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 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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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곳에 가게 된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거기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이 일은 내가 이십대 초반, 친구 커플과 강원도의 한 계곡으로 캠핑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두 커플은 놀러 가기 전에도 자주 만나던 사이라 네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했다. 계곡에 도착한 우리는 4인용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삼겹살과 소주를 마셨다. 밤이 깊어지자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우리는 텐트 밖에 나란히 누워 별 구경을 했다. 가끔 모기가 살을 물어뜯었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 녀석 커플과 함께 하니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잠시 낭만에 젖어 있던 중, 갑자기 친구 녀석이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아까 계곡 아래 슈퍼 갔다가 들었는데, 저기 아랫마을에 흉가가 있다던데?”

“어머, 진짜요?”

의외로 나의 여자 친구 영지가 종호 녀석의 이야기에 반응을 보였다.

“흉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종호가 발끈, 하며 달려들었다.

“야, 김민수, 너 그러면 나하고 같이 가 볼래?”

“거길 왜 가냐? 여기기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데.”

“겁나냐?”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그 때는 쓸데없는 걸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로 옥신각신했다.

“겁은 무슨? 귀신을 믿는 사람이나 겁나지, 내가 겁날 리는 없잖아.”

“그래? 그럼 내기 할래?”

 

여자 친구 앞에서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다 점점 일이 이상하게 꼬여갔고 우리는 내기에서 지는 사람이 여자 친구와 함께 흉가에 가서 자고 오기로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단순한 말 잇기 게임이었는데 결국 내가 걸려 졸지에 영지와 함께 멀쩡한 텐트를 두고 흉가에 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영지야, 넌 그냥 텐트에서 자. 오빠 혼자 다녀올게.”

차마 여자 친구를 그런 데서 재울 수는 없어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민수야, 그냥 겁난다고 해. 그럼 없던 일로 해 줄게.”

종호 녀석이 약 올리듯 얄밉게 깐족대지만 않았어도 은근슬쩍 눌러앉으려던 나는 여자 친구 앞에서 비굴하고 비겁한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침낭을 매고 일어섰다.

“됐어, 이깟게 뭐라고. 내일 아침에 보자.”

“정말, 혼자 가도 괜찮아?”

영지가 걱정스런 얼굴로 울먹이며 물었다.

“그럼, 괜찮아. 걱정 말고 푹 자.”

 

나는 침낭을 맨 채 어둠이 내린 산 아래쪽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호기롭게 오긴 했지만 막상 흉가로 가려니 괜히 마음이 찜찜했다. 마을이라지만 워낙 인적이 드문 산 쪽에 위치한데다 산짐승 울부짖는 소리도 가깝게 들려 오싹한 기분이 절로 들었다.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안 믿는 나로서도 괜스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오래된 집에서 하루 자는 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아, 그냥 돌아갈까?’

산을 내려와 흉가로 향하는 좁은 황톳길로 접어들면서 나는 고민을 했다. 시골의 밤은 깜깜하기 이를 데 없었고 가로등마저 모두 꺼져 있어 작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망설임 끝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민수 오빠, 같이 가!”

‘어, 이건 영지 목소린데!’

소리를 향해 손전등을 비추니 침낭을 옆구리에 낀 채 영지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영지야!”

나는 영지의 배려에 감동 받아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아무래도 걱정돼서.”

“역시, 날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나는 영지의 손을 꼭 붙잡고 종호가 알려준 흉가 쪽으로 걸어갔다.

“영지야, 우리 그냥 다른 데 가서 자고 올까? 모텔 같은데서?”

혼자라면 몰라도 영지와 함께 흉가에서 밤을 보낸다는 게 나는 영 꺼림칙했다.

“그런데, 종호 오빠가 인증 사진 꼭 찍어오라고 하던데?”

‘빌어먹을 자식.’

나는 어쩔 수 없이 영지와 흉가로 향했다.

“어…정말 으스스하다.”

 

흉가 앞에 선 나는 쓰러져가는 지붕을 올려다보며 한기를 느꼈다. 오래된 기와는 다 낡아서 깨져 있었고 건물을 지탱하는 서까래와 기둥도 허물어지기 직전이었다. 하늘은 깜깜했고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는 더욱 을씨년스레 들려왔다.

‘아, 정말 무서운 곳이네.’

내가 침을 꼴깍 삼키며 기와집 안마당으로 들어가자 영지도 바짝 내 뒤에 따라왔다. 나는 얼른 인증 사진을 찍고 돌아갈 생각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삐그더어엉!”

그 때 갑작스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냅다 대문의 문고리를 잡아챘다.

“휴우, 괜히 쫄았네. 바람이었나 봐.”

“그러게.”

나는 바람에 닫힌 대문을 다시 열어 놓고 인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쯤 했으면 됐겠지?’

사진을 찍은 내가 다시 캠프로 돌아가려 몸을 돌리는데 유심히 집을 관찰하던 영지가 의외의 말을 던졌다.

“우리 그냥 여기서 자고 갈까, 오빠? 왠지 스릴 있을 것 같은데?”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영지였지만 이런 스릴까지 좋아하는 줄은 몰랐던 난 갑작스런 영지의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영지, 넌 안 무서워?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