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0화 – “하나 기억났어요! 여태 그걸 놓치고 있었다니. 바보, 말미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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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미러 위로 각자 생각에 잠긴 두 사람이 비쳤다. 권민은 저 두 의뢰인의 배짱과 관찰력에 신뢰가 갔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유용한 퍼즐 몇 조각이 더 떠오를 것 같은 낌새가 감지됐다.

 

“그밖에 다른 건 더 없었습니까?”
 

권민이 묻기 전에 승주는 이미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독 소장의 가스 불 추리가 승주의 기억력을 자극했다. 그동안은 엽서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보니 엽서 이외의 것들은 무대 저편으로 밀어둔 채 생각조차 못했다. 그날의 기억 속에서 암전으로 가려져 있던 것들을 향해 하나둘 조명을 비추어보았다. 하지만, 음, 정말 별것 없는 걸. 가스 불 공포증에 버금가는 소품은 떠오르지 않는다. 음……

 

침입하던 순간부터 차근히 짚어보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바닥에 들어섰지, 그리고 현관문으로 가서, 잠깐, 그것도 뭔가 중요한 걸까? 현관문으로 가기 전에, 맞아, 비닐봉투, 똑같은 상호명이 붙은 봉지, 별나게 많았지. 승주는 찰나적으로 느꼈던 의아함이 그제야 떠올랐다.

 

그래, 좀 이상했더랬지. 당시에 워낙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떨려서 봉지 같은 거야 금세 잊어버렸지만, 어쨌거나 봉지가 무더기로 있던 게 특이하긴 했다. 만약 직업과 관련된 거라면, 오, 나름 단서가 되겠는걸. 좋았어!

 

“하나 기억났어요! 여태 그걸 놓치고 있었다니. 바보, 말미잘.”

 

독 소장이 반색하며 승주의 어깨를 어루잡았다.

 

“엽서 말고 또 있었어?”

 

“엽서처럼 결정적인 단서는 아니고요. 아무래도 그 자식 직업하고 관련된 것 같아요.”

 

“뭔데?”

 

“봉지요. 기억나시죠? 우리 신발 담았던 비닐 봉다리요.”

 

“기억이야 나지. 그게 왜?”

 

“똑같은 봉지가 휴지통에 잔뜩 버려져 있었어요. 봉지 겉에는 업체 상호명이 적혀 있었고요.”

 

“상호명? 뭐였는데?”

 

권민의 뒤통수가 바짝 집중해 귀 기울였다.

 

“마미 밀즈(Mommy Meals)였어요. 무슨 식품 회사 이름 같죠?”

 

“엄마 밥상쯤으로 해석되겠구먼. 그 회사 직원인가 본데.”

 

낮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도시락 업쳅니다.”

 

“네? 도시락 업체요?”

 

“마미 밀즈. 주문자가 지정한 주소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업체들 중의 하나죠. 가정집에서도 애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독신자들.”

 

독 소장과 승주가 반색하는 낯빛으로 끄덕거렸다.

 

“도시락 배달 회사 직원이면, 배달하는 집들 엿보기도 좋았겠구먼.”

 

“그러게요. 범행 대상 물색하기엔 적절한 직업이겠어요.”

 

권민은 생각이 달랐다.

 

“마미 밀즈 직원이 아니라 마미 밀즈 고객일 확률이 큽니다.”

 

승주가 솔깃해하며 물었다.

 

“왜죠?”

 

“직원이 본인 회사 배달용 봉지 무더기를 굳이 집으로 가져와서 ‘휴지통’에 버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휴지통에 버리기 위해서 가져온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이라면 흔한 광경이죠. 도시락을 꺼낸 다음, 필요 없는 봉지는 배달받을 때마다 휴지통에 차곡차곡 버렸을 겁니다.”

 

“아, 일리 있네요.”

 

승주와 독 소장에게는 처음으로 만족스런 답변이었다. 이제 저 뒤통수 탐정이 슬슬 생각 보따리를 풀겠구나 싶어 기대가 되었다.

 

“더 기억나는 거 없습니까?”

 

“이젠 진짜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시죠.”

 

“예? 그냥 이대로요?”

 

뒤통수는 대답 대신 시동을 걸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제부터 밝혀내야죠.”

 

“어떻게 밝혀내실 건데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기껏 성심성의껏 얘기해 줬더니, 따돌리는 건가 싶어 독 소장은 불쾌한 기분이 치올랐다.

 

“가타부타 뭔 얘기를 해 줘야지 않겠소. 이렇게 저렇게 사건을 해결해 보겠다, 뭐 그런 거 말이에요.”

 

“나중에 말씀드리죠.”

 

“……”

 

뒤통수는 방향을 틀어 지나쳐온 도로로 거슬러 올라갔다. 승주가 쀼루퉁이 물었다.

 

“혹시 사건 안 맡으려는 거 아니에요? 단서가 충분치 않아서?”

 

“단서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가봐야 알겠죠.”

 

“가본다고요? 대니얼 스미스 집에 간다는 얘기예요?”

 

“아니요.”

 

“그럼 어딜 가실 건데요?”

 

“나중에 말씀드리죠.”

 

“……”

 

권민은 의뢰인한테 탐문 일정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지 않을 뿐더러 다른 의뢰인들은 저들처럼 일일이 캐묻지 않는다. 비전문가들의 쓸 데 없는 호기심은 흘려들어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