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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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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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에 위치한 한 코인 빨래방에서 머리가 하얗게 새고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눈앞에서 돌아가는 세탁기를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손님으로 온 노인, 점장, 그리고 빨래방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간이카페의 아르바이트생 세 명 밖에 없었다.

카페는 빨래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세탁을 기다리는 동안 이용하라고 점장이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인테리어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재질로 이루어져 있고, 부드러운 조명이 햇살처럼 그것들을 비추고 있다. 바 카운터는 세탁기와 건조기 사이의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손님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벽면에는 현대미술로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커피향은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는 손님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할 만큼 고급 원두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무색하게 유일한 손님인 노인은 카페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 셋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아 빨래방 내부에서는 노인의 빨랫감을 담은 드럼 세탁기 한 대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이윽고 홀로 분투하던 노인의 세탁기 또한 멈추고 그로 인해 빨래방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가 침묵하게 되었다.

노인은 초조하게 달달 떨던 다리를 딱 멈추었다.

노인은 지팡이에 얹은 손등에 턱을 괸 채 가만히 세탁이 끝난 세탁기를 노려보더니, 빨래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코인 빨래방을 나왔다.

노인은 다른 곳에 가지 앉고 그대로 건물에 등을 기댄 채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심호흡을 하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다. 그 다음부터는 아껴 피우듯 조금씩만 들이켰다.

노인은 생각했다. 한 개비. 이것만 다 태울 때까지 기다려보자.

옅은 꽃 냄새가 풍기는 봄 공기에 어울리지 않게 그 속에 담배 연기가 섞여들어갔다.

10분. 노인은 그렇게 필터가 타들어갈 때까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다가 불을 껐다.

손가락을 허전한 듯 바라보던 노인은, 이윽고 담뱃갑에서 다시 한 개비를 꺼내들어 불을 붙였다.

그렇게 내리 세 대를 피운 노인은 폐를 끄집어내듯 헛기침을 하며 빨래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사건은 시작되었다.

* * *

점장은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행인 적은 곳에 위치한 만큼 당장 누군가가 올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고개를 돌려 카페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등을 두세 차례 찔려서, 그곳에서부터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자기가 고용한 만큼 점장은 그에게 조금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하는 피를 보자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에 맴돌았다.

점장은 자신의 등에 칼을 겨누고 있는 노인에게 말했다.

“하다못해 병원에 신고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아니, 그러면 늦네.”

사람 한 명을 찌르고 또 한 명을 협박하는 일을 저지른 사람치곤 노인의 말투는 점잖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점장은 이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것일 수도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상정하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럼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를 얼른 해결하십시오.”

“대화를 이어나가줘서 고맙군. 내가 원하는 것도 대화였네. 정확히는 협상이라고 할까? 저기 쓰러져있는 청년을 찌른 것도 그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을 뿐. 건장한 청년이 여든 먹은 노인에게 달려들면 노인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지 않겠나.”

노인이 말했다.

“점장, 내 요구는 간단하네. 나에게 ‘특별한 세탁기’를 돌릴 수 있게 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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