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관하여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은 몇 없어. 일단은 나와 너. 주요 조연으로는 수상한 카페 주인, 무당 일 하는 이모,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없어. 약간의 설명이 붙는 엑스트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어쩌면 이름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르지. 혹시 알고 있어? 매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 사실 그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오로지 이름 가진 사람들로만 이루어졌어. 그 당시의 너와 나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지. 이제 막 스무살이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하나 지나친 사람들은 나이 앞자리가 2로 바뀌는 것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면하게 되면서 인생 첫 공황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우리는 그런 보편적인 단계를 거치는 대학생들이었어. 솔직히 너보다는 나에게만 관심이 있는 시기였지. 그래. 이건 스물 한 살이 되던 그 겨울에 시작되는 이야기야.

너는 아마 언젠가 이걸 읽겠지. 그때를 위해 적고 있어. 시간이 지나서 내가 나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을 더하거나 빼지 않도록. 비록 그렇다고 해서 내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속죄로 생각해줘. 그러기를 바라.

내가 너를 만난 건 두 명의 룸메이트를 떠나보낸 다음이었지. 내가 장기 계약을 맺은 이 집은 ‘뭔가 나온다.’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입주하지 않는 곳이었고, 결과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어. 대학에 붙은 뒤 서울에 상경해 집을 둘러보던 나는 이 집의 위치와 저렴한 집세에 금방 마음을 빼앗겼지. 근처 집들보다 절반 이상 저렴했어.

집을 둘러 본 뒤 거기 있는 영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어. 나쁜 소문에 아무도 안 살던 곳이라면 사람 손 닿은 곳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거든. 아마 소문을 모르고 들어왔을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을 터였지.

집이 위치한 곳이 워낙 외진 데다 건물 그늘에 가려져 음침하게 보이는 탓에 소문이 부풀려진 것이 분명했어. 나와봐야 건물 지어지기 전에 여기 묻혀 있던 노인이나 근처에서 교통사고 당한 꼬마, 그리고 방에서 목매달아 죽은 대학생 정도가 다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