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핀이 달꼬리항에 도착하는데 참 오래도 걸렸네요. 아직 본격적인 여행은 시작도 못했는데 벌써 1250매나 써 버렸습니다. 먼 나라로 떠나는 여행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셨던 분들은 난데없이 벌어진 정략과 내전에 실망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뜻밖이었어요. 사실 1부는 프롤로그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만 간단하게 보여주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초안에서는 이야기가 달꼬리항에서 시작했어요. 우연히 바닷빛 보석 반지를 얻고 남쪽 바다로 떠나는 배를 타게 되는, 3~4 회 정도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였죠.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땐, 제 머릿속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복잡한 생각은 다 떨쳐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어요. 타임리프물을 연재하면서 과도하게 꼬인 플롯에 시달렸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매일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신기한 일을 경험하는 그런 여행기를 쓰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그런데 쓰다보니 결국 현실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 모두 떠나고 싶지만 해야 할 일들, 지켜야 할 자리들 때문에 머물러 있잖아요. 아르고핀처럼 떠나고 싶지만, 인제핀처럼 어딘가에 묶여 있는 거죠.
아르고핀이 탈출을 감행하는 와중에 왕국의 운명이 위태로와졌어요. 아버지도, 언니도 위험해요. 이런 상황에서 혼자 좋자고 떠나는 게 용납이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왕국을 이렇게 만들었지?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요. ㅠㅠ)
묘하게 제 상황하고 겹치기도 했어요. 저도 가족과 직장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요. 사실 시간 자체가 안 나는 건 아닌데 해야 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마음에 여유가 안 생겨요. 마음이 편해야 글쓰기도 즐겁더라고요.
결국 인제핀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제핀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아르고핀이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제핀은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 동안 아르고핀은 평은달 나라를 한 바퀴 돌았네요. 결국 47회만에 아르고핀은 달꼬리항에 도착했고, 이제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2부에서는 약속했던 대로 남쪽 바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에는 룰루랄라 여행기가 될 수 있을…까요? ^^;;;
아직 구상 중이기도 하고, 1부와는 좀 다른 분위기로 써보고 싶어서 2부 연재는 조금 간격을 두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10월을 넘기지 않고 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제가 글쓰기로 여행을 떠나는 힘입니다!