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 그림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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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가 제 고모 댁에 가고 나니 오늘 하루만큼은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으려니 그 동안 바삐 살며 외면했던 외로움이 밀려왔다.

 

– 언니, 이제 재혼하셔도 되잖아요? 연지도 이제 초등학생 되고.

 

연지를 데리러 온 연지 고모가 따뜻하게 내 손을 잡아 주었다.

 

– 아이, 아가씨 별 소릴 다 한다. 나는 우리 연지밖에 없어요. 연지라도 있으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라고요.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남편이 죽었다고 평생 혼자 사는 여자가 어디 있냐고 타박하기도 하지만 나는 결심을 굳힌 지 오래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남편밖에 없었고, 남편이 하늘나라로 간 지금은 그가 내게 남기고 간 최고의 선물, 우리 연지밖에 없다. 세상에는 나처럼 오직 단 하나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 다녀오겠습니다.

 

연지는 제 고모 집에 가면서 유치원에서 배운 배꼽인사를 했다. 사랑스럽기만 연지의 볼에 나는 쪽, 뽀뽀를 했다.

 

– 고모 말 잘 듣고, 엄마가 내일 일찍 데리러 갈게, 알았지?

– 응, 엄마.

 

고모를 좋아하는 연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고모의 자동차를 타고 가버렸다. 나는 그런 연지가 귀여우면서도 괜스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주책이지, 일곱 살 먹은 딸내미를 상대로 질투를 하다니.’

 

연지가 가고, 밀린 집안일을 하니 금세 저녁이 되었다. 저녁을 라면으로 때운 나는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난 저녁 내내 인터넷을 하고 TV를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고 오늘따라 혼자 눕는 침대가 더 크고 쓸쓸해 보였다.

 

‘잠도 안 오는데, 와인이라도 한 잔 마셔볼까?’

 

남편과는 가끔 와인을 마시며 두런두런 세상사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 나는 재즈를 틀어놓고 거실 소파 밑에 앉아 느긋하게 와인을 마셨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다음 날 낮 12시가 되어 있었다. 한 번도 이렇게 늦잠을 잔 적이 없었던 나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별일이네.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늦잠이라니, 그래도 일요일이라 다행이다. 평일이었으면 꼼짝없이 회사에 지각할 뻔 했잖아.’

 

나는 서둘러 씻고 나서 연지를 데리러 연지 고모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지하철을 타고 연지 고모가 살고 있는 방배동의 고급 빌라에 도착했다.

 

– 누구세요?

– 아가씨, 저예요.

– 네, 누구요?

 

‘어?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 없는데, 게다가 인터폰으로 얼굴도 보일 텐데, 이상하네.’

 

– 저라고요. 연지 엄마.

– 누구신데 장난치세요? 연지 엄마는 벌써 왔다 갔다고요.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연지 엄마가 왔다 갔다니? 난 분명 여기 있는데.’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 빌라 입구에 서서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