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시 제 생각과는 많이 다른 글이 되어 버렸어요. 룰루랄라 여행기를 쓴다고 해 놓고 흑마술이 등장하는 바람에… 무엇보다 제 공부 부족으로 항해의 맛을 많이 담아내지 못한 게 제일 아쉽습니다.
1부보다 더 힘들게 썼어요. 1부는 그래도 두세 편 정도는 비축을 유지했는데, 이번에는 절반 이상 하루살이 연재였고 그러다보니 분량 조절도 잘 되지 않았고요. 1부는 달꼬리항까지 간다라는 큰 목표가 있었지만 2부는 정말 그것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거든요. 새로운 보석 하나는 얻어야 한다는 게 전부였습니다.
정말 사소한 시작에서 전체 스토리가 결정되어 버렸습니다. 시작은 남쪽 바다에서는 왕자와 공주를 모두 왕자라고 부르게 하자는 작은 아이디어였습니다. 1부에서 나온 공주비라는 단어가 영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거기서 여자 왕자와 남자 왕자를 등장시키자는 생각이 이어졌죠.
자, 여기서 제가 뭐에 씌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맨스를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친형제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가짜 쌍둥이라는 설정이 나왔습니다. 잠깐, 가짜라는 걸 모르고 자라려면 둘이 좀 닮아야 하지 않을까. 얼굴을 복사한다는 설정이 나오고, 흑마술이 나오고, 졸지에 아르고핀까지 가짜 쌍둥이가 생기고… 눈사태처럼 커지면서 결국 그게 2부의 핵심 줄거리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시리즈 전체의 핵심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애초에 생각했던 로맨스는 시도도 못 해봤죠. 이 정도로 수습한 게 다행이에요. 정말.
3부의 배경은 서쪽 대륙 남부입니다. 흑마술이 지배하는 세상이에요. 4부는 서쪽 대륙 북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마법 대신 공학이 존재하는 세상이죠. 과연 이 얼개가 이야기로 꿰어질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건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일단은 행복한 독자로 돌아가 푹 쉬면서 다른 분들 글을 읽을 생각입니다.
이제는 의리로 읽기에도 만만치 않은 분량이 되어 버렸어요. 그럼에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시는 한, 아르고핀의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