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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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가 내리는 흐릿한 날씨 때문인지 그 집은 어딘지 모르게 기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훈훈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은 잿빛 콘크리트 벽과 새빨간 지붕, 그리고 붉은 기가 도는 담쟁이.

담쟁이덩굴은 콘크리트 벽의 정중앙을 가로질러 삼각형 모양의 빨간 지붕 위로 넓게 퍼져 있었는데 이상한 건 그 집엔 대문도 없었고 창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대문을 어디에 감춰 둔 거지. 나는 문득, 대문이나 창문이 ‘원래부터 없는 집’이 아닌 누군가 ‘감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란아, 거기서 뭐해? 이리와 봐”

언니였다. 땀으로 끈끈한 손으로 언니는 내 팔뚝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담쟁이 집 앞으로 천천히 데려갔다.

“영란아.”

언니와 나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까까머리에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돋보기안경을 낀 사팔뜨기, 웅이 오빠였다.

“저 집에 들어가려고?”

“엉.”

언니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답했다. 나는 처음부터 으스스해 보이는 담쟁이 집이 싫었다. 하지만 언니는 웅이 오빠의 말을 무시한 채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언니, 그냥 집에 가자. 대문도 없잖아.”

문이 없는 집.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집은 외부인의 방문이 싫어 대문을 감췄을 거란 막연한 느낌이 든다.

알 수 없는 붉은 빛깔의 식물은 내가 본 덩굴과는 달랐다. 타원형 모양의 잎맥은 사람의 얼굴처럼 두 개의 눈과 한 개의 코, 단 세 개뿐이고 내 엉뚱한 상상이 적중이라도 하듯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엔 신기하게도 아몬드 모양으로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모든 잎이 그랬다. 언니는 잎자루를 잡고 톡 떼어 잎 몸을 유심히 살폈다.

“신기하게 생겼네. 꼭 사람 얼굴 같아. 그치? 들어가 보자!”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언니는 엄마 대신으로 내 숙제와 도시락을 챙길 만큼 조숙했다. 그런 반면 아무리 뜯어말려도 한 번 마음먹은 일은 꼭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기든 아니든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 끝장을 보는 지독한 고집쟁이이기도 했다.

“대문 찾았다!”

언니는 기어코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 문은 덩굴 집 뒤편으로 나 있고 교묘하게 덩굴에 가려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가지를 다듬을 때 쓰는 양손가위나 쇠톱으로 덩굴 일부를 잘라내지 않고서는 열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촘촘하게 대문을 감싸고 있었다.

*

다음 날, 언니는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던져 놓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가 한 시간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그랬다.

“언니, 매일 어디 가는 거야. 나 빼놓고.”

“이제 다 끝났어. 내일 보여줄게.”

다음 날 언니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담쟁이로 휘감긴 그 집이었다. 나는 그 앞에 서자 까닭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더 그늘지고 황량하게 느껴졌다. 언니는 대문 옆에 세워 둔 양손가위를 집어 들고 대문의 아랫부분을 막고 있는 덩굴을 싹둑싹둑 잘라내고 있었다.

“언니, 이거 때문에 집에 오자마자 만날 나갔던 거야?”

“엉.”

언니는 가위질을 멈추지 않고 내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다 됐다!”

언니는 나를 돌아보며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직사각형의 대문이 완전히 드러났다. 붉은 페인트칠을 한 평범한 철문이었다.

“언니, 여기 누가 살면 어떡해?”

“넌 왜 그리 겁도 많고 의심이 많니? 여긴 아무도 안 살아. 대문이 이렇게 막혀 있었잖아. 누가 살고 있다면 어떻게 들락날락 하겠어?”

“들어가기 싫어. 귀신 나올 거 같아.”

“잔말 말고 따라와. 뭔가 있을 거 같지 않니? 너 마론 인형 갖고 싶어 했잖아?”

언니는 그 집 안에 뭔가 대단한 물건이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듯했다.

마론 인형. 이제껏 그것보다 더 갖고 싶은 건 없었다. 친구 집에서 처음 그 인형을 봤을 때부터 상사병보다 더한 열병을 앓았다. 인형에 대한 지독한 열병으로 매일 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인형을 사달라고 매달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때마다 ‘다음에, 다음에’ 하시며 계속 미뤘고 결국은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언니도 갖고 싶은 게 있었다. 오래 전부터 포스터물감을 가지고 싶어 했는데 단 한 번도 어머니께 떼를 쓴 적이 없다. 우린 가난했으니까. 그런 투정을 부려봐야 가질 수 없다는 걸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 들어가자.”

