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차 안에서 들리는 말소리가 일절 없었다.

 

그저 바퀴가 아스팔트 바닥을 차며 전해지는 웅웅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영진은 쭈뼛대며 인섭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인섭은 입을 꾹 닫고 얼굴을 굳힌채로 핸들만 돌리고 있었다.

 

“제가… 운전 할까요…?”

 

영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깍지를 끼고 엄지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옆에서 난 말소리에 고개를 슬쩍 돌려 영진을 확인한 인섭은 다시 도로만 바라봤다.

 

“괜찮습니다.”

 

차갑게 대답을 뱉은 인섭은 사거리에 서 신호를 기다렸다.

 

“매뉴얼 다 숙지하고 있죠?”

 

다시 옆쪽으로 얼굴을 돌린 인섭은 영진이 입고있는 제복을 위 아래로 훑어보며 확인했다.

 

“네. 안전관련이나 대응 관련 매뉴얼 전부 외웠습…”

 

“우리는 지역대응팀이랑 달라요. 거기는 예방이나 지역 순찰이 더 잦으면 우리는 처리가 주에요. 숙지했다고 확신해요?”

 

“아… 음…”

 

영진이 얼버무리고 있을 때, 인섭은 신호가 바뀐것을 보고는 클러치를 밟았다.

 

“거기보다 여기가 더 총 쏠 일이 많을건데, 정말 준비 됐다고 확신해요?”

 

“음…”

 

침을 꿀꺽 삼킨 영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만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인섭은 옆의 영진이 조용해지자, 또다시 길을 따라 액셀을 밟아갔다.

 

월곡쪽으로 다시 올 일이 없었으면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듯 월곡 동사무소 직원들은 긴급대응팀을 부르고 있었다.

 

인섭은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긴급대응 1팀입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무전기 버튼을 놓은 인섭은 응답이 들려오길 기다렸다.

 

– 월곡동 장미길 3번지. 지금 빨리 오랜다, 지금 당장.

 

인섭은 얼굴을 찡그렸다. 황 계장의 목소리가 굳어있는 것으로 봐서는 상황이 좋지 않은 듯 했다.

 

“상황이 어떻댑니까?”

 

– 단체 감염. 이미 하나 처리했는데 집 안에 둘 더있댄다. 문을 못열고 있다니까 가서 지원하고 와.

 

황 계장의 말을 들은 영진은 얼굴을 굳혔다. 주먹을 꼭 쥐고는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전기를 내려놓고 영진을 힐끔 쳐다본 인섭은, 턱부분이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경로를 따라 차를 움직여 가니, 이미 경찰차와 작은 크기의 밴이 현장에 자리잡고 있었다.

 

경찰차 뒤에 차를 세운 인섭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자 마자 안전띠를 풀었다.

 

“정신 차리고 긴장해요.”

 

문을 벌컥 연 인섭은 영진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인섭은 망설임 없이 트렁크를 열고 보호장구를 착용했다. 심호흡을 하며 인섭 옆에 선 영진은 타지 않은 하얀 손을 움직여 보호장구를 입기 시작했다.

 

“야! 거 문 안 부서지게 막아! 막으라고!”

 

차 너머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발을 구르며 뛰어가는 소리가 같이 전해졌다.

 

묵묵히 벨트를 채운 인섭은 산탄총을 잡아들고는 약실을 확인했다. 텅 비어있는 것을 본 인섭은 다시 펌프를 앞으로 밀고는 탄약을 하나하나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옆에서 용을 쓰는 소리가 들려 살짝 고개를 돌려봤다.

 

영진은 조금이라도 벨트를 꽉 메려고 이를 악물고 버클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한숨을 푹 쉰 인섭은 총을 내려놓고 영진의 허리 벨트를 잡은 인섭은 뒤쪽의 고리를 잡고 허리띠의 끝을 확 잡아챘다.

 

당황하여 인섭을 바라본 영진은, 무표정하게 산탄총을 내미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머뭇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총을 받아든 그는 펌프를 잡아당겨 약실을 확인하고는 인섭을 따라 총을 장전했다.

 

“팔 고박 제대로 확인해요.”

