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1화 – “우리 출동이다! 다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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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 중지된 기간과 이수진이 런던에 간다고 하숙집을 떠난 날짜가 일치했다. 그 다음 주 목요일부터 배달이 다시 시작된 걸로 기록돼 있었다. 스미스가 집으로 돌아왔을 시점에 이수진은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권민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의뢰인들한테서 마미 밀즈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미심쩍었다. 스미스가 이수진과 같이 동행한 게 맞는다면 배달 일정을 조정했을 거라고 추측했고 그 예상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미 엽서만으로도 동행 사실은 분명했지만, 경찰 당국과 협상할 만한 명백한 카드가 더 필요했다.

 

권민은 실종자 사이트로 접속해 배달을 건너뛴 다른 날짜 기록과 대조해 보았다. 권민의 메마른 눈가에 더 큰 서광이 번득였다. 스미스가 집을 비운 기간에 실종된 인물들이 여럿 나왔다. 본머스와 풀, 런던 거주자이며 모두 여자였다. 만약 이들의 실종이 스미스와 관련된 거라면 이들을 통해 단서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수진은 영어에 서툰 외국인이라 행방을 추적해 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녀가 엽서에 적은 ‘황홀한 펍’에 대해서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인인 다른 실종자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스미스에 대한 단서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실종자들 이름과 주소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그들의 흔적을 뒤졌다. 소셜네트워킹 웹사이트 몇 개가 검색 창에 잡혔다. 빨리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아주 오래전에 남겨졌거나 그마저도 없는 폐가 분위기였다. 실종 직전에 올린 글 중에 눈에 띄는 메시지는 없었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여자는 SNS 활동에 꽤 열심이었다. 일기 쓰듯 그날그날의 감상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 두는 걸 좋아하는 부류였다. 실종되기 11일 전에 남긴 다이어리 한 대목이 권민을 집중시켰다.

 

솜누스 정말 최고다. 쿠키 맛이 아주 예술임. 황홀한 맛이다. 내가 가본 최고의 펍으로 인정! 런던에 살면서도 이런 황홀한 펍이 있는 줄 몰랐다니. 게다가 쿠키 만드는 아저씨까지 만났다! 펍에는 가끔만 온다던데 엄청난 행운이었음. 와우, 쿠키 마스터! 연락처 주고받았다. 멋쟁이 아저씨. 솜누스 정말 좋아! 머리가 핑핑 도네.

 

 

권민은 ‘펍’에 주목했다. 이수진과 공통점이 하나 생겼다. 여기 언급된 펍이 이수진이 갔던 펍과 동일한 곳은 아닐까. 런던에 있는 솜누스 펍을 검색했다. 솜누스에 다녀온 사람들의 SNS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연관 태그로 쿠키, 쿠키 오브 쿠키, 슈퍼 쿠키, 섹시 쿠키 등이 곁달려 올라왔다.

 

펍의 위치와 주소를 알려주는 검색결과가 넷북 스크린에 나타나자 머릿속에서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가 찰카닥 경쾌하게 울렸다. 레스터 스퀘어! 솜누스의 주소지는 레스터 광장이었다. 이수진의 엽서에 있던 단서도 레스터 광장! 의뢰인이 가져온 단서와 일치되는 퍼즐조각이다.

 

권민은 차 안의 글러브 박스를 열어 사건조사 전용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권민 명의가 아니라서 추적당할 위험이 없는 폰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솜누스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꽃 배달 업쳅니다. 대니얼 스미스 씨 댁인가요?”

 

상대방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집은 아닌데, 대니얼이 여기 오긴 해요.”

 

“주문자께서 여기 주소를 알려주셨는데요. 그리로 배달해도 될까요?”

 

“예, 그러세요.”

 

통화가 끝나자 휴대폰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대니얼 스미스가 솜누스 펍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건 확실해졌다. 이번에는 솜누스 펍을 직접 살펴볼 차례였다. 권민은 목초지 도로를 빠져나와 레스터 광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독 소장과 승주는 탐정의 연락을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경이 타들어갔다. 실종된 지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손발이 묶인 채 아무 조사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명치에 얹혀 혈맥을 압박하고, 과연 그 로봇 같은 탐정이 단서를 물어올까 싶어 조바심까지 합세해 울렁거렸다.

 

신경 줄이 날카로이 곤두서다 보니 시계소리마저 재깍재깍이 아닌 울컥울컥으로 들렸다. 실종자 가족을 위해서는 물론이요, 탐정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비극적인 사건을 뉴스가 아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맞닥뜨리는 데서 오는 압박감과 무능력을 절감하며 자괴감에 빠져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독했다.

 

독 소장이 침대에 누워 한숨을 지리던 와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권민입니다.”

 

오늘 오전에 만났던, 툭하면 배터리가 나갔던 뒤통수 탐정이었다. 이 밤중에 왜 전화했지? 물어볼 게 더 있나. 설마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어쩐 일이세요.”

 

“내일 만나시죠.”

 

“네? 왜요?”

 

“보고할 게 있습니다.”

 

희열과 의심이 동시에 스쳤다.

 

“벌써 무슨……”

 

“용량이 크니까 이메일로 보내죠. 문자로 이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뭘 보내는데요?”

 

“약속 장소요. 알려드린 곳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어디로요?”

 

“이메일로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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