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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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어둠에 갇혀있다. 언제부턴가 몽롱한 의식 속에 쉼 없이 어둠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게 빗소리였단 걸, 탁한 빛과 내 몸에 떨어지는 빗물로 깨달았다. 눈을 떴다. 눈에 맺히는 빗물 너머로 네가 있었다. 들고 있는 삽을 던지고 두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지던 너의 그 따뜻한 온기. 그렇게 세찬 빗속에서 너는 날 끌어안았고, 그렇게, 너만이 내 옆에 존재했다.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부슬부슬 내리더니 점심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크기를 더해 내린다. 사람들은 종종거리며 비를 피해 뛰었고,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뿌연 물보라를 일으켰다.

소영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다 지갑을 그러안은 채 문 앞에 서서 내리는 비를 마냥 본다. 콘크리트 바닥을 때리는 빗발은 꽤 굵었다. 복도는 습한 기운으로 가득했고, 발등에 튀는 빗방울에 여름인데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까르르, 한 무리의 여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오다가 문 앞에 선 소영을 보고 멈칫했다. 소영은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그녀들은 황급히 우산을 접고 복도 안으로 들어가며 소영의 모습을 흘깃거렸다.

“관리과의 유소영이지? 귀신이 서 있는 줄 알았네. 왜 저렇게 음침하게 서 있다니?”

“그러게 말이야. 재수 없게.”

“사내 왕따는 알아서 그만뒀으면 좋겠어. 존재 자체에 여러 사람 능률도 안 올라가잖아.”

“사장님은 뭣 때문에 쟬 두는 거야?”

“소문엔 낙하산이란 말도 있고…”

“엑, 거짓말.”

그녀들이 복도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소영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달팽이처럼 복도에 물길을 만들어 낸 그녀들의 흔적이 거뭇했다. 빗발을 튕기며 돌풍이 일었다. 소영을 지나친 바람에 복도의 조명이 깜빡거렸다. 밝음과 어둠이 이어지자 그녀들의 흔적이 꿈틀댄다.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몰랐던 사실을 상기한 듯 되뇌어본다.

‘오늘부터구나.’

가만히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본다. 높다란 건물들 사이로 흩어졌던 검은 구름이 한데 뒤섞여 천천히 다가왔다. 태풍이 오고 있다.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가지가 창문을 연방 때렸다. 강한 바람에 좌우로 움직이는 버드나무의 허리가 꺾일 지경이다. 태풍 나크리가 북상 중이라는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소영의 책상을 두들겼다.

“소영씨 내일부터 휴가지?”

이 팀장은 퇴근하려는지 양복 상의를 입으며 물었다.

“네.”

이 팀장은 창문너머를 봤다. 여전히 내리는 비 때문에 소영의 휴가가 걱정되는 눈치다.

“괜찮겠어? 매년 소영씨 휴가는 태풍이 오는 날이네. 재미없겠다.”

“괜찮아요.”

“무슨 계획 있어?”

그의 물음에 소영은 그곳을 떠올렸다. 2층 목조 가옥과 허름한 창고를.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