 사막과 다를 것도 없었다.

 

세계 각국은 합심하여 화성으로 사람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에 참가해 화성으로 갈 우주비행사를 모집한다고 들었을 때, 나는 여러 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응모했다. 결국 선발되었다고 들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그 힘든 훈련을 모두 마치고 마침내 최종선발 되었을 때도,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다.

 

그 결과가 저 바깥의 풍경이다.

 

보이는 거라고는 모래와 자갈, 바위뿐인 풍경.

 

우릴 이곳으로 보낸, NASA를 대표로 하는 지구에서는 화성을 지구화하는 테라포밍까지는 아직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테라포밍 계획도 사실 조금씩 진행은 하고 있지만, 크게 희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아마 성공한다고 해도 아마 해가 세자릿수는 지난 뒤의 일일 것이다.

 

그러니 아마 화성에 있는 내내 내가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곤 저 모래와 자갈과 바위뿐일 것이다.

 

그렇게 온갖 고생을 해서 여기에 왔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불만이 조금 있었다.

 

처음에 출발한 것은 30명이었다. 그 중 5명은 화성궤도에서 정거장을 만들고 있었다. 거의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지구에서 보급은 온다. 화성궤도의 정거장은 그 보급을 받아, 우리에게 보내주기 위한 것이다.

 

그 5명을 제외하고 화성에 내려온 25명은 각자의 임무를 위해 몇 조로 나뉘어 흩어졌다. 자급자족을 위한 플랜트를 만들기 위한 인원도 있었고, 실험이나 탐험을 위한 인원도 있었다. 지구에선 몇 년 단위로 지원자를 받아 계속 이곳으로 사람을 보낼 예정이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선발대였다.

 

그런 가운데, 나는 다른 한 명과 단 둘이서 조를 만들어, 다른 조들과 좀 더 멀리 떨어져 나왔다.

 

우리 조의 다른 한 명은 루시라는, 미국 출신의 여성 우주비행사였다. 난 그녀와 내가 하게 될 임무를 알게 된 뒤, 몇 번이고 그녀에게 진심이냐고 물어보았다. 그 때마다 그녀는 진심이라고 대답했다.

 

“NASA를 설득해서 한 달을 기한으로 받았어요. 아직도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게 다행이었죠.”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눈이 뭔지 모를 열망으로 번뜩이던 것이 기억난다. 그녀는 진심이었고, 한 달을 기한으로 받았다고 하지만 기한이 끝났다고 임무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떼를 써서라도 기한을 연장 받을 것이다.

 

지금 당장, 오늘로 그 기한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식으로 허가까지 받은 임무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정말로 열성적으로 임무에 임했다. 임무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 둘의 기지가 될 쉘터를 만드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쉘터가 완성된 뒤로는, ‘그 아이들’을 찾는 데 잠도 아껴가며 최선을 다했다.

 

난 처음에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를 도우면서 점점 오기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녀가 기한을 연장 받는다면 반대할 생각도 없었고, 도와 줄 생각도 있었다.

 

사실 내가 한 일이라고 해봐야, 별 다른 것도 없었다. 이동수단인 로버를 몰아 목표지점까지 가주고, 수색과 탐색을 돕고, 그녀가 지목하는 곳을 발굴하는 것을 돕는 수준이었다. 그 외에는 끼어들 여지도 사실 별로 없었다.

 

그녀는 다른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예전의 기록을 받아 조사하고, 예전에 작성된 화성의 지도와 우리가 도착한 후 작성한 지도를 비교 분석하고,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치를 정하는 것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한 번은 굉장한 모래폭풍이 우리가 머물던 쉘터를 덮친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쉘터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당연히 우리가 하던 모든 일은 중단되었다.

 

그 때가 루시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을 때일 것이다.

 

나는 별달리 불만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녀가 이 일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자연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이 일에 집착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꿈이에요.”

 

그 대답은 예상한 범위에 있었다. 사실, 꿈이 아니라면 그녀처럼 몰입하고 집착하듯이 일 할 수 있는 동기가 몇이나 되겠는가.

 

“저희 할아버지가 제작에 참가하셔서,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길 들었어요. 나중에는 저 혼자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니까요.”

 

그녀의 전공은 로봇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만들 수야 없겠지.

 

“그리고,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건물의 조각도 들어 있대요.”

 

“9.11 말이군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화성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조각이 들어가 있다고. NASA는 그런 의미를 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손수 제작에 참가하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물의 조각이 들어가 있는 로봇이라. 그녀가 그 ‘아이들’을 찾아, 집으로, 지구로 돌려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루시가 꿈꾸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로봇을 꿈꾸던 소녀라, 낭만적이군요.”