 

인섭은 자신의 팔 보호구 패딩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툭툭 쳐서 확인하고는 차를 돌아 현장으로 달려갔다.

 

영진은 인섭의 말을 듣고 팔을 두세번 반복해서 둘러보기만 했다.

 

“긴급 대응팀입니다!”

 

인섭은 문을 틀어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가 다가오자, 죽음이 드리웠던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도로 중앙을 확인하니 이미 바닥에 구르고 있는 머리통이 보였다. 근거리에서 총을 발사했는지, 이마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문은 계속 쿵쿵대고 있었다. 문 양옆으로 나있는 창문이 없어 안쪽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철문은 크게 흔들리고, 문을 등으로 막고있는 사람들마저도 살짝 몸이 튕겨나오고 있었다.

 

이를 살짝 악문 인섭은 문 주변을 둘러봤다. 걸리적거리는 장애물 없이 활짝 열린 공간이었다.

 

“이거, 이거 어떡해야합니까?”

 

한 남성이 인섭에게 다가왔다. 그도 인섭과 비슷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인섭은 산탄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여차하면 바로 문쪽으로 총을 조준하고 밀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서 동네를 자주 도는 편인데, 오늘 이 집 입구쪽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오는게 보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계속 벨을 눌러보고 문을 두드리는데 감염자 하나가 뛰쳐나왔구요. 급히 처리를 하고 안쪽 수색을 하는데, 둘이 더 달려나와서…”

 

장비들을 모두 챙긴 영진이 인섭의 뒤를 따라오자마자 온몸이 얼어붙듯 멈춰섰다.

 

쾅쾅거리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울리고 있었다. 온 골목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딱 좋은 굉음이었다.

 

몸이 들썩이는 사람들을 본 그는 숨을 더욱 몰아쉬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문만 바라보고 있는 인섭의 모습을 보고는 그는 긴장을 하며 총의 방아쇠쪽으로 손가락을 올렸다.

 

“그래서 지금 저 모양입니까?”

 

인섭은 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처한 표정을 지은 남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문이 다시 잠긴겁니까?”

 

“아닙니다. 지금… 일단 힘으로 막아서고 있습니다. 근데…”

 

문을 막아서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 남성은 팀원들의 상태가 걱정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다.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점점 힘이 빠지는지 들썩이는 정도가 심해졌다.

 

“저거도 잘못하면 열릴겁니다…”

 

“아니, 이거는 굳이 긴급대응팀을 부르는거보다는 월곡팀에서 충분히 정리 가능한 선 아닙니까?”

 

“주변을 보세요…”

 

인섭은 남성의 말에 시선을 주변으로 옮겼다. 막고있는 문의 양 옆으로 하수구 구멍이 보였다.

 

“저거때문에… 저희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잘못 대응하면 저기로 피가 떨어질거든요.”

 

“혹시 저기가 뭘로 이어집니까?”

 

“바로 옆쪽 하천으로 이어지는 빗물 배수관인데… 문제가…”

 

남성은 길의 끝에 있는 난간쪽을 가리켰다.

 

“저쪽이 하천인데… 저쪽이 주민 생활권이어서 오염시키면 안된다는 지침이 떨어졌었습니다.”

 

그의 말에 인섭은 한숨을 내쉬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염자를 처리해야하는 것이 매뉴얼 상 내용이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못지킨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차를 타고 오며 뱉었던 매뉴얼이라는 말에 자괴감을 느낀 인섭은 얼굴을 찡그렸다.

 

“뭣보다…”

 

월곡통 팀원은 산탄총의 펌프를 당겨서는 약실을 열어 인섭에게 보여줬다. 약실 안은 텅 비어있었고, 밀려 올라오는 탄환조차 없었다.

 

“보급이 제대로 안들어와서 지금 총알도 없이 이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지금…”

 

남성은 문 옆에 놓인 곡괭이와 삽을 가리켰다.

 

“저런거도 같이 들고 다니고 있어요…”

 

끝에 흙과 검은 피가 묻어있는 곡괭이는 문 옆에 기대어져만 있었다.

 

인섭은 곡괭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문을 열면, 저걸로 다시 감염자들 밀어 넣을수 있을까요?”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