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세상은 언제나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 재생 속도를 두 배쯤 빠르게 한 영화 같다. 나 혼자만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 남겨두고 세차게 흘러가는 주변의 흐름이 가속되기 시작한다. 2배속 재생 영화가 3배속, 5배속이 된 듯 했다. 그리고 이제는 눈 앞에서 나무가 물들고 계절의 색감이 변하는 것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가속하는 시간은 점점 일그러져 가고, 세상의 온갖 소리마저 사라진다. 마치 죽음을 암시하듯 시간은 서서히 깊은 어둠을 드리우기 시작하는데…
“시간은 우릴 두고 떠나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