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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인섭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평소에는 무표정을 유지하는 인섭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허탈함만이 가득 차있었다.

 

그의 눈은 공허했고, 자신의 차 트렁크에 실려 있는 감염자들의 시체가 너무나 역겨워 애써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려 했다.

 

밀봉을 잘 했지만, 역겨운 피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말없이 길만 보고 있던 영진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그는 또다시 깍지를 낀 채로 엄지손가락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선배님… 음…”

 

그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무뚝뚝하게 말 없이 운전을 하던 인섭은 자신의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만 기울였다.

 

“매번 이렇습니까?”

 

“뭐가요.”

 

영진은 얼버무리고 있었다.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그의 입안에서 멤도는 소리를 뱉어내지 않았다.

 

“말해요.”

 

“매번 그렇게 목숨걸고 들어가야합니까.”

 

인섭은 고개만 살짝 돌려 영진을 확인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말고 있었다.

 

“그럼 뭐때문에 여기 왔어요?”

 

인섭은 퉁명스레 되물었다.

 

“저는…”

 

“이럴거 모르고 들어왔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데.”

 

인섭은 피곤함에 눈을 살짝 문지르고는 다시 도로를 주시했다. 그의 눈에는 옅게 쌍꺼풀이 껴있었다.

 

“저는… 그저…”

 

영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저 전… 사람들을 돕고싶었…”

 

“돕다가 죽으면 끝인건데?”

 

인섭의 말에 영진은 다시 입을 꾹 닫았다. 시무룩해진 듯 한 영진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그게 여기 온 이유가 다는 아닌거 같네요.”

 

목을 가다듬은 인섭은 영진쪽으로 눈만 슬쩍 흘겨 확인했다. 침울한 그의 표정에서 진철의 얼굴이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돕는거 뿐이면 여기 말고도 갈 곳 많아요. 그거뿐이면 다른 과로 보내달라고 요청서 내요. 여기는 돕는게 아니라…”

 

인섭은 말을 이어가려다 울컥하는 느낌이 들어 말을 멈췄다. 코가 시큰거렸고, 그의 눈꺼풀 한쪽 끝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정리하는 곳이니까…”

 

인섭의 말 이후로 차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서로 나누는 눈빛이나 감정조차 없었다.

 

적막의 차를 몰아 시청 주차장으로 차를 쭉 몰고 들어온 그는 소각장으로 향했다. 트렁크에 실려 있는 시체 가방들을 전부 내려놓고 와야만 했다.

 

소각로 입구쪽으로 천천히 차를 몰아간 인섭은 차에서 내리고는 바로 트렁크를 열었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걸어나온 양주사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맞잡은 인섭은 묵묵히 손을 한번 맞잡고는 시체가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양 주사는 가방의 머리쪽을 조심스레 들고 소각기 옆 공간에 내려뒀다.

 

영진이 거들러 달려왔지만, 인섭은 손바닥을 살짝 펼치곤 오지 말라는 신호를 줬다.

 

가방 넷을 전부 옮긴 인섭은 활활 타는 소각기를 바라봤다. 소각기의 불은 꺼지는 날이 없었고, 시청 근처에는 언제나 희미한 숯냄새가 풍겼다.

 

“진철이는… 잘 보내줬어요?”

 

양주사는 담배를 나눠 피던 진철이 떠올랐다. 입구쪽에 나란히 서서 먹구름만 바라보던 때가 엊그제였다.

 

“발인하고 하는거까지… 보고 왔어야하는데…”

 

인섭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괜찮습니다…”

 

인섭과 양 주사는 나란히 서서 시청 전경을 바라봤다. 소각로 기둥 끝, 정화장치를 거쳐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서서히 시청으로 퍼져나갔다.

 

양 주사는 씁쓸한 마음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가 부스럭대는 것을 듣고 있던 인섭은 양 주사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저도… 한대 주시면 안됩니까?”

 

인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대응팀 활동을 하며 한번도 묻지 않던 말에 양 주사는 화들짝 놀라 인섭을 쳐다봤다.

 

“원래… 안폈지 않나…”

 

“안폈죠… 근데…”

 

인섭은 멍하니 담배를 들고 있던 양 주사의 담배 하나를 끄집어 냈다.

 

입에 담배를 문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생각 나서요.”

 

눈을 한번 으쓱 거리고 불을 내준 양 주사는 인섭의 담배에 불을 붙여줬다.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배의 연기는 하늘로 흩어졌다. 담뱃재는 힘없이 타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기만 했고, 가루처럼 남은 잿덩어리들은 바람에 실려 미세해지고, 사라지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온 인섭은 얼굴을 펼 수 없었다. 그의 옆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어느새 서류들은 박스에 가득 들어차 진철의 사물함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모든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진철의 뼛가루는 이미 단지에 모여 납골당으로 사라졌고, 그의 자리에 남아있던 모든 물건들까지 사라졌다.

 

인섭은 헛웃음을 지었다. 꽉 차있던 그의 옆자리에는 종이 한 장 조차 남지 않았다.

 

고개를 저은 그는 책상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팔에 매고 있던 팔찌를 만지작 거린 그는 컴퓨터를 켜 서류 하나를 열었다.

 

망설임 없이 프린트 버튼을 누른 그는, 자신의 서랍 속 봉투를 챙기고 프린터로 가 종이를 챙겼다.

 

한숨을 쉬고 종이 내용을 확인한 인섭은 종이를 곱게 접어 봉투에 집어넣고, 봉투를 안주머니 속으로 밀어넣었다.

 

“어, 들어왔나?”

 

황 계장은 서류 더미를 품에 안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영진과 인섭이 멀뚱멀뚱 서있는 것을 보고는 서류부터 내려뒀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그가 안고있는 서류들에는 현장대응 보고서들이 반이었고, 전부 조사반 도장이 우측 하단에 찍혀 있었다.

 

“일단… 그 자리에 앉아서 짐 풀면 된다.”

 

황 계장의 한마디에, 인섭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아무리 떠난 사람의 자리라고 하지만, 당장 며칠전까지 그의 옆에서 등을 맞대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역겨움이 몰려왔다.

 

인섭은 영진을 노려다봤다. 쭈뼛거리며 자리로 다가서던 영진이 흠칫 놀라며 멈추어 섰다.

 

“보고서 양식이라든가… 그런건 전부 컴퓨터 안에 남아있을거니 한번 확인해보고.”

 

황계장은 내려둔 서류더미를 무너지지 않게 다시 쌓아 올렸다. 조사반이 해산 수순을 밟고 있는 듯, 그는 서류를 하나하나 옮기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영진이 조심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냐, 됐어.”

 

황 계장은 인섭을 한번 슬쩍 보고는 인섭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인섭이 너도 쉬어라.”

 

인섭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황 계장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는 모자를 챙겨들고는 다시 사무실 바깥으로 나아가 황계장의 어깨를 잡았다.

 

“계장님, 지금 이게…”

 

“나한테 묻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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