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외국에 오래 있었던 분들은 종종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은데, 원래 여자의 몸은 아이를 낳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죽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째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거죠?”
“인적 자원이 부족하니까요.”
그는 마치 공장에서 통조림이라도 찍어낸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병 제대나 의가사 제대나 불명예 제대를 할 경우, 당신은 병역을 완료한 게 아닙니다. 다시 말해 엑스트라넷도 사용할 수 없으며, 나라 밖으로 절대 못 나갈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숨도 못 쉬고 있는데, 그가 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잘 들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이 모든 일을 국제사회에 보고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여자라는 게 알려지면, 당신은 불명예 제대를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율대에 끌려가 영영 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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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된 뒤에도 장벽으로 가로막혀, 섬처럼 고립된 대한민국.
그곳에 돌아간 망명자의 딸 세실 앞에,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