언니는 대문 손잡이를 잡고 힘껏 당겼다. 문은 쉽게 열렸다. 마치 우리가 오는 것을 반기기라도 하듯.

언니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문 밖에 서서 언니가 들어오라 손짓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오른쪽에 진한 황토색의 신발장이 있다. 오동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것인데 흔히 볼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신발장 표면에 빽빽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두 쌍의 빨간 구두가 있다.

“언니, 여기 구두…….”

나는 언니에게 내 발에 꼭 맞을 것 같은 예쁜 구두가 있다고 말하려는 순간 언니는 어둠 속, 저편으로 스르르 사라졌다.

“언니!”

대답이 없다. 나는 고개를 삐죽 내밀고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실내는 어두웠고 쥐 죽은 듯, 괴괴한 정적이 흘렀다. 오랫동안 비어놓은 집이라고 하기엔 실내는 꽤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언니!”

언니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둑한 공간의 가장자리에 서서 유심히 뭔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니 옆으론 밖에서는 보지 못했던 작은 창이 있다.

덩굴은 작은 창을 가리고 있지만 덩굴의 좁은 틈을 통해 채광이 들고 그 빛은 거실 중앙에 있는 둥근 탁자 위로 비를 쏟아내듯 곧게 뻗어 있다. 탁자 위엔 커피 잔 두 개, 음식물 찌꺼기가 굳어 지저분한 접시 한 개와 반으로 접힌 신문 한 부가 놓여 있었다.

언니는 그때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 사진이야?”

벽에 걸린 사진을 한참 올려다보던 언니가 툭 내뱉듯 말했다.

“소풍가서 단체로 찍은 사진인가 봐. 그 옆엔…….”

열댓 명이 넘는 아이들의 단체사진 바로 옆에는 손을 잡고 찍은 두 여자아이의 전신사진이 있었다. 자매인 듯하다. 그들은 똑같은 빨간색 벨벳 원피스를 입고 신발장에서 본 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언니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눈이 크고 야윈 반면, 옆에 있는 여자아이는 너부데데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을 가졌고 통통한 체격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뭔가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으레 사진을 찍을 때 표정이 굳어지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의 어색한 표정은 그것과는 달라보였다. 두 아이의 과장된 미소 속엔 그것과 정반대의 두려움 같은 게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 보자.”

언니가 내 어깨를 감싸며 다시 재촉한다. 사진이 걸린 벽 좌측과 우측에 각각 방이 있다. 언니는 먼저 좌측에 있는 방 문의 손잡이를 잡고 시계방향으로 비틀었다. 문이 열렸다. 방 안은 휑하니 비어 있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문을 닫고 우측에 있는 방으로 가기 위해 발을 옮겼다. 그때, 쿵하는 둔탁한 울림이 지붕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에 언니와 나는 화들짝 놀라 동시에 몸을 움찔했다. 곧이어 퉁퉁거리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나는 언니 옆으로 바짝 달라붙어 울먹이며 말했다.

“언니야, 나가자. 누가 있는 거 같아.”

나의 심장 박동 소리가 퉁퉁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맞춰 발작적으로 뛰었다. 언니는 내말을 듣기나 했는지 계속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양이일 거야. 여긴 아무도 없다니까. 저 방으로 가보자.”

나처럼 놀란 건 언니도 마찬가지지만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돌렸다. 그러곤 내 손을 꼭 잡고 우측에 나 있는 방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방 문 앞에 서서 손잡이에 손을 뻗으려던 언니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언니가 그런 표정을 지은 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는 바닥에 엎드린 채 시커먼 피를 토하고 있었다. 당황한 언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었고 그걸 본 아버지는 언니의 수화기를 잡아채며 신음했다.

“아빠는, 이제, 병원, 안 가. 전화 하지 마. 아빤, 병원 가봐야 소용없어.”

나는 그때, 언니 옆에서 엉엉 울기만 했다. 언니는 무슨 생각에선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언니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지만 언니는 피를 토하고 쓰러진 아버지의 모습을 덤덤하게 쭉 지켜보았다. 그때 아버지를 바라보던 언니의 얼굴, 그 표정이 그랬다.

추하고 병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곧 있을 어머니의 호된 질타. 언니는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날 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죽은 후였고 어머니는 한 달 동안 언니와 말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만 했더라도 어쩌면 아버지는 좀더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니, 갑자기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그냥 무슨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고양이라며?”

언니는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리고 문손잡이를 잡기 위해 팔을 쭉 뻗었다. 그런데 그때 언니의 손이 닿기도 전에 딸칵하고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언니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가슴 쪽으로 재빨리 손을 당겼다.

