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 죽음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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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냄새에 예민했다. 보통 사람이 감지 못하는 아주 미약한 냄새로도 금세 난 그 근원을 알아차렸다. 학창시절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교단에서 수업중인 선생님의 점심 식사 메뉴를 알아맞힐 정도였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향수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전에는 향수 회사에 다녔지만 지금은 독자 브랜드 ‘리얼센트’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두 명뿐인 작은 회사지만, 나는 이 일이 마냥 즐겁다. 세 달 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향수 만드는 일을 하다 만난 사람이다. 향수 수입업자인 그는 매너도 좋고 얼굴도 훈훈한데다 늘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녀서 냄새에 약한 나로서는 자석에 끌리듯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런데 최근, 나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능력이 또 하나 생겼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길을 걷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앞에 빈 유모차를 끌고 힘겹게 걸어가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불행히도 나는 그 할머니에게서 불길한 냄새를 감지하고 말았다.

“오빠, 저 할머니 곧 돌아가실 것 같아.”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남자친구는 뜬금없는 나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냄새가 나. 죽음의 냄새.”

“뭐라고?”

남자친구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몇 발자국 발을 내딛던 할머니가 얼마 못가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우리는 급히 할머니를 응급실로 옮겼지만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아, 이건!”

할머니를 따라간 응급실에서 난 또 다른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뒤죽박죽, 여러 명의 임박한 죽음이 내뿜는 냄새는 쏟아지는 바늘처럼 나의 온몸에 꽂혀왔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여러 번 구토를 했다.

“너, 정말 맡는 거야? 죽음의 냄새?”

“그런 거 같아. 저기 누워있던 어린 아이, 그리고 모퉁이에 있는 아저씨도…”

내 말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몸 위에는 하얀 시트가 덮였고 나는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 나왔다.

 

새로 생긴 능력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다행히 그 후로는 주변에서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3일 전, 그보다 더 큰 고통이 내게 찾아왔다. 새로 만든 향수 시제품을 거래처에 전달하려고 가는 길이었다. 운전 중이던 나는, 모델처럼 늘씬한 여자의 허리를 감싼 채 인도를 걷고 있던 남자친구를 보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의 뒤를 밟았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워두고 그들을 따라 간 나는 잠시 뒤 호텔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에 스르륵, 다리 힘이 풀리고 눈물이 맺혔다.

“빌어먹을 자식,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차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남자친구를 향해 무수히 많은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자기야, 왜 내 전화 안 받아?”

그 날 이후 내가 전화를 안 받자 남자친구가 집 앞까지 찾아왔다.

“몰라서 물어?”

나는 매몰찬 표정으로 그에게 쏘아붙였다.

“내가 뭐 잘못했니?”

그는 가증스럽게도 커다란 눈을 망울거리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뭘 잘못했냐고? 내 입으로 그걸 말하라고?”

목격한 것을 그대로 얘기하려는 순간, 그에게서 희미한 냄새가 풍겨왔다.

‘어, 이 냄새는…’

정도가 옅긴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죽음의 냄새였다. 어둡고 깊은 심연의 냄새, 나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던 나였지만, 막상 그에게서 죽음의 냄새를 맡고 나니 마음이 흔들렸다. 솔직히 말하면 죽음만은 피하게 해 주고 싶었다. 아무리 배신자라지만 죽음으로 끝을 맺길 원하진 않았다. 그날 내가 퍼부었던 저주의 말이 뼈저리게 후회되었다.

“오빠한테…냄새가…”

“어, 냄새?”

그는 자신의 소매와 재킷을 들추며 냄새를 맡았다.

“새로 갈아입은 옷인데, 점심도 샌드위치 먹었고, 이상하네.”

“그 냄새 말고…”

어둡게 변한 나의 얼굴을 그제야 눈치 챈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맞아. 그거.”

내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

“나, 일주일 전에 건강검진 받았는데 모두 정상이었어. 그럼 사고로 죽는다는 얘긴데…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지?”

“그건 나도 모르지. 사고가 나지 않을 곳으로 피하면 혹시…”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 곳이 어디지?”

대답을 않는 나에게 그가 제안을 했다.

“우리 결혼하면 당분간 네 집에서 살기로 했잖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그는 결혼 후 비교적 평수가 넓은 나의 아파트에 들어와 신혼살림을 차리기로 했었다.

“네 집에서 살면 안전하지 않을까?”

“왜 그렇게 생각해?”

“네가 냄새를 맡으니까, 너와 함께 있으면 위험할 때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