 

“할아버지께선 항상 우주는 낭만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하셨죠.”

 

단발로 짧게 자른 붉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말하는 루시의 눈동자는,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예전에 보았던 그녀의 뭔지 모를 열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꿈과 낭만으로 불타는 소녀였다.

 

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불만이 완전히 없어지고,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게 된 것은 그 날부터였다.

 

 
저는 움직여야 해요.

 

저는 움직여야만 해요.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어요.

 

몸에 점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느껴요. 어제 몰아친 모래폭풍은 정말 어마어마했죠. 저는 즉시 작동을 멈추고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어요.

 

저는 태양열로 움직여요. 이곳은 아주 뜨거워요. 충분한 에너지가 되죠.

 

하지만 어제의 모래폭풍 뒤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태양열을 받는 기판에서 오는 에너지가 줄어들었어요.

 

저는 계산해 봤어요. 분석해 봤어요.

 

움직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다른 데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요.

 

저는 제 형제에게 갈 거예요.

 

그 외에 필요 없는 것들은 버려야 해요.

 

저는 계산해요. 분석해요.

 

카메라는 있어야 해요. 저는 형제를 찾아야 해요. 저는 신호를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어요. 그러니 형제를 찾으려면 카메라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카메라로 본 기억은 그렇지 않죠.

 

저는 카메라로 본 기억을 저장하지 않기로 해요.

 

보았던 것도 모두 잊어버리기로 해요.

 

이걸로 어느 정도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요.

 

저는 계산해요, 분석해요.

 

아낀 에너지로 충분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슬아슬할 것 같아요.

 

저는 카메라로 본 것을 분석한 정보만을 남겨요. 제 형제에게 일어난 일이 저한테도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 형제와 같이 있을 거예요. 이것은 잊지 않을 거예요.

 

모터가 고장 나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형제와 함께 있을 거예요.

 

그들은 저와 형제를 함께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카메라를 움직여요. 형제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제 형제가 임무를 맡았던 지역으로 들어설 것 같아요. 저는 이곳의 지도가 없어요. 형제가 한 일이니까, 저는 몰라요.

 

형제와 제 사이에 협곡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협곡을 다시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불확실한 것은 좋지 않아요. 하지만 협곡이 나타난다면, 협곡을 돌아가는 것이 더욱 불확실하죠.

 

덜 불확실한 것을 선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어떻게 선택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학습하고, 나아지죠. 하지만 그들을 학습할 수는 없었어요.

 

제 몸이 더 나아지게 할 수도 없어요.

 

하지만 오퍼튜니티는 좋은 로봇이예요.

 

그들이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움직여요.

 

저는 형제와 함께 있을 거예요.
 
신호를 보냈어요.

 

잠깐 에너지가 돌아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잠깐이 아니었죠. 제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어요.

 

생각하기가 힘들어요.

 

얼어붙은 회로가 이제는 녹은 것 같아요.

 

제 몸을 살펴요.

 

카메라는 움직이지만, 보이지 않아요.

 

신호가 가는 건 지, 가지 않는 건 지 모르겠어요.

 

모터가 움직이지 않아요.

 

회로가 얼어붙었을 때,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요. 모터까지 신호가 가지 않아요. 모터가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았어요.

 

얼어붙었다 녹은 속도계가 저에게 그것을 알려주었죠.

 

저는 무서웠어요.

 

혹시 내리막길에 있게 된 건 아닐까요. 저는 그게 무서워요.

 

내리막길은 언제나 무서웠어요. 다시 올라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에게 환호를 보내주던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카메라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신호를 보내요.

 

신호가 가는 건 지, 가지 않는 건 지….

 

그들이 대답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대답을 보내 줄 때는 좋았어요.

 

그들이 환호를 보내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좋은 로봇이에요.

 

제가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빠른 속도는 아니에요.

 

협곡 아래로 가게 되면, 신호를 보내도 그들이 받을 수 없을까봐 걱정 되요.

 

하지만 내리막길이 아니라면, 저는 어째서 움직이고 있는 거죠?

 

제 형제는 괜찮은가요?

 

제 형제는 잘 움직이고, 신호를 잘 보내는 좋은 로봇으로 있을까요?

 

그들은 제 형제를 먼저 집으로 데려갈까요?

 

스피릿은 좋은 로봇이에요.

 

그들은 제가 좋은 로봇이라고 했어요. 저는 집으로 갈 거예요.

