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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총소리가 들린 후 이미 모두 사라진 후였다.

 

가까스레 더플백을 긴급대응팀 차에 올려 실은 사람들은 망연자실 한채 차에 기대어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순경은 경찰차 안쪽으로 몸을 집어넣고는 무전을 하고 있었다. 그는 무전기를 팽개치듯 건 후, 문을 연채로 운전석에 걸터앉았다.

 

주현은 손을 떨고 있었다.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손을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성아는 그녀의 머리를 안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묵직한 시체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밀폐 박스를 닫은 인섭과 진철은 장갑을 벗어던지고 보호구를 풀어냈다.

 

침울한 기운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깨진 창문 너머 현관 벽에는 피가 가득 뿌려져 있었고, 문틈을 넘어 검은색 핏길이 주욱 그려져 있었다.

 

“약… 가져왔는데…”

 

주현은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쪼그려앉아 있었다. 성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주현의 등을 쓸어내렸다.

 

“언니…”

 

인섭은 트렁크 너머로 두 사람을 슬쩍 보고있었다. 장비를 벗고 손에 대충 감염용 소독제를 뿌린 그는 진철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안되길 바랬는데…”

 

인섭은 손을 탈탈 털어내고는 대충 옷에 손을 닦았다. 늘 보아왔던 광경이었지만 언제나 익숙해지진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사람들, 자신과 진철의 가슴팍을 두드리고 멱살을 잡던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나았다.

 

그나 진철이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감염됐으니 방법이 없다면서 빌딩에서 투신 자살을 했던 사람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진철은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 내서는 살짝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 않고 담배를 물고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러게.”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끄집어 내서는, 힘겹게 불을 붙였다.

 

가스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라이터에서 피어올라오는 불은 화구 위로 볼록 솟아올라 있었다.

 

“니가 얼마전에 그 이야기 했지?”

 

“무슨 이야기?”

 

인섭은 트렁크에 걸터앉았다.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는 햇빛 한줄기조차 볼 수 없었다.

 

“안죽어도 되는 사람이었다고.”

 

진철은 라이터를 집어넣고는 한모금을 길게 빨아당겼다. 담배 앞부분에서 붉은 빛이 활활 타올랐다.

 

인섭은 진철의 말에 불백집에서 했던 푸념이 떠올랐다.

 

“그러게…”

 

씁쓸한 마음에 인섭은 하늘을 살짝 올려다봤다.

 

곧 비가 내릴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쏟아져 내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는 다시 뒤로 고개를 돌려, 운전석 창문 너머로 성아와 주현을 확인했다.

 

미동도 없이 쓰다듬고 있는 성아는 눈물을 참고 있는 듯 고개를 들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가봐야겠네…”

 

인섭은 바지를 털고 일어섰다. 차가 꿀렁거리는 느낌이 느껴졌다.

 

“어딜?”

 

“진 주사님이랑 저기 직원분한테.”

 

인섭은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는 조심스레 두 여성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성아는, 곁눈질로 인섭을 흘겨보고 있었다.

 

손을 뗄수는 없었지만, 눈치로 다가오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섭은 조심스레 모자를 벗었다.

 

“죄송… 합니다…”

 

울고있던 주현은 고개를 들고, 부은 눈으로 인섭을 바라봤다.

 

붉은 실핏줄이 잔뜩 터져 벌개진 그녀의 두 눈과, 잔뜩 부어오른 그녀의 눈 두덩이가 두드러지고 있었다.

 

순경은 인섭이 다가오는걸 보고는, 외면하듯 살짝 고개를 돌렸다.

 

“하…”

 

훌쩍거리는 주현은 눈을 살짝 부비적거렸다.

 

그녀는 째려보듯 인섭을 노려보고는 입을 우물거렸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가슴을 살짝 두드렸다.

 

명치 언저리가 꽉 막히는지, 그녀는 툭툭 소리를 내며 가슴팍을 쳐댔다.

 

“괜찮아 언니… 괜찮아…”

 

“아냐… 후… 괜찮아… 괜찮아…”

 

그녀는 두어번 숨을 몰아쉬고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녀는 경찰차 트렁크 문쪽에 올려뒀던 가죽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변하기 전에 막고 싶었는데… 이미… 이미 변해버렸었잖아요…”

 

“어쩔수… 없었죠…”

 

“알아요… 아니까…”

 

주현은 눈물을 쓱 닦고는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손에 힘이 없는지 가방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성아는 그녀를 부축해 가방을 들어주었다.

 

“이미 변하고 나서는… 어쩔수 없는거잖아요…”

 

그녀는 욱신거리는 팔을 주물럭거렸다. 계단에서 밀려서 넘어졌는지, 약간 까진 상처도 보였다.

 

“설득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인섭은 쭈뼛거리며 말을 이어나갔지만, 성아는 이를 꾹 악물고는 숨을 고르고 인섭의 말을 끊었다.

 

“긴급대응팀이라고 밝혔으면 더 심하게 저항했을거에요. 괜찮아요. 괜찮아…”

 

그녀의 말을 들은 인섭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경은 피곤한 눈치로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인섭은 순경쪽으로 걸어가서는 살짝 차에 몸을 기댔다.

 

“다치신데는… 없죠?”

 

“아… 네…”

 

순경은 얼굴에 피로가 가득해보였다. 그는 들어오고 있는 무전을 무시하고는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그… 나중에 서로 가셔서 보고서 쓰셔야할때… 그때 저희 부서쪽으로 연락 주세요. 혹시나 필요하신 내용 있다면 증언이라든가… 해드릴거니까요.”

 

“아… 음…”

 

순경은 살짝 인섭을 올려다봤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견장쪽을 보고있는 인섭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우물쭈물거리던 순경은 자리를 뜨려던 인섭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 음…”

 

순경이 조심스레 머리를 들고 말을 걸었다. 인섭은 어색한 느낌에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돌아서려다 발을 멈췄다.

 

“이런 일… 자주 겪으시는건가요…?”

 

순경은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 그는 피로한 눈을 가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충격과 설움이 가득 찬 눈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음… 이게 제 일이니까요.”

 

인섭은 눈을 꿈뻑거리다 대답했다. 길게 할수 있는 말이 없었다.

 

“사람… 이잖아요… 방금까지 사람이었는데…”

 

순경은 정모를 벗고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머리가 터져나올 것만 같은지, 관자놀이부분만 조심스레 마사지 하고 있었다.

 

“저도…”

 

인섭이 조심스레 차에 기대어 서서는 발로 땅을 툭툭 차댔다.

 

“저도… 처음엔 그 생각 많이 했었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