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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막내고모였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모두 할아버지의 집에 모여 저녁밥을 준비했다. 낡은 기와집의 좁은 부엌대신 여자들은 금이 간 시멘트를 바른 마당에 나와 요리를 했다. 엄마가 익숙한 손길로 배추를 똑똑 꺾어 배추 전을 부쳤다.

3일 동안의 장례식에서 손님을 맞고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어른들은 피곤에 절어있고 하릴없이 장례식장에서 꿀떡이나 주워 먹던 자식들은 펀펀한 얼굴로 노닥거렸다.

“아이, 왜 10년도 더 된 일을 꺼내? 지금 얘기해서 좋을 일이 뭐 있다구.”

“그래서, 그래서 당신이 잘했어?”

할아버지 집 담벼락 너머로 셋째 삼촌과 숙모가 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모가 싸우는 게 익숙한 듯 세쌍둥이는 서로의 대화에만 집중한다. 다들 못들은 척 자기 일을 하면서도 신경은 담 너머의 일에 쏠려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알고 싶으면서도 괜히 알게 된다면 어른들의 일에 휘말리게 될 것 같아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며 담 밖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데 숙모의 높고 째지는 목소리에 이어 정점을 찍듯 막내고모가 비명을 질렀다.

“엄마야!”

배추된장국을 해먹으려고 분홍색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고 장을 푸러갔던 막내고모가 뒤로 나자빠졌다. 할머니는 이미 2년 전에 돌아가시고 없는데도 막내고모는 자기 엄마를 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막내고모 손에 들려있던 장독 뚜껑이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