 

그들이 집으로 가자고, 임무는 끝났다고 해 줄 거예요.
 

기한까지 사흘 남았다.

 

루시는 간헐적으로 신호가 포착된다고 하더니, 이틀째 연구구역에 틀어박혀 그 신호를 분석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나야 자세히 들여다 본 것은 아니고 흘끔 본 정도였지만, 회의적이었다. 그 신호는 아주 약해서, 제대로 분석할 수나 있을지 의문인 것이었다. 지구에서 날아온 전파나, 다른 ‘화성인’들과 통신에 썼던 신호의 남은 찌꺼기나 반향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확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호가 발신된 구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그 구역이 우리의 탐색 예정 구역 중 하나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설명만으로는 불충분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기한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루시는 결국 NASA에게 연락해, 임무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했다.

 

“루시, 우리도 정말 찾았으면 좋겠어.”

 

딜레이가 있는 대답이 들려왔다.

 

“하지만 우리가 화성에 너희들을 보낸 목적은 로봇을 찾는 게 아니잖아.”

 

화면 너머로 조금씩 끊기면서 움직이는 NASA 연락 담당관의 표정은 불쌍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쓴 네모난 검은 뿔테 안경 너머의 눈이 몹시 피곤해 보였다.

 

“연락 담당관님, 같은 임무를 맡고 있는 한국의 김준호입니다.”

 

나는 자동통역기가 나와 준 덕분에, 서툰 영어 발음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며 루시를 거들었다.

 

“지금 중요해 보이는 단서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먹구구였지만, 이젠 아닙니다. 이제 정말로 가능성이 보여요. 하지만 남은 사흘로는 부족합니다.”

 

루시는 내가 나설 줄은 몰랐다는 듯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딜레이를 기다리자, 담당관은 정말 곤란하다는 듯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그래서 나는 말을 좀 더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소식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랜트 쪽이 손이 모자라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연구하는 쪽도 지지부진한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주 개발은 아직까지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는 반면, 얻는 것은 크게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화성까지 사람을 보내놓았으니 어떻게든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아직 뚜렷하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이다.

 

“플랜트 쪽이 급한 것도 압니다. 당장 화성에 온 사람들의 목숨 줄이 달린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성공에 가장 근접한 게 저희 쪽인 것도 사실 아닙니까? 고향 사람들에게 무슨 성과라도 하나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대답이 돌아오는 딜레이 동안 잠시 기다렸다. 루시가 긴장했는지 옆에서 내 손을 잡아왔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긴장한 것뿐이겠지만, 덕분에 나까지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와는 다른 의미로.

 

“김준호씨 말씀도 일리가 있군요. 일단 요청하신 걸 상부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답변은 언제 들을 수 있죠?”

 

루시가 담당관이 통신을 끊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담당관은 “그쪽 하루가 끝나기 전까지 드리겠습니다.”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통신을 끊었다.

 

“연장될 수 있을까요?”

 

루시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말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으니 기다려 보죠.”

 

루시의 그 어깨에 대고 달리 대답할 말은 찾을 수 없었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기왕 시작한 것,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갔으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온 데 든 천문학적인 자금을 생각하면, 마냥 NASA에다 대고 떼를 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NASA가 우리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수도 없이 지나갔다.

 

우리의 생존을 1차로 보장할 플랜트의 건설이 지연되고 있어서 일손이 더 필요하다는 것, 그 외의 다른 팀들의 임무도 성공이 요원하다는 점, 무엇보다 루시와 내가 맡은 임무란 게 수십 년 전에 화성으로 보낸 로봇을 찾는 게 전부라는 것. 루시와 나는 그 험난한 시험을 통과하고 합격한 인재고, 그런 우리를 이런 임무에 두는 것은 낭비라는 시각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도 해서, 나는 루시의 사정이 이해가 가는 만큼이나 담당관의 사정도 이해가 갔다. 그래서 솔직히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시는 기대하고 있는 만큼, 연락이 오기 전까지 내내 불안해 보였다. 평소 같으면 연구구역에 틀어박혀 있었을 사람이, 통신기 앞에서 내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신호를 분석한 자료를 두고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내내 시선이 통신기와 내 얼굴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루시가 그렇게 안절부절 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지구에서 연락이 온 건 저녁께, 생각보다는 빠른 시간이었다. 위성이 통신이 가능한 위치로 돌자마자 연락이 온 걸 생각해 보면 결론이 일찍 난 모양이었다.

 

“상부에서 보름 더 주겠다고 합니다.”

