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도어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우리는 명동의 조기구이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가서 양주 한 병을 마신 후 입가심으로 맥주 두 병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부터 와타나베의 말수가 부쩍 줄더군요.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고 대화가 끊기면 그가 먼저 머쓱한 침묵을 깨고 대화를 시작하곤 했는데 그때는 좀 달랐습니다.

‘이제 일어날까요? 대리를 불러 제 차로 모셔다 드릴게요.‘

제가 그렇게 말했더니 와타나베는 잠시 바닥을 보이는 맥주잔을 응시하더니 대뜸 별장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헤어짐이 아쉬워 술을 한잔 더 하겠냐는 뜻으로 들었을 것이고 유독 몸이 피곤했던 터라 저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은 외면할 수 없는 간청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멍청한 낯으로 ‘별장에요?’ 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처럼 눈치를 살피던 그가 맥주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냥 해본 소리네. 대리나 불러주게.’ 라고 말하지 뭡니까. 그 답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박에 그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한 번도 별장에 가자고 제안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대로 보내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 그와 동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괜찮아.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라며 내 어깨를 토닥거렸지만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표정이 금세 밝아지는 걸 보고 거절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별장에 도착한 건 자정이 막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와타나베는 기사에게 대리운전 요금의 두 배를 지불한 후, 가까운 주유소에 차를 맡기고 거기서 택시를 타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별장 근처에는 택시가 다니지 않는 외딴 곳이었으니까요. 까만 승용차가 힘찬 소리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본 후, 저는 뒤돌아섰습니다. 와타나베는 처음 와본 곳인 양 자신의 별장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제 시선도 그를 따라 자연스럽게 불 켜진 2층, 오른 쪽 두 번째 창문으로 향했습니다.

‘별장에 누가 있나요?’

그에게 물었습니다. 와타나베는 파르스름한 턱을 손으로 스윽 문지르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 방은 불이 꺼지질 않아.’

저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불이 꺼지지 않다니.

‘전원을 모두 차단해도 저 방은 항상 불이 켜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