쿵—쿵—쿵—쿵—쿵—

누군가 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언니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날 밤, 언니는 내가 묻는 말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언니는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TV 만화를 보면서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언니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내게로 오더니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내 얼굴에 들이댔다.

“자, 선물!”

그건 내가 그리도 갖고 싶던 마론 인형이었다. 그것도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꿈만 같았다. 나는 그날 밤 인형의 몸과 머리를 정성스레 씻겼고 인형의 등에 ‘캔디’라고 이름을 썼다.

겨울옷을 넣어둔 서랍장에서 언니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포스터물감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언니, 이 포스터물감, 어디서 난 거야?”

“누가 줬어.”

“누가?”

언니는 내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대뜸,

“담쟁이 집.”

“뭐? 담쟁이 집?”

“너도…… 같이 갈래? 인형이랑 장난감이 무지 많아. 엄청나다니깐.”

“싫어.”

“싫으면 관둬. 대신 엄마한텐 말하지 마.”

나는 결국, 엄마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언니는 가끔 내게 인형 옷을 선물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들을 받아 챙겼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언니는 기쁨에 들뜬 표정으로 내게 인형 옷을 내밀었다.

“주란아, 오늘은 까만색 드레스 가져왔지. 예쁘지?”

“잃어버렸어. 캔디가 없어졌다고.”

“어디에 뒀기에?”

“어젯밤까지 머리맡에 놔두고 잤단 말이야!”

“바보, 인형이 사람이야? 혼자 도망가게?”

“몰라, 몰라! 캔디 찾아야 돼!”

다음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언니는 내게 최신형 오락기를 선물했다.

“이제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이 언니가 다 해줄게.”

“오락기 필요 없어.”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언니가 물었다.

“아직 캔디는 못 찾았니?”

“응…….”

“담쟁이 집에 가볼래? 거기 캔디랑 똑같은 인형이 있을지도 몰라.”

캔디랑 똑같은 인형이 있을 리가 없다. 언니는 그 후로도 내게 담쟁이 집으로 가보지 않겠냐고 몇 번을 물어왔지만 난 딱 잘라 거절했다. 내가 갖고 싶은 인형이나 장난감이 아무리 많아도 희한하게스리 나는 담쟁이 집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

언니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 건 차가운 바람이 부는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으로 갔다. 언니는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언니 옆에 찰싹 달라붙어 넌지시 물었다.

“무슨 책이야?”

“저리 가.”

언니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로 짧게 답했다. 나는 언니가 들고 있는 책 표지를 보려고 손을 뻗었다.

“만지지 말라고!”

언니는 거칠게 내 손을 뿌리치며 나를 밀쳤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를 쏘아보는 언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언니는 예쁜 축에 속하진 않지만 커다랗고 까만 두 눈은 화를 낼 때조차 언제나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친근해야 할 언니의 눈빛은 삶에 찌든 노파의 눈처럼 앙칼지고 위협적이었다. 더럭 겁이 났다. 평소라면 나는 울음을 펑펑 터뜨리며 언니를 꼬집고 달아났을 텐데 그러기엔 나는 너무 당황해, 울어야 할 타이밍을 그만 놓쳐버린 것이다. 서러움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린 건 늦은 밤 어머니가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어머니가 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달랬을 땐 급기야 대성통곡을 했다.

“왜 그래?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나는 이제껏 언니가 한 일에 대해 모두 까발릴 각오로 어머니의 가슴 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언니가……”

내가 말을 막 시작했을 때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한 뺨 정도 열린 방 문 사이에 언니가 서 있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인지 언니의 모습은 공기 속을 떠도는 시커먼 기체덩어리처럼 보였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크게 떴다. 언니는 잔주름이 많은 늙은 수탉의 퀭한 눈을 하곤 어둠이 깃든 그늘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서우리만치 낯설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방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근심어린 어머니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언니가 왜?”

언니의 무서운 표정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친구나 다름없는 언니를 배신하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압력 때문인지,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언니는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사라졌고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방학숙제도 하지 않았고 학교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없으며 예전처럼 나와 놀아주지도 않았다.

또, 방 안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방 문을 수시로 잠가놓기도 했다. 더 이상 내게 선물도 주지 않았고 웃는 얼굴로 쳐다보는 일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 종일 오락 게임을 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불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언니의 발이 보였다. 발, 언니의 발들.

저건 언니의 발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발이기도 했다. 누군가 있다! 손을 뻗어 이불을 사납게 들췄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