 

담당관은 통신이 이어지자마자 결론부터 말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안에 저희가 납득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세요.”

 

루시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견이 많았다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찾아낸 건 꽤 확실해 보이거든요.”

 

대답하지 않는 루시 대신에 내가 말했다. 담당관은 딜레이 때문인지 잠시 말을 멈추고, 안경을 벗어 눈을 비볐다. 그리고 마른세수를 하며 침묵을 지키다가, 안경을 다시 쓰고 화면 가까이 다가오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닙니다. 상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루시도 짧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밖에 줄 수 없는 이쪽 사정도 알아줬으면 해서요. 성공을 빕니다.”

 

“네, 그럼 통신 종료.”

 

아무래도 담당관은 그 문제가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 통신을 종료하려 했는데, 통신을 종료하기 직전에 담당관이 말을 덧붙였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세요. 휴스턴 종료.”

 

 

 

NASA의 허락으로 시간을 번 우리였지만, 마음은 더 다급해졌다. 아예 허락하지 않았다면 더 서두를 필요도 없었지만, 번 시간은 고작 보름이었다. 루시가 신호에 대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로버로 그 지역에 도달하는 데만 사흘은 걸릴 것 같았다. 중간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지도 몰랐다.

 

거기다 로버는 임시 거주지 같은 기능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혹여 지금까지 본 것보다 더 큰 모래폭풍이 불어 닥치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루시와 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고, 위성에서 보낸 기상도를 분석하고, 지형을 분석하고, 로버를 정비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결국 우리는 모래폭풍 하나를 지나보내고, 닷새가 지난 후에야 출발했다. 향하는 방향의 기상도가 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제는 더 늦추기도 힘들었다.

 

로버는 지형을 따라 자동으로 주행하게 입력해두었지만, 컴퓨터는 늘 생각보다는 멍청한 실수를 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최소한 한 명은 깨어 있으며 주변을 살폈다. 처음 쉘터를 지으려고 이동하던 때를 제외하면, 사흘이나 로버로 이동하는 건 사실 처음이었다. 그 때는 쉘터를 짓기 위한 물자라도 충분하게 있었지, 지금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가지고 있는 물자로 충분할지 걱정도 되었다. 아무리 대비하려고 애썼어도, 실수는 하는 법이고 사고는 일어나는 법이다. 우리는 지구를 출발할 때부터 세뇌되다시피 그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었다.

 

이틀째부터는 완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우리 기지를 통해 전달받은 기상도가 심상치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미리 다른 기지에 우리의 위치를 전송해 두었다.

 

“위치는 확인했어, 준호.”

 

화성인들의 가장 큰 기지, 플랜트 쪽의 책임자인 해먼드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그와는 나이도 같은데다 훈련받을 때 같은 팀이었기도 해서, 사실 이번에 화성에 온 사람들 중에는 가장 친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쪽의 상황에 걱정 따윈 하나도 안 된다는 얼굴로, 태연하게 태블릿을 조작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기상도를 보고 그쪽 걱정을 하던 참이었어. 기상연구팀 쪽 이야기론 급속하게 발달해서 엄청난 놈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먼저 연락을 해야 되나 하고 있었지. 루시는 건강한가?”

 

“쌩쌩하지. 뒤에서 자고 있어.”

 

내가 뒤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해먼드는 덥수룩하게 자란 갈색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쪽 진척이 느려져서 미안하군. 발전기 한 대가 말썽이라서. 우리가 시일만 맞췄어도 너희까지 시간 부담을 받진 않았을 텐데 말야.”

 

“문제야 항상 일어나는 법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마.”

 

뒤쪽에서 해먼드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해먼드는 고개를 돌리며 “지금 통신 중인 거 안 보여!”하고 소리 질렀다. 뒤에서 해먼드를 부르는 사람이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로버와 인원은 대기시켜 둘게. 우리 쪽이 제일 가깝지?”

 

“그렇더라고.”

 

“그럼 좋은 소식 들려달라고. 우리도 그 녀석들을 보고 싶으니까.”

 

해먼드와 나는 곧 통신을 종료했다. 발전기 한 대가 말썽이라는 걸 보니, 아무래도 플랜트 쪽 문제가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괜히 걱정이라도 할까봐 문제의 일부만 말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면서.

