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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의 바깥쪽은 놀라울정도로 조용했다.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지만, 오다니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왕왕 사람들이 보였겠지만, 지금은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지나가지 않았다.

 

인섭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빈 자리에 대충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인섭과 진철은 먼저 차를 타고 온 성아와 주현과 합류했다.

 

인섭은 주변을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방문객이… 더 줄어든거 같네요?”

 

주현은 먼쪽을 가리켰다.

 

“저거때문이죠, 당연히.”

 

주현의 손가락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쓰레기 하치장 가득 쌓여있는 시체 가방들이 보였다.

 

“혹시나 감염될까봐 오는 사람들이 더 줄었어요. 의료 서비스 필요한 사람들은 이제 일반 의원으로 가죠…”

 

“참…”

 

성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는 보건소 안으로 들어섰다.

 

실제로 보건소 안쪽에서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의사 가운을 입었거나 정장을 입었지, 평상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보이는 두어사람은 수납대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지, 아픈 사람들이 아닌 듯 보였다.

 

“그래서 이젠 국가에서 아예 보건소들을 감염 대비 센트럴로 활용하기로 결정한거 같아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많은 지원도 들어오고… 감염 지연 내지 보조 설비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죠.”

 

그들이 방 하나를 지나쳤을 때, 링겔을 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눈을 감고 있었고, 팔이나 다리 여기저기에 푸른 핏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뭐… 대형병원들보다는 많이 떨어지지만요. 당장 윤악동에 있는 보건의료원보다 여기가 훨씬 떨어져요.”

 

네 사람은 큰 통유리 창을 설치한 방 앞에 멈춰섰다. 사람들은 모두 쥐죽은듯 잠을 자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과 침대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링겔을 확인하고, 정체모를 약을 주사하고 있었다.

 

“테트라 비축량은 괜찮은거야?”

 

성아가 주사를 놓는 간호사들을 슥 둘러보곤 넌지시 물었다.

 

“우선은. 매일 정도가 아니라 매 시간 재고 확인 하고 있기도 하고.”

 

주현은 환자들 사이를 지나며 링겔 양과 몸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들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복도를 올라갔다.

 

“그래도 큰일이야.”

 

주현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말했다.

 

“어떤게?” 성아는 조심스레 질문했다.

 

“갑자기 감염자들 숫자가 훅 늘어나고 있어서, 재고 관리도 그렇고 인력 관리도 그렇고 너무 어려워. 감염자들은 늘어만 가는데… 병상도 없고…”

 

진철은 주변으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보건의와 간호사들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인섭은 성아와 주현의 뒤를 따라가다가, 다 찢어진 침대를 하나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거 고쳐서 쓰면 안되나요?”

 

“인력도 도구도 없어요. 지금 감염자들 관리랑 현장출동 하는거만 해도 너무나 벅차요. 행정계쪽 직원분한테 부탁은 드려놨는데, 지금 또 출동하셨을 거구요.”

 

주현은 사무실 문을 열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서류의 산 사이에 서있는 남성은 좌절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다.

 

“예… 우선은 알겠습니다. 일단은 여기서 최대한 수용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기를 끊은 그는 주현을 따라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실패한거야?”

 

“네…”

 

주현은 시무룩하게 말끝을 흐렸다.

 

얼굴을 살짝 찡그린 그는, 전화기를 톡톡 두드리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괜찮아.”

 

그는 서류를 살짝 밀어내고는, 부채로 자신을 마구마구 부쳤다.

 

“어쩔수 없는거야. 어짜피 지금 수용할 병상도 없잖아.”

 

주현은 눈을 꾹 감았다.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깨진 유리창을 통해서 튀어나온 푸른색 팔이 스쳐지나갔다.

 

무표정하게 시신을 처리하던 긴급대응 팀의 모습이 떠올랐을때, 팔에 소름이 올라왔다.

 

“그래서… 뒤에 분들은…”

 

“아… 시청에서 나오신 분들이에요.”

 

주현을 따라 들어온 세 사람은 살짝 목례를 했다.

 

“시청 특조반 진성아입니다. 여기는 윤인섭 주사님, 여기는 박진철 주사님이구요.”

 

“아휴… 여기까지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팀장은 성아에게 악수를 건넸다. 손을 맞잡은 성아는 사무실 주변을 둘러봤다.

 

“정필연입니다. 우선 앉으시죠.”

 

주현은 옆쪽 쪽방으로 들어가서는 캔커피 몇개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앉았다.

 

“그…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좀처럼 그게 잘…”

 

“그거때문에 온거 아닙니다.”

 

성아는 난처해하며 말을 시작한 정 팀장의 첫마디를 단칼에 끊었다.

 

“실사나온거 아닙니다, 팀장님.”

 

멀뚱멀뚱한 정 팀장은 눈을 꿈뻑거리다 주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무슨… 일로…”

 

주현은 접혀있던 지도를 쭉 펼쳐서는 큰 원탁으로 밀어넣었다.

 

“팀장님, 우리 저번에 감염관련해서 자체적으로 조사한거 있죠?”

 

“있지. 왜?”

 

“이분들한테 넘겨드려야 할거 같아요.”

 

팀장의 광대부분이 움찔거렸다.

 

“넘긴다고?”

 

“네. 이분들도 지금 조사중이니까, 서로 협의하면…”

 

팀장은 부치고 있던 부채를 책상위에 내려뒀다.

 

“공문 있어?”

 

“네?”

 

주현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청서나 공문 있냐고.”

 

“팀장님?”

 

“요청서나 공문도 없는데 그걸 왜넘겨?”

 

팀장은 의자를 빙글 돌려서는 창밖으로 눈길을 돌려버렸다.

 

“돌아가세요. 드릴거 없습니다.”

 

성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팀장님… 지금 복지부에서 조사하라고 공문이 내려왔잖습니까. 기관끼리 협의…”

 

“기관끼리 협의를 하라고 했지 보내라고는 말 안했잖습니까!”

 

팀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모습에 진철은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상도덕이 있는거지, 이렇게 갑자기 와서 뭘 넘긴다고 하질 않나, 갑자기 따지고 들질 않나… 뭡니까 이게 지금?”

 

팀장이 말을 이어나갈 때마다, 주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주먹을 꼭 쥔 주현은 말없이 보고서만을 정리하고 있었다.

 

“야, 박주현! 뭐하는거야! 내 허락도 없이 그걸 왜넘겨!”

 

“뭐하시는겁니까 지금!”

 

뒤에 서있던 진철이 삿대질을 하며 불쑥 튀어나왔다.

 

“넌 또 뭐야?”

 

“아니 피차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끼리 왜 목에 핏대를 세웁니까 지금?”

 

진철이 으르렁 거리며 앞으로 나서자, 인섭이 진철의 가슴팍을 살짝 막아서며 그를 뒤로 밀어냈다.

 

“아 놔봐, 복지부 공문 떨어졌고 조사 결과가 있으면 뭘 나눠주든 해야 우리도 일을 할거 아닙니까!”

 

“야, 너 뭐하는 새끼야!”

 

팀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진철의 멱살을 잡으려는 듯 다가왔다.

 

“야, 박진철!”

 

“박 주사님 잠시만요!”

 

인섭이 다급히 진철을 잡아당기고, 성아가 두 사람의 사이를 막아섰다.

 

“총질하는 놈이다, 이 개새끼야!”

 

“호봉도 안되는 새끼가 어디서 목소리를 높이고 지랄이야!”

 

으르렁대는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서로의 멱살을 잡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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