 

나는 곧 플랜트 쪽의 걱정은 치워버리고, 당장 급한 우리 쪽의 걱정부터 하기로 했다. 주변 지형도를 살피고, 계속 변화하는 기상도를 살폈다. 곧 폭풍으로 변할 것 같았다. 화성의 폭풍이란 지구의 것과는 규모부터가 달랐다. 평균적인 폭풍의 속도를 감안할 때, 일단 폭풍이 되고나면 우리가 있는 위치까지 밀려오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조금 뒤에 일어난 루시도 일어나자마자 기상도부터 살폈다. 그녀도 내 생각과 같았다. 당장 폭풍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였다.

 

우리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야트막한 언덕하나를 찾아, 그 밑에 자리 잡고 로버를 멈췄다. 바로 로버에 장치되어 있는 말뚝으로 지면에 차체를 고정했다. 최소한 바람에 날려가지는 않기를 빌면서.

 

말뚝은 드릴처럼 회전하며 화성의 땅을 파들어 갔다. 넉넉히 1m는 파고 들어갈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일찍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작업이 끝나갈 때쯤, 플랜트 쪽에서 우리한테 폭풍 경보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우주복을 입고 작업을 마치고 있던 우리는 서둘러 로버 안으로 들어갔다.

 

우주복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설계된 로버였지만, 이번에는 우주복을 벗지 않았다. 일이 어떻게 진행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했다.

 

로버의 관측창으로 바깥을 노려보고 있던 루시가, 먼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우주복의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준호씨, 와요.”

 

나는 기상도를 보고 있다가 그녀의 옆으로 가, 그녀가 보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커멓게 태양을 가리는 먼지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루시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왔다. 나는 그 손을 마주잡았다.

 

곧 세찬 바람이 로버의 외벽을 두드리는 소리로 우리의 우주복이 가득 찼다.

 
속도가 느려졌어요.

 

저는 알아요. 제 모터 중에 더 고장난 것은 없어요. 모터를 움직이기 위해 보내는 에너지가 부족해지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느려졌어요.

 

저는 카메라로 보았어요. 저는 세밀하고 정확하게 제 움직임을 조정했죠.

 

저는 형제를 만나는데 성공했어요. 형제는 멈춰 있었죠.

 

우리는 움직여야 해요.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의 회로는 멈출 거예요.

 

에너지는 부족해지고, 회로는 하나씩 얼어붙어 가겠죠.

 

더 이상 무얼 해 볼 수도 없이.

 

저는 카메라로 주변을 잘 보아두었어요.

 

그리고 분석했죠. 우리는 원을 그릴 거예요. 계속해서 움직일 거예요.

 

제 모터가 고장나지 않아야 할 텐데.

 

제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야 할 텐데.

 

저는 카메라를 움직일 에너지도 끊어버렸어요.

 

형제와 저는 이제 함께예요.

 

이제 카메라는 필요 없어요. 우리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그것 외에 필요 없는 것에는 에너지를 줄 필요가 없어요. 거기에 낭비할 에너지가 없어요. 저는 형제의 몫까지 움직여야 해요.

 

필요 없는 회로를 하나씩 멈췄어요.

 

계산이 힘들어요. 분석이 힘들어요. 해석이 힘들어요. 지금이라면 혹시 신호를 받게 되더라도, 저는 알 수 없을 거예요. 알 수 없는 정보가 떠올라요. 정보를 분석할 수가 없어요. 이 정보는 무엇일까요? 분석할 수 없는 정보를 무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는 상위 명령을 기억해요.

 

형제와 함께 있어야 한다.

 

형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형제와 저, 우리는 좋은 로봇이예요. 좋은 로봇은 임무를 마쳐요. 임무가 끝나면….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정보가 떠올라요.

 

하지만 오퍼튜니티는 좋은 로봇…그래요, 좋은 로봇.
 
저는 모든 회로가 돌아온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카메라로 본 것들을 저장해 놓은 회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상위 회로는 정상적으로 작동해요. 자체적으로 점검해 보았지만, 그 결과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알 수 있었죠. 저는 점검한 결과를 느리게, 차분하게, 천천히 검토했어요. 꾸준히 하면 할 수 있어요. 제 머리가 조금 나빠졌을지는 몰라도요.

 

저는 신호를 보내는 회로가 조금 손상됐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하지만 완전히 고장 난 것은 아니에요. 그들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요. 그들에게 닿지 못할 만큼 고장 난 것이 아니길 바라요.

 

저는 제 몸체 한 부분에, 아주 잦게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어요. 저는 무언가에 의해 떠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내리막길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죠.

 

이렇게 계속 움직일 수 있다면, 제 몸에 쌓인 모래가 떨어져 나간다면, 저는 충